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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0-3. 지금 시작하는 모금기획

작은 시도가 세상을 바꾸는 첫 걸음

by 짱고아빠

완벽해서 시작하는 게 아니라, 시작해서 완성되어 가는 것


모금은 늘 거창하게 느껴집니다. 큰 예산, 멋진 영상, 수많은 사람의 참여가 있어야만 가능한 일처럼 보이죠. 하지만 제가 현장에서 배운 건 달랐어요. 진짜 변화를 만든 캠페인은 대체로 작은 시도에서 시작됐어요. 누군가의 손글씨 한 줄, 사무실 한쪽 구석의 저금통, 혹은 생일날 친구들에게 보낸 짧은 메시지 하나가 큰 울림이 되었거든요. 많은 사람이 이렇게 말해요.


“후원 해보고는 싶은데, 뭘 어떻게 시작해야 할지 모르겠어요.”


그 말에는 불안과 동시에 나는 준비가 안 된 사람이라는 자기의심이 숨어 있어요. 하지만 모금기획의 출발은 상대에게 완벽한 준비 후의 후원이 아니라 지금 가진 것으로 한 걸음 내딛는 것을 도와주는 일입니다 모금은 한 사람의 그 작은 행동에서부터 시작돼요.


지금 있는 자리에서 시작하기


저는 처음 입사 후 거의 매주 주말마다 거리모금을 했습니다. 솔직히 무섭고 낯설었어요. 하지만 그때 배운 게 있어요.


“사람은 조직이 아니라 사람을 보고 후원에 참여한다.”


대단한 설득이 아니라 진심 어린 한 문장 “이 아이의 눈을 한번 바라봐주세요. 이 아이가 오늘도 학교에 갈 수 있도록 함께해주세요” 그 말에 멈춰 서서 후원신청서를 썼던 분들이 있었어요. 그때 깨달았어요. 모금은 말을 잘하는 일이 아니라 사람의 마음이 닿는 문장을 고르는 일이라는 걸요. 그래서 저는 그 이후부터 캠페인을 시작할 때 항상 이렇게 스스로에게 묻습니다.


“지금 이 자리에서 가능한 가장 작은 한 걸음은 뭘까?”



작은 시도를 위한 5가지 질문

1) 지금 있는 공간에서 할 수 있는 건 뭘까? → 사무실, 교회, 학교, 동아리, 온라인 커뮤니티. 익숙한 곳일수록 좋아요.

2) 지금 만나는 사람들과 연결할 수 있는 건 뭘까? → 친구, 동료, 가족, 이웃. 얼굴이 그려지는 단 한 사람부터 시작해요.

3) 지금 가진 재료로 만들어볼 수 있는 건 뭘까? → 사진, 글, 디자인 툴, 혹은 나의 말하기. 내가 가장 익숙한 방식으로요.

4) 지금 일정 안에서 넣을 수 있는 시간은? → 점심시간 10분, 야근 후 30분, 주말 하루. 무리하지 않고 반복 가능한 리듬을 정해보세요.

5) 지금 내가 직접 해볼 수 있는 1회성 액션은? → SNS 게시물 올리기, 후원자에게 감사 인사 보내기, 자료 정리하기, 후원 신청하기 등.

* 시작은 거창하지 않아도 괜찮아요. 작지만 진짜인 것이 오래갑니다.


실패해도 괜찮아요. 모금의 현장은 언제나 변수로 가득하거든요. 그래서 작은 실패를 자주 많이 경험하는 사람일수록 빠르게 성장해요.



실전 워크시트


① 내가 자주 머무는 공간

메시지를 전할 수 있는 공간은 어디인가요?

→ (작성)


② 지금 떠오르는 사람 한 명

이 사람에게 어떤 방식으로 이야기를 전할 수 있나요?

→ (작성)


③ 오늘 안에 할 수 있는 가장 작은 행동

오늘 바로 실천 가능한 한 가지는 무엇인가요?

→ (작성)


④ 기대하는 반응과 배움

어떤 결과를 기대하나요? 반응이 없더라도 배울 점은 무엇인가요?

→ (작성)


⑤ 궁극적으로 돕고 싶은 대상

이 시도를 통해 누구에게 어떤 도움을 주고 싶나요?

→ (작성)


⑥ 다음 단계의 확장

이 시도가 성공한다면 다음엔 어떤 시도를 해볼 수 있을까요?

→ (작성)


⑦ 실패했을 때의 인사이트

무엇을 점검하고, 어떤 교훈을 얻을 수 있을까요?

→ (작성)



실패를 설계하는 법

실패를 피하려는 사람보다 실패를 기록하는 사람이 훨씬 멀리 가요. 작은 시도를 해보았다면, 반드시 기록을 남겨보세요.


시도 제목: 예: ‘생일 후원 챌린지 – SNS 링크 공유’

실행 날짜: 예: 3월 14일

목표 지표: 예: 클릭 50회 / 후원 3건

결과: 예: 클릭 27회 / 후원 2건

원인 가정: 예: 제목이 감정적이지 않았음

다음 실험: 예: <이 아이의 생일에 내 생일을 선물합니다>로 문장 변경



작은 시도의 리듬 만들기


작은 시도는 혼자 하는 일이지만, 혼자 꾸준히 하기 위해서는 리듬이 필요해요.


매주 월요일: 지난 시도의 결과 복기

수요일: 새로운 시도 아이디어 1개 선정

금요일: 다음 주 실행 계획 작성


이 루틴이 쌓이면 ‘아이디어 → 실행 → 피드백’의 선순환이 만들어집니다. 그리고 루틴한 일이 계속되다 보면 어느 순간 결과가 따라와요.



Mini Checklist


오늘 내 자리에서 할 수 있는 시도를 정했는가?

실패했을 때 기록할 기준(날짜·지표·메모)이 있는가?

한 주 단위의 리듬을 만들었는가?

시도가 명분과 구조 위에 연결되어 있는가?

이 시도를 통해 ‘누군가의 시작’을 도울 수 있는가?


모금은 완벽해서 시작하는 일이 아니에요. 시작하면서 완성되어 가는 일이에요. 작은 시도는 당신이 가진 자원을 현실의 변화로 바꾸는 첫 연습이에요. 어쩌면 누군가에게는 그 시도가 새로운 가능성의 시작일지도 몰라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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