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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Jemma Ward Feb 10. 2017

멕시코 Oaxaca에서 만난 언니

내 자신이 원하는 걸 아는 사람

콜롬비아에서 멕시코로 넘어온 우리는 멕시코시티, 레온(Leon)을 거쳐 마지막 멕시코 여행지 오아하까(Oaxaca)로 이동했다. 다른 멕시코 도시와는 또다른 아기자기한 매력의 오아하까에서 또 신기한 인연들을 마주쳤다.


여행 동행자였던 친구가 샌프란시스코에 머물 때 만났었던 고교 동창이자 샌프란 스타트업에서 일하고 있던 한국인 제이양을 그 오아하까 호스텔 복도에서 우연히 만났다. 그녀는 일을 그만두고, 남미 여행을 반년 정도 잡고 막 여행을 시작한 참이었다. 미리 타이트한 플랜을 짜놓지도 않고, 그저 오픈 스케줄로 천천히 남미의 나라들을 다닐 생각이라고 했다. 


멕시코 Oaxaca의 아기자기한 숙소 근처, 대화할 기회가 되었던 호스텔 조식


같은 호스텔 방에 묵었던 영국인 언니 S도 인상깊었다. 언니는 영국 옥스퍼드 근처가 고향으로, 영국에서 마케팅 쪽 일을 6년정도 하다가, 일하면서 병행했던 봉사활동을 계기로, 아동 인권에 대한 석사로 방향을 틀었고, 곧 보스턴에서 관련 박사를 할거라고 말했다. 멕시코 여행 이후, 엘살바도르로 아동 관련 리서치로 몇 주간 간다고도 말했다. 세상에서 가장 위험한 곳으로 알려졌다는 그 곳에 가면 다행히 센터 사람들이 가드해줄거라고. 이 언니 또한 보스턴-멕시코시티-푸에르토 에스콘디도(puerto escondido: 멕시코의 서핑 휴양지)-엘살바도르-캐나다-보스턴에 이르는 긴 아메리카 여정을 하고 있었다.


언니와 나는 여자에게 가해지는 pressure에 대해 이야기했다. 나는 나의 이야기를, 언니는 여행하다 만났던 콜롬비아 레이디가 넌 언제 결혼하니, 애는 언제 갖니, 몇살인데 남친은 어딨니, 남친한테 결혼하자고 말해야지 라며 각종 시어머니 같은 잔소리를 들은 이야기를 해준다.


언니는 느리게 여행하면서 혼자 많은 책을 읽고, 분위기 좋은 레스토랑에서 와인과 수프를 시키고 레스토랑의 라이브 음악을 들으며 혼자 여행기를 정리하고.. 혼자 어떻게 시간을 보내고 여행을 하면 좋은지를 잘 아는 사람이었다. 언니는 정말 '자신을 잘 아는 사람'이었다. 나는 너무 바쁘게 여행을 다니느라 여행기를 정리할 시간도 없었는데, 자신의 느린 시간을 보내며 여행하는 그녀가 멋졌다.


나는 이런 멋진 여자들을 여행하면서 많이 만났다. 자신을 잘 아는, 그 누구의 압박도 아닌, 누가 시켜서가 아닌, 내가 하고 싶어서, 삶을 살아가는 사람들을 보며 역시, 한국에서 나와야, 이런 사람들을 만나는구나. 내 틀을 깨고 나와야 하는 구나. 생각보다 정말 정말 다양한 삶의 방식이 있음을 느꼈다.


그 누구도 나를 의식하지 않는다. 내가 무엇을 입든 어딜 가든 무슨 짓을 하든 신경쓰지 않는다. 그래서 나는 내가 하고 싶은 대로 산다.


그걸 호스텔에서 조식 먹으면서 느꼈다. 그 단순해보이는 진리가 왜 그렇게도 한국에서는 어려웠는지.


그리고 느낀다. 한국에는 왠만하면 잘 들어가지 않기로 한다. 나와 있어야 하는 내 자신을 알아간다. 내 자신이 원하는 것, 원하는 삶을 아는 것.


멕시코 오아하까에서 우리는 자전거를 타고 돌아다니며 아름다운 야경을 마주치기도 하고, 갑자기 비가와서 자전거를 끌고 급하게 들어간 레스토랑에서 S를 우연히 만나기도 했다. 라이브 음악을 어느 레스토랑이나 바에서 쉽게 마주칠 수 있었던 muy romantico Oaxaca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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