죽으란 법은 없었다
내 이름은 김나윤이다.
27살에 사서 공무원을 준비해서 3년 만에 합격했다.
삼각김밥 하나로 하루를 겨우 버티며 준비했던
마지막 시험이었다.
'합격'이라는 글자를 보고 나니, 살았구나 싶은 안도감이 들었다. 깊은숨과 함께 눈을 질끈 감았다. 감은 눈 밑으로 눈물이 멈출 줄 모르고 흘러내렸다.
지금까지 살면서 느낀 교훈이 하나 있었는데, 바로 '사람이 죽으란 법은 없다'이다. 사자성어로는 새옹지마라고 한다.
'이제 겨우 30살인데?'라고 생각할 수 있지만, 태어날 때부터 전쟁이었던 내 삶은 결코 평범하지 않았다.
힘들고 지쳤다. 이젠 그만하고 싶어 스스로 시간을 멈추려고 한 적도 몇 번 있었다.
그런데 그럴 때마다 기적 같은 일이 생겼다. 누군가가 손을 내밀어 주기도 했고, 돈이 생기기도 한 것이다. 그렇게 가는 줄을 붙들고 하루하루 살다 보니 30년이란 시간이 흘렀다.
이번에도 그랬다.
막다른 길에서 마지막으로 치른 시험이었는데 합격한 것이다. '죽으란 법은 없구나'라고 또다시 확신했다.
돈도 없이 공무원을 준비한다는 게 얼마나 위험한 도전이었는지 안다. 하지만 내 미래를 그려보면 이것 말곤 없었다. 안정적인 직업만이 내 삶을, 내 미래를 이끌 수 있다고 생각했기 때문이다.
알바는 필수였다.
월세, 교재비, 강의비, 휴대폰요금을 내야 했기 때문이다. 모든 돈이 빠져나가면 잔액이 거의 남지 않았다.
그나마 다행이었던 건, 편의점 알바 덕분에 폐기 음식들을 먹을 수 있었다는 것이다. 어쩌다 폐기가 하나도 나오지 않는 날도 있었지만, 그땐 어쩔 수 없이 제일 저렴한 삼각김밥을 사 먹을 수밖에 없었다.
그렇게 악착같이 버티며 공부를 한 결과,
다행히 해피엔딩이었다.
다시 한번 말하지만 정말 죽으란 법은 없었다.
시험에 합격한 후, 사전교육을 받아야 했다.
다행히 어려운 내용은 없었다.
그저 들으면 아는 이론을 수료하고
도서관 업무를 맛보는 실습을 며칠 하면 끝이었다.
이론수업이 끝났고, 드디어 실습 첫날이었다.
내 10대는 거의 도서관에서 살았다고 해도 과언이 아니다. 책을 많이 읽은 건 아니었지만, 도서관이 좋았다.
항상 웃으며 반기던 사서 선생님 덕분이었을까?
도서관을 떠올리면 따뜻한 느낌부터 들었다.
<이상한 변호사 우영우>에서 우영우가 최수연에게 '봄날의 햇살'이라는 별명을 만들어주는 장면을 봤다.
나는 도서관을 떠올랐다.
도서관이 그랬다.
나에게 햇살이었다.
'그 햇살 속으로 내 발을 내딛는구나.'
이젠 내가 누군가의 햇살이 되어줄 차례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