당신이어서 도착한 변화의 자리
모금을 업으로 삼고 있다는 것은 늘 묻는 삶을 살아가는 일이에요. '나는 지금 제대로 가고 있는 걸까', '이 일이 정말 누군가에게 도움이 되는 걸까', '이 수많은 시도들 가운데 과연 남는 건 뭘까' 같은 질문들이 마음속에 오래 머물죠. 하지만 시간이 흐를수록 점점 더 분명해지는 것이 있어요. 결국 어떤 변화든 누군가 한 사람 때문에 가능했다는 것 그리고 그 한 사람이 바로 당신일 수 있고 당신이 되었으면 좋겠다는 것이에요.
한 후원자님의 이런 이야기를 들은 적이 있습니다.
“사실은 예전부터 후원하고 싶었는데 어떻게 해야할지 잘 몰랐어요. 그런데 어느 날, 어떤 직원이 제게 편지를 써줬거든요. 그게 결정적인 계기가 됐어요.”
정작 그 직원은 본인이 무슨 큰일을 했다고 생각하지 않았어요. 그저 업무의 연장선 안에서 반복된 매뉴얼에 따라 한 장의 편지를 보냈을 뿐이라고 말했죠. 하지만 저는 그 사람이 얼마나 오래 그 편지를 준비했는지 보았어요. 이 초대는 결국 건졌고고 그 결정은 또 다른 변화를 만들어냈어요. 저는 그것을 보면서 생각했어요. 이것은 그 사람이었기에 가능했던 일이라고요.
기획서는 늘 채워야 할 항목이 많고, 리포트는 항상 숫자들로 가득하죠. 그래서 나 자신이 작고 하찮게 느껴질 때도 있어요. 하지만 그 모든 기획과 숫자 뒤에는 늘 한 사람의 시도와 용기 그리고 마음이 있다는 것을 잊지 않았으면 해요. 숫자로 드러나지 않더라도 어떤 시도는 누군가의 마음속에 깊은 흔적을 남겼을지 몰라요. 우리는 그것을 전부 알 수 없지만 그것은 결국 남아 다른 기회에 연결로 이어질지도 몰라요.
저는 때때로 스스로에게 이렇게 묻습니다. ‘이 일을 통해 내가 남길 수 있는 단 하나가 있다면, 그것은 무엇일까?’ 후원자 한 명과 나눈 진심 어린 대화 한 번, 출장길에서 찍은 한 장의 사진을 통해 누군가의 후원자가 되고 “그때 당신 덕분에 후원을 시작했고 내 삶이 더 좋아졌어요”라는 그 말.
2017년 에티오피아 아이가 “후원자님 덕분에 제가 공부를 계속할 수 있게 되었어요”라고 건네준 그 말 한 마디가 결국 이 일을 계속하게 만들었어요.
모금이란 어쩌면 이 세상에 ‘당신이 있기에 가능했던 변화’를 하나씩 쌓아가는 일일지도 모르겠습니다. 완벽하지 않아도 좋고, 큰일이 아니어도 좋아요. 한 사람의 마음을 움직였고 그 마음이 또 다른 행동을 낳았다면 그것으로 충분해요.
이제 책의 마지막 페이지입니다. 만약 부족한 이 글들이 당신의 시작을 조금이라도 도왔다면 그것만으로도 저는 참 기쁠 것 같아요. 당신이 오늘 누군가에게 건넨 그 사소한 요청이 누군가의 삶을 바꾸고 있다는 것을 잊지 말아주셨으면 좋겠습니다.
오늘도 최선을 다해 살아가는 당신의 자리를 응원합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