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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Jemma Ward Feb 06. 2017

에콰도르에서 중국어를 배워야겠다고 느끼다

아메리카 대륙에서 내가 만난 중국인들 1

아메리카 대륙을 여행하면서 나는 중국어를 배워야겠다고 느꼈다.


아메리카에서?

그렇다. 특히 남미 에콰도르와 캐나다 밴쿠버에서.


퇴사 후 첫 여행지였던 샌프란시스코에서 일주일을 보낸 후, 나는 아에로멕시코 항공으로 멕시코를 경유해 에콰도르로 넘어갈 예정이었다. 샌프란 공항에서 항공사 직원은, '너 짐 알아서 에콰도르까지 넘어가니까 걱정하지 마'라고 했지만 새벽에 도착한 멕시코 공항에서 나는 내가 직접 내 커다란 배낭을 들고뛰어 에콰도르행 비행기로 전달해야 함을 깨달았다. 영어도 잘 안 통하는 멕시코 공항에서 에콰도르행 비행기를 놓칠까 헐레벌떡 뛰어 짐을 전달하고 겨우 탑승했다. 그리고 나는 에콰도르로 넘어갔다.

몇 시간 후, 비행기는 에콰도르 수도 끼또(quito)에 거의 도착하고 있었다. 아침 여섯 시 도착 예정이었다. 


나에게 그 결정적인 상해 여행을 제안한 그 친구가 나와 비슷한 시기 한국에서 퇴사를 하고 혼자 러시아, 핀란드를 여행할 때 나는 샌프란시스코를 여행한 후, 에콰도르 끼또 공항에서 우리는 만나기로 했다. 그녀는 '스페인어 가능자'였다.(중요)


내 비행기 옆좌석에는 아시안으로 보이는 아저씨가 앉아있었다. 멕시코에서부터 서양인들만 잔뜩 본 터라 신기하고 반갑기도 해서 말을 걸었더니, 멕시코로 이민 간 중국인 andy였다. 그래서 내가 유일하게 할 줄 아는 '영어'가 통하지 않았다. 중국어와 스페인어만 할 줄 아셨다. 그래서 나는 안 되는 기초 중국어와 영어로 대화를 시도했다. 그는 멕시코에서 사업을 하고 있고, 끼또에 친구가 있어서 비자 때문에 들렀다고. 그래서 나도 공항에서 내 친구를 만나기로 했으니, 시티 센터에 가는 거면 택시를 쉐어 하자. 뭐 이런 이야기를 했다.


비행기에서 내려 짐을 찾으러 기다리고 있는데.... 끝까지 기다려도 내 짐이 나오지 않았다.. 이런 상황은 처음 겪는 일이라 어안이 벙벙했다. 밖에서 나를 기다리고 있을 친구를 생각하니 어서 나가야 했다. 공항 와이파이도 잡히지 않아 기다리고 있는 친구에게 이 상황을 설명할 수도 없었다. 짐을 찾기 위해 공항 직원에게 다급하게 묻기 시작했다. 


문제는, 공항 직원인데 영어를 하지 못했다. 그렇다, 나는 완벽한 스페인어권 나라에 있었던 것이다.


앞으로의 남미와 북미 여행에서 필요한 모든 것들이 들어가 있는 배낭이었기에 앞으로가 까마득했다. 언어가 통하지 않는 상황에서 심장이 쿵쾅거리고 아득한 찰나, 중국인 앤디가 유창한 스페인어로 나를 돕기 시작했다. '이 아이 짐이 도착하지 않았다. 어떻게 찾을 수 있냐'

공항 직원은 여러 전화 통화 끝에 내 짐이 멕시코에서 출발하지 않았음을 확인하고, 2-3일 뒤에 너의 숙소로 부쳐주겠다고 했다. (모든 건 andy의 통역) 그러나 문제는 숙소조차 와서 정하기로 했기에, 나는 예약한 숙소조차 없었다. 앤디는 결국 자신의 다른 중국인 친구의 가게 주소를 서류에 적었다.

어안이 벙벙해서 출국장을 빠져나와서 와이파이를 겨우 잡아 나에게 연락을 몇 시간 째 시도하고 있는 내 친구를 드디어 만났다.

이럴 수가. 못 만날 줄 알았던 친구를 만났다.


결국 시내까지 앤디와 우리는 택시 쉐어를 했고, 친구가 공항에서 찾아놓은 호스텔로 목적지를 찍고 달렸다. 해발 고도가 높아 눈이 쌓인 산들로 둘러싸인 끼또의 도로를 달리며, 나는 짐을 과연 찾을 수 있을까 반신반의하고 다소 착잡한 마음, 그 와중에 아무런 연고 없는 나를 기꺼이 도와준 중국인 아저씨의 선의에 고마움을 느꼈다. 앤디는 호스텔에 우리는 내려주고, "공항에서 연락이 오면 연락할게!" 하고 쿨하게 택시를 타고 갔다.


기내에서 교환한 위챗(wechat: 중국의 카카오톡이라고 할 수 있는, 중국인 사이에서 대중적인 메신저)으로 며칠 뒤 앤디에게서 스페인어로 연락이 왔다. 

"짐이 도착했으니 오늘 찾아가렴!"


앤디는 다른 중국인 친구가 운영하는 큰 상점에서 수트를 입고 나를 반갑게 맞아주었다. 다른 중국인 아저씨들은 나를 흘끔흘끔 보며 키득 웃는다. 내가 말도 안 되는 중국어로 앤디한테 고맙다고 밥 사겠다고 계속 말해서 그런가. 아무튼 앤디에게 내가 '멕시코시티 가면 점심을 사고 싶어! 상해에도 오면 꼭 연락 줘!'라고 열심히 중국어로 말했지만 알아들었을지는 미지수다. (지금보다 훨씬 더 말도 안 되는 중국어 실력이었기에....) 암튼 앤디의 은혜를 잊지 말아야 겠다고 생각했다.


내가 계속 gracias muchos gracias! (고마워 정말 고마워!)하니까 mi amigo de asia! (아시아에서 온 나의 친구들!)이라면서 에콰도르를 즐기라고 한다. 이때 나는 아량이 넓은 중국인들이 정말 좋다고 생각했다.


그리고 며칠 후에 간 적도 박물관 mitad del mundo에서는 중국인 아저씨 아줌마들 무리와 함께 투어를 하게 되었는데, 박물관의 투어 가이드는 영어로 설명을 하고, 중국인 단체 그룹의 가이드는 그것을 다시 중국어로 설명하는 웃긴 상황이 연출되었다. 

여러 번 느꼈지만 남미의 에콰도르에서 또 느꼈다. 중국어를 알아서 나쁠게 하나도 없다. 정말 중국이 친근하게 느껴지는 시점이었다. 


도착해서야 나는 끼또가 해발 2850m로 전 세계에서 가장 높은 수도라는 사실을 알게 되었다. 나는 가슴에 압박을 자주 느끼고 조금만 걸어도 숨이 찬 고산병 증세를 겪었다. 고산병 증세로 정신이 반쯤 나가 있는 상태로 중국인들과 한 무리에 섞여서 투어를 하니, 뭔가 아시아 느낌이 나면서 친근하게 느껴졌던 것이, 역시 난 아시아를 가야 하나 싶기도 했다.


말도 안되게 아름다웠던 끼또의 하늘, 가난하지만 순수한 눈을 가진 사람들, 저렴하고도 건강한 음식들, 곳곳에서 들리는 라틴 음악까지. 에콰도르가 그리워지는 순간.


몸이 한결 나아지고, 햇살이 비추고, 2.5달러짜리 구아바 주스, 소고기 수프, 밥, 고기, 샐러드, 파인애플 후식까지 포함된 알무에르소(almuerzo)를 배 터지게 먹고 1.5달러에 베이커리에서 맘에 드는 빵을 가득 담아서 숙소에 와서 베네수엘라 애가 알려준 라틴 음악을 들으며, 햇살을 맞으며 강아지를 쓰다듬고 누워서, 나는 '스페인어를 배워 와서 남미에서 장기 체류하고 싶다.' 이런 생각을 하기도 했지만. 그렇게 에콰도르의 시간은 느리게 흘러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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