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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책글놀 Nov 22. 2024

묵현도서관, 그곳에서 느낀 첫인상

묵현도서관, '묵현'의 뜻은 무엇일까?


햇살처럼 밝고 따뜻한 도서관을 꿈꾸던 나는,

내 꿈과 현실의 거리는

어느정도 일지 생각하며 걸어갔다.


따뜻했던 과거의 도서관을 떠올리며

현실도 큰 차이가 없을거라 믿었다.

아니, 믿고싶었는지도 모른다.


멀리서 보이는 도서관은

옆으로 긴 네모 모양을 하고 있었다.

붉은 벽돌과 작은 유리창들로 이루어져 있었고,

건물 바깥쪽 벽에는 행사 안내 현수막이

길게 달려 펄럭이고 있었다.


입구 바로 앞에서 고개를 들었다.

멀리서 희밋하게 보이던 도서관 이름이

이제서야 똑바로 보인다.

파란색 바탕에 정자로 또박또박 써져있는 도서관 이름.


"묵현도서관"


다른 지역에 있는 도서관을

방문하는 건 처음이었다.

그래서일까?

이름이 낯설게 느껴졌다.


'도서관이라는 역할은 같은데

느낌이 이렇게 다를 수 있구나.

지역도 다르고 이름이 달라서인가보다.

그런데 도서관 이름은 무슨 뜻일까?

묵?현?'


알고 있는 몇 안 되는

한자가 떠올랐다.


'침묵할 묵?, 검을 현? 에이 설마'


웃으며 고개를 젓다가

다시 한번 도서관 이름을 쳐다본다.





시계를 보니 실습하기까지 30분 정도 시간이 있었다.

잠깐 고민하다가 빨리 자료실을 둘러보기로 했다.


입구에 들어가니 바로 앞에 일반자료실이 있었다.

간판과 세트인지 파란색 배경에 정자로

이름이 적혀있는 건 똑같았다.


문을 열자 지나치게 정돈된 서가가 눈에 들어왔다.

그 정돈된 모습이 무언가 안정감을 주기보다는,

오히려 숨을 막는 듯한 불편함을 느끼게 했다.


서가에 꽂힌 책들은 분류번호 색깔에 맞춰

정확하게 정렬되어 있었고,

책등은 흐트러짐 없이 서가 앞줄에 맞춰져 있었다.


'뭔가 깨끗하고 깔끔한데, 불편한 이 느낌은 뭐지?'


나도 모르게 서가 근처로 가는 게 불편했고,

책으로 손이 뻗어지지 않았다.

내부를 둘러보다 어떤 이용자와 직원의 모습에

내 시선이 멈췄다.


이용자가 책을 꺼내면

직원이 다가가 바로 서가 정리를 하는 모습이었다.


'내가 잘못 본건가?'


내가 본 모습은

마치 뷔페에서 손님이 빈 그릇을 두면,

뒤에서 기다렸다가 바로 치워버리는 직원 같았다.

흐트러짐을 용납하지 못하는 직원의 빠른 손길은

이용자에게 미묘한 압박감을 주는 듯했다.


일반자료실을 나왔다.

이제서야 숨이 제대로 쉬어지는 것 같았다.


'어린이자료실로 가보자'


어린이자료실은 다를 거라는 희망을 가지고

자료실을 찾았다. 그런데 어린이자료실이 보이지 않았다.

한참을 둘러 보다 구석에 붙여진 팻말이 보였다.




↙어린이 자료실


'어린이 자료실이 지하에 있다고?'


계단을 내려가니 문에서 뽀로로가 웃으며

'어서오세요'라고 말하고 있었다.

희망이 보이는 듯했다.


그런데 문을 열자마자

"쉿! 조용히!"라는 글씨가

천장에 대롱대롱 매달려 나를 보고 있었다.


더이상 들어가지 못하고,

문 앞에 서서 고개만 돌려 주변을 둘러봤다.


"뛰지 마세요!"

"책은 반드시 제자리에!"

"음식 및 음료 반입 금지!"

"책은 깨끗하게 보기!"


곳곳에 보물찾기를 하듯

팻말이 숨겨져 있었는데,

그 경고성 문구들은

어린이들은 들어오지 말라는

무언의 강요처럼 느껴졌다.





어린이 자료실의 문을 닫고

계단을 오르는 내내

생각이 멈추지 않았다.


'이곳은 왜 이토록 차가운 걸까?'

'다른 도서관도 모두 이럴까?'

'나는 어디로 발령을 받게 될까?'

'내가 이 도서관에 오게되면, 나는 어떻게 해야할까?'


앞으로의 시간이 조금은 두렵게 느껴졌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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