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빠 육아휴직 생활계획표
코로나19로 인해 긴장감 높아지는 호주 소식으로 멀리서 가족과 지인들의 안부가 끊임없이 이어졌다. 안부에 감사하며 서로 어디서든 건강하게 지내다가 만나자고 본론을 마치고 나면 거의 꼭 빠지지 않는 질문이 있다. “그런데 너는 그 많은 시간에 대체 뭐하고 지내니?” 이 질문은 처음에 육아휴직을 결정하고 주변에 알렸을 때도, 도착하여 잘 적응하고 있다고 인사를 나눌 때도, 직접 나를 방문한 친구들을 만났을 때도, 그리고 이곳에서 알게 된 분들과 이야기를 나눌 때도 늘 받아왔던 질문이다.
이 질문은 여러 가지 의미를 내포하고 있다. 나와 어떤 관계인지, 본인의 생각과 가치관이 어떤지에 따라서 다르지만 대부분 이 정도 의미이다. ‘직장 생활하다가 하루 종일 놀게 돼서 좋겠다. 뭐하고 노니?’, ‘백수도 하루 이틀이지, 매일 종일 놀면 지겹지 않을까? 정말 잘 지내고 있는 거야?’ 물론 이 중에는 ‘멘탈 뱀파이어’도 중간중간 숨어 있다. ‘힘들거나 외로운 일 있을 것 아니야. 좋다고만 하지 말고 호주도 별 거 없다는 거 증명해 봐.’
매번 구구절절 설명할 수 없기에 잘 지내고 있으니 걱정은 안 해도 된다는 말로 답변해 왔는데 문득 반대 입장이면 정말 궁금해 할 수 있겠다는 생각이 들었다. 그래서 육아휴직으로 1년을 보낸 지금, 인생에서 처음 맞이하는 요즘의 생활을 정리해 두기로 했다. 나중에 또 질문이 오면 이 글을 공손히 보여드리고자 한다.
일단 노는 것이 내 주 업무가 아니라는 것을 밝히고 싶다. 크게 질문을 한 사람을 두 부류로 나누어 볼 수 있는데 육아와 집안일을 하나도 모르는 사람과 그렇지 않은 사람이다. 특히 전자는 지금 생활을 구구절절 설명해도 한계가 있다. 해본 적이 없어서 육아가 공이 많이 드는 일이라는 것을 상상조차 하기 어렵다. 결국 열심히 설명한 뒤에 돌아오는 대답은 “아, 하루 종일 논다는 거구나, 부럽다.”로 끝난다. 나는 나라에서 1년간 육아휴직 수당을 받으며 아들 육아를 책임지고 파랑의 공부를 지원한다. 아들을 돌보고, 파랑이 집안을 돌아볼 여유가 없을 때 집안이 돌아가도록 챙기는 것이다. 파랑이 여유가 생길 때는 그만큼 나도 여유가 생긴다. 시험이나 과제 기간이라면 이 한몸바쳐 육탄방어를 해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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세상에 제가 쓴 책이 나왔습니다. 애만 만들고 아빠인 척하던 제가 변해가는 이야기입니다. 아닌 척 모른 척했지만 저도 그저 엄마가 애를 키우는 게 당연하다고 생각하며 살았습니다. 저 같은 사람이 많아져서 함께하는 육아가 당연해지는 날을 꿈 꿉니다. 책 표지에 적어 둔 것처럼 인세 수익은 모두 필요한 아이들에게 기부합니다. 다른 욕심 없이 오로지 더 많은 이들에게 전해져서 세상이 변하길 바랍니다. 아이가 있거나 아직 없거나 다 컸거나 심지어 없을 예정이어도 읽으면 좋습니다. 엄마 아빠가 함께하는 육아를 아이와 세상을 살아가는 우리 모두가 이해해야만 바뀌기 때문입니다. 관심과 사랑 부탁드립니다. 필요한 분들에게 전해주시면 감사하겠습니다. 이 순간을 나눌 수 있어서 기쁩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