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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초록Joon Oct 27. 2024

듣기 싫은 말 차단하기

세상이 맑고 밝기만 하다면 온갖 걱정이 사라질 테다. 고민도 없고 불안도 없는 평온한 상태. 주변을 채우고 살아가는 사람 모두 착하기만 해서 불편한 점을 찾아보기 힘든. 웃기 위해 애쓰지 않아도 웃지 않을 일이 없어 멈출 수 없는 미소가 가득한 일상. 공감과 배려가 넘쳐 갈등이라곤 누구도 겪어본 역사가 존재하지 않는. 상상하기 어려울 정도로 현실과 괴리가 큰 저편의 이상은 잡히지 않는 천국과 같다. 바라는 대로 살기 어려운 실제의 삶은 어두운 반대가 즐비하다. 


그나마 혼자 머무는 시간과 공간에서는 평정을 유지하기 쉽다. 가장 다루기 힘든 게 자신이긴 하지만, 그래도 나름대로 어쩔 수 있는 건 나뿐이다. 심호흡 크게 하고 문을 열고 밖으로 나서면 너무도 달라 파악할 수 없는 수많은 각각의 자아와 마주친다. 내 방식으로 남을 이해하는 노력은 헛되다. 그는 내가 아니라는 전제조건 앞에 어떤 확신도 불가하다. 하나 제 팔은 제가 흔들자며 모른 척 등 돌리고 살기엔 또 우리 사이가 꽤 가깝다. 선의로 무장하든, 꼴 보기 싫어 외치든, 내 생각으로 남에게 뭐라 하는 건 통하기 어렵다. 한쪽은 내뱉고 다른 쪽은 받아내며 버티는 상황. 스크린 속에서만 나올법하다고 착각하는 장면이 어제도 오늘도 반복된다.





잔소리 그만해


시작은 선한 마음이다. 귀찮게 하거나 괴롭힐 의도는 전혀 없다. 그저 좀 더 나은 방향으로 진행되길 바라며 한마디 거들뿐이다. 가까운 사람일수록 더 잘 되었으면 하므로 더욱 관심을 두고 전한다. 특히 먼저 해 본 경험이 있다면 빤히 보이는 상황을 눈감고 내버려 두긴 어렵다. 미리 이걸 준비하고 저걸 찾아보면 많은 도움이 되기에 하나라도 더 알려주고 싶다. 아끼는 자세와 보살피는 태도로 부드럽게 다가서지만 받아들이는 처지는 다르다. 애써 뻗은 정성 가득한 손짓이 튕겨지면 안타까움이 앞서면서 조금씩 횟수를 늘리고 강도를 높이게 된다. 이때부터 상대가 원하지 않는 조언은 잔소리로 변하고 만다.


Get off my back!


견디다 못해 듣는 이가 외친다. 허락받지 않고 올라탄 내 등에서 내리라고. 눈을 마주치며 주고받는 말은 대화지만, 다른 이의 등 뒤에서 쏟아붓는 말은 참견이다. 결국 이래라저래라 간섭하지 말고 내버려 두란 일침으로 되돌려 받는다. 담긴 내용이 설령 옳은 것일지라도 알아서 할 테니 그만해 달라고. 좋은 마음을 품고 고민해서 조심스럽게 다가서는 등 뒤의 사람은 멈칫한다. 이렇게까지 성가시게 할 생각은 없었는데. 주로 함께 지내는 가족이나 자주 보는 친구인데, 여기서 멈춰야 하나 고민된다. 대부분은 소중하게 여길수록 그만두지 못하며, 널 위한답시고 다시 한마디를 더 붙이고 만다. 





날 자극할 수 없을 걸


'모두 널 위한 거야'로 시작되는 잔소리 부스트업 단계. 이제부턴 1 더하기 1이 2라고 해도 의미가 없다. 전달하려는 정보와 무관하게 반감만 세질 뿐이다. 당연한 말도 싫고, 몰랐던 말도 싫고, 틀린 말도 다 싫다. 귀에 들어오는 단어와 문장 하나하나 몽땅 귀찮다. 언제까지 계속되려나 싶어 눈치를 살피니 듣는 척을 해야 끝날 판이다. 그런데 어쩌나. 말하는 게 당신의 자유라면 듣기 싫은 것도 마찬가지인 것을. 끊임없이 반복하다 보면 포기하고 들어줄 거라고 믿는 모양인데 어림없는 소리. 흘려듣기라면 하루 종일도 할 수 있거든.


You can’t get under my skin. 


무언가 내 피부 아래로 파고든다고 상상해 보자. 얼마나 거슬리고 짜증이 나며 끔찍할까. 온 신경이 불편함으로 물들어 나가떨어질 테다. 손톱 밑에 모래만 끼어도 어쩔 줄 몰라서 바로 털어내야만 한다. 충고로 가득한 폭탄을 던지는 상대가 원하는 게 그런 상황이다. 듣다 듣다 불편하면 자기 말에 귀 기울일 거라는 판단. 꿋꿋이 버티면서 흔들리지 않는 게 중요하다. 속으로 애국가를 4절까지 부르든, 귓등으로 듣든, 집중하지 않으면 된다. 무슨 짓을 해도 자극할 수 없다는 선언으로 강하게 나가자. 





제 얼굴에 침 뱉기


점점 한계가 다가온다. 강적을 만났다. 도통 멈출 생각이 없다. 곱게 시작했던 따뜻한 말투는 사라지고, 흠집을 내기 위해 날카로운 말본새로 둘러싸서 뾰족하게 찔러댄다. 앞뒤도 맞지 않은 채 끈질기게 억지를 고집하는 모습이 추하다. 듣지 않겠다면 상처라도 내서 흔적을 남기겠다는 못난 마음이 힘들다. 서로 괴롭지 않게 각자 알아서 하면 될 것을 어찌 이렇게 한쪽을 강요하는 걸까. 그렇게 잘 아는 분이라면 본인의 물고 늘어지는 훌륭한 자태부터 수습해야 할 텐데. 참을 만큼 참았다. 모두 돌려줄 차례다. 이럴 땐 다소 유치하게 간다. 어처구니가 없어서 정신이 번쩍 들도록.


I’m rubber and you’re glue. 


알 만한 사람은 아는 최고의 방어 유행어. 바로, '반사'와 같은 뜻이다. 고무와 풀이 어떻게 그럴 수 있을까. 나는 모든 걸 퉁겨내고 너는 착착 달라붙게 만들기 때문이다. 네가 뭐라고 하든 그 말은 너에게 다시 돌아간다는 기가 막힌 원리. 남에게 뱉는 침이 멀리 가지 못하고 제 얼굴로 향하고 말 테니 쓸모없는 짓을 멈추라고 알려준다. 활용 포인트는 얄미운 리듬 타기. "난 고무고 넌 풀, 그러니 모두 반사!" 내게 돌아와 화살이 될 말이라면 남에게 던지면 안 된다. 자신도 잘 못하는 걸 타인에게 요구해도 안 되고. 신경 쓸 여유가 있다면 먼저 스스로 돌아보자. 각자만 잘 챙기면 서로를 긁어대는 쓸데없는 말이 확 줄지 않을까.





오늘의 근본 없는 영어 3가지


Get off my back!


You can’t get under my skin.


I’m rubber and you’re glue.








<Prologue>

<Interlude>

<Epilogue>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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