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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장지용 알비스 Mar 11. 2024

이걸 자폐인이 하면 대박이에요

파란만장 자폐인 - 18 : 아직 이뤄지지 않은 한국 자폐인의 연애·결혼

비공식적으로는 일부분 있다고는 하나, 2020년대 현재 자폐인에 관한 공식 통계에서는 아예 ‘자료 없음’이라고 기록되는 통계가 하나 있습니다. 바로 ‘결혼한 사람의 수’, 즉 혼인률에 관한 것입니다. 2020년대 한국에서도 자폐인이 공식적으로 결혼을 한 사건은 ‘존재하지 않습니다’. 비공식적으로는 결혼자가 있다는 이야기도 있지만, 이들은 법적인 등록을 하지 않았거나 결혼 후에야 자폐인이라는 사실이 밝혀지는 등의 사례입니다. 그래서 자폐인이 자녀를 두고 있다는 이야기는 한국에서는 존재하지 않습니다. 이 ‘자료 없음’ 때문에 자녀에 대한 기록까지 ‘자료 없음’이기 때문입니다.


요즈음은 한국에서도 결혼 비율이 낮아지고 있고, 한국에서는 동거 등에 대한 인정 등에 관한 논의도 가끔 오가기도 합니다. 그렇지만 정치적 권력이 센 극우 개신교단의 반대로 법안 논의는 있으나마나입니다. 그러한 비혼 열풍 와중에 오히려 결혼을 갈망하는 집단이 있으니 그들은 자폐인입니다. 다른 자폐인들에게 물어보니 자기도 애인 있고 싶고 여건이 되면 결혼도 하고 싶다고 아우성 댈 정도입니다. 그렇지만 그런 것이 쉽지는 않습니다. 자폐인들이 연애와 결혼을 하기 위한 기반이 대단히 부족하기 때문입니다. 


먼저 경제적 역량이 낮아서 자폐인 중 8시간 노동에 정규직, 최저임금 이상을 받는 비율이 낮은 편입니다. 자폐인 상당수가 4시간 아니면 6시간 노동에 계약직 위주, 가끔은 최저임금 적용 제외 등의 경우도 있어서입니다. 그래서 장애계에서 요구하는 것 중 하나가 장애인 고용의 질적 수준의 상향이 있을 정도입니다. 물론 양적 부족은 더 심각한 편입니다. 아직도 자폐인에 지적장애인까지 포함한, 즉 발달장애인의 경제활동 비율과 고용률은 아직도 30% 미만일 정도입니다. (2023년 상반기 기준, 한국장애인고용공단 장애인경제활동실태조사 통계 참조) 그리고 일반적인 기업이 아닌 장애인직업재활시설을 이용하는 발달장애인의 비율은 전체 이용자의 82%, 최저임금 미적용자의 90%가 발달장애인일 정도입니다.


두 번째 어려움은 사회문화적 기반이 약하다는 점입니다. 자폐인들이 살아가게 될 사회문화적 상황은 사실 좋지 않습니다. 문화여가 등을 즐기거나 하는 비율은 매우 낮고, 식당 등을 이용하는 등 지역사회 공공장소에서의 소란 등을 이유로 사용을 제한당하는 비율이 꽤 있어서입니다. 또한 문화적 수준이나 관심사 등에서도 가끔 어려움을 겪는 경우도 있습니다. 실제로 2020년대에도 자폐인 등이 있는 복지관 등에서 해외에 여행을 갈 때 외부 후원을 받았다는 보도가 몇 번 있었을 정도입니다. 저도 영국에 갔을 때 외부 후원을 받았지만 대신 이때는 공식 임무를 뛰고 난 뒤나 주말 등의 노는 시간에 여행을 하는 조건으로 붙은 것이라 사정이 다르지만요. 또한 여행 일정은 그때 파견되었던 파견대에서 자체적으로 설계한 일정이었기에 웬만한 여행자들도 보기 어려운 Proms를 관람할 정도니까요!


세 번째 어려움은 상대를 만나기가 영 쉽지 않다는 점입니다. 자폐인들끼리 만나려고 해도 그런 모임이나 단체 활동을 극히 제한하고 있을뿐더러, 참여해도 겉도는 경우가 꽤 많습니다. 미국 영화 《모짜르트와 고래》는 자폐인 모임에서 시작한 커플 이야기를 다룬 것이긴 하지만, 실제로 이런 일이 벌어질 수 있는 비율은 낮은 편입니다. 그래서 제가 아는 한 국내 자폐 관련 복지 재단에서 짝 이어 주기 프로젝트 같은 것을 했다고는 하지만 그것이 성공이라는 것이 하나 겨우 엮어서라고 할 정도입니다. 하긴, 무슨 연애 예능에서 진짜로 엮은 커플이 하나라도 나오면 성공이라고 하는데 말입니다. 


그렇지만 스웨덴에는 장애인을 위한 데이팅 애플리케이션이 있을 정도라고 하니, 가끔은 이러한 것의 한국형 모델이 필요하기도 하다는 생각이 들 정도입니다. 실제로 KAIST 연구진들이 자폐인을 위한 데이팅 애플리케이션 개발을 위한 연구를 했다고 하는데 제가 이 UX/UI 실험에 참가한 적이 있었을 정도입니다. (《Love on the Spectrum: Toward Inclusive Online Dating Experience of Autistic Individuals》, 2023)


네 번째 어려움이자 결정적인 어려움은 주위의 시선입니다. 여러 이유가 있는데, 장애가 유전될 것에 대한 공포라든지, 일상생활 등을 수행하기 위한 역량이 있는지 등에 관한 의심, 자폐인과 비자폐인간의 연애를 성범죄 의도로 인식하는 시선 등(《이상한 변호사 우영우》 제10회의 주제일 정도로 자폐 관련 집단에서 제3회와 함께 논쟁적인 사안이다.)의 문제는 이러한 연애나 결혼의 전진을 어렵게 하는 요소들입니다. 


사실 저는 그러한 것을 경험하지 않았지만, 자폐인과 비자폐인간의 관계가 이성관계이면 사실은 그것이 무슨 성범죄 등이 아니냐는 오해 등을 받는다거나 시선이 이상하다 그런 것을 들은 적이 있었습니다. 그러한 것이 자폐인의 연애와 결혼을 막는 요소 중 하나입니다.

한국 자폐계에서도 화제가 된 오스트레일리아 ABC의 관찰 카메라 프로그램 'Love on the Spectrum' 시즌 1 포스터

한국 바깥을 보니 넷플릭스를 통해 전 세계적인 히트를 친 오스트레일리아 ABC의 전설적인 자폐인 연애 관찰카메라 프로그램, 《러브 온 더 스펙트럼》(Love on the Spectrum)은 미국판에 그것의 시즌 2까지 제작될 정도로 자폐인의 연애나 결혼은 이상한 이야기가 아니라지만, 한국에서도 요즘 흥행하는 연애 프로그램의 문법으로는 자폐인이 진입할 가능성은 거의 0에 해당한다고 봅니다. 그 이유는 그런 프로그램에 경쟁력 있는 자폐인이 거의 없고, 그런 케이스가 있어도 거의 자폐인 당사자 중 에이스급 인사들이 총출동해야 겨우 한국형 《러브 온 더 스펙트럼》을 기획할 수 있지 않을까 하는 수준입니다. 한국의 연애 프로그램 출연에 필요한 수준이 너무 높아서입니다.

결혼 인증 사진을 공개한 오스트레일리아 자폐인 배우 클로이 헤이든(Chloé Hayden, 드레스 입은 자)

해외에서 자폐인이 결혼하는 사례는 많이 봤습니다. 넷플릭스를 통해 소개된 《하트브레이크 하이》 (Heartbreak High)에 출연한 오스트레일리아 자폐인 배우 클로이 헤이든(Chloé Hayden)은 얼마 전 결혼 인증사진을 공개하면서 결혼했다는 사실을 공개할 정도였습니다. 그리고 미국에서는 알렉시스 와인만(Alexis Wineman)이라는 자폐인이 전미 미인대회에 출전한 적도 있었을 정도입니다. 아직 알렉시스의 결혼 여부는 알려지지 않았다고 하나 외모 이런 것이 있을 수 있다는 것은 이미 인정된 사실일 것입니다. 한마디로 자폐인들에게서도 어떻게는 미남미녀는 나올 수 있다는 것입니다. 연예인이나 모델 이야기가 나온 김에 더 설명하면, 아직 한국에서 자폐인이 연예인 등에 도전한 사례가 거의 없을 정도입니다. 최근에야 발달장애인 극단이 생겨나면서 그러한 가능성의 씨앗이 생겼지는 하지만, 아직 대중적인 스타가 나오지 않았으니 말입니다. 자폐인 유튜버가 있다 해도 당사자가 직접 제작 및 관리를 하는 사례는 한국에선 없습니다. 있으면 대체로 부모가 관리하거든요.


이러한 대외적 환경이 변하고 있어서 그렇지만, 아직 한국 자폐인의 결혼 가능성은 낮은 편입니다. 사회경제적 환경이 이를 뒷받침해주지 않기 때문입니다. 과거 통계에서는 등록 자폐인의 연령이 낮아서 결혼이 이뤄지지 않는다고 통계가 나왔지만, 2020년대 들어서 이제 본격적으로 자폐인의 연애나 결혼 문제 등에 관한 고심을 시작할 시점이 되었습니다. 초창기에 등록한 어린 자폐인들이 이제 성인이 되었기 때문입니다. 요즘 비자폐인들도 결혼이라는 것이 사회적 · 재정적 여건을 모두 통과해야만 가능해지는 것이 현실이기에 그렇습니다.


이런 속도로 흘렀다가는 제가 결혼하게 되면 요즘 제가 농담하는 것이지만 “내가 결혼하면 tvN 《유퀴즈 온 더 블록》에서 출연제의 분명히 올 것이다”라고 이야기합니다. 그런 농담을 할 수 있을 정도로 한국에서 자폐인의 결혼이라는 것은 존재하지 않는 것일 정도입니다. 그 외에도, 제가 또 바라는 것은 이러한 차별 등의 대외적 문제 때문에 외국인과의 결혼, 즉 국제결혼 가능성도 살짝은 있을 정도입니다. 외국인과 결혼하는 것이 나을 정도로 사회적 어려움이 있다는 것입니다. 다행히 저는 집에서 국제결혼 한다고 해도 뭐라고 하지 않겠다는 방침이 있을 정도입니다. 어차피 제게는 예전 KBS 2TV 토크쇼 《미녀들의 수다》의 영향으로 단련된 것이 요즘도 남아있을 정도이니 그렇습니다. 제가 아는 영국 자폐인은 한국으로 이민했는데, 한국에서 사절단이 온 것을 계기로 이민한 것이 아니라 이미 비자폐인 한국인 부인이 있어서 그 계기로 한국으로 이민했다 해서 그 사례를 반례로 불가능한 것은 아니라는 것을 알고 있습니다.


그렇게 보면서 자폐인의 연애와 결혼은 그야말로 ‘자폐인이 하면 대박인 것’이라고 생각하는 역설에 빠지게 됩니다. 사회적 환경이 영 좋지 않을뿐더러 사회적 인식이나 대외 환경 문제 등은 자폐인의 연애와 결혼이 아직 한국 자폐인에게 가장 높은 레벨이자 어느 누구도 아직 완벽히 클리어하지 못한 퀘스트로 그렇게 남게 되었습니다. 아마도 향후 10년 내에도 클리어하지 못할 가능성이 더 크다고 볼 정도입니다. 해결되려면 빨라야 약 20년 정도 후에야 이뤄질 사안이라고 볼 정도입니다. 그나마 자수성가 그런 것이 아니라 부유층 출신 등 다른 베이스가 있는 자가 성취할 듯합니다. 


그래도 솔직히 저는 연애나 결혼을 이뤄보고 싶습니다. 이런저런 경로를 통해 연애나 결혼에 있어서 쇼크에 가까운 사건을 경험했던 저로서는 최근 조바심이 드는 사안 중 하나가 연애나 결혼이다 보니 이 사안을 빨리 성취해야 한다는 부담감도 이럴 때는 살짝 들기도 합니다. 어떨 때는 냉전시기의 체제경쟁 같은 분위기이기도 하다는 생각이 들긴 들지만 말입니다.



전하는 소식 : 

이번 이야기는 에피소드 에세이 《파란만장 자폐인》의 Act 2의 끝입니다. 지난 Act 1에서 제가 겪은 이야기를 드리웠고, 이번 Act 2에서는 자폐인의 오해와 실제 등의 이야기를 다뤘습니다. 이제 Act 3까지 이어지면 드디어 이 에세이 프로젝트는 끝나게 되는데, 다음 Act 3에서는 독자 여러분들에게는 잘 알려지지 않은 자폐를 둘러싼 내부 세계들의 실제 이야기를 소개해드리겠습니다! 


Act 3도 많이 기대해 주세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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