라떼는 말이야. 좋을 대로 해!
서로 다른 생각을 가진 사람과 이야기를 나누는 것은 쉬운 일이 아니다. 무언가 합의를 도출해내야 하는 상황이라면 많이 끔찍하다. 그냥 양보하고 순순히 의견을 따라줄까 싶다가도 터무니없는 말들을 들으면 없던 고집도 생긴다. 조금이라도 이 간극을 좁히기 위해 각자의 생각을 열심히 상대방에게 전하는 시간을 오래 가졌다. 고개도 끄덕이고 이해하겠다고 맞장구도 치며 어느 정도 서로에게 다가간 분위기다. 이제 결론을 내려야 할 시간이다. 과연 우리는 모두가 만족할 만한 결과를 이끌어 낼 수 있을까?
연장자이자 선배인 상대방이 마무리를 짓는다. 우리가 나눈 이야기를 깔끔하게 요약해서 공유한다. 빠짐없이 들어있다. 좋은 결과가 나올 것 같다.
주고받은 이야기의 결론을 낼 때 자주 쓰는 말이다. '결과적으로, 결국 가장 중요한 것은'와 같은 뉘앙스라고 이해하면 되겠다. 그런데... 엥? 그 뒤에 이어져 나오는 결론이 얼토당토않다. 빙빙 돌아 이야기하는 내용이 결국 자기 이야기대로 하자는 거다.
어이가 없어서 이건 아니지 않냐고 반문한다. 이러니 저러니 핑계를 줄줄 늘어놓는다. 이에 조목조목 이유를 들어 반박한다. 그는 점점 얼굴이 벌게지더니 결국 최강 멘트를 뱉는다.
오 마이 갓! 이 말로 시작해서 좋게 끝난 적이 없다. 옛날 옛적에는 선배가 하자는 대로 무조건 해야 했고, 토 다는 것은 상상도 못 했고 블라블라... 그럴 거면 도대체 왜 회의를 했지? 그냥 처음부터 당신 마음대로 하시지.
이대로 눈 뜨고 순순히 당할 순 없다. 나도 반격이다. 'It was back in your day. (그건 당신 옛날 적이고요.)'로 말을 시작한다. 일을 하는 회사에서 조선시대적 고인 물 관습을 들이대다니.
그런 것들은 전혀 신경 쓰지 않는다고 확실하게 이야기해준다. 그 이상 관심이 더 없을 수 없다는 말이니 '관심 없어, 상관없어'가 되겠다. 대충 우겨서 넘어가려던 능구렁이 같던 그의 눈에 다시 불이 들어왔다. 이야기는 다시 원점이다. 오늘 집에 갈 수 있을까?
집에서든 직장에서든 언제나 의견을 나누고 서로 물어보기 마련이다. 이렇게 하면 어떨까? 저렇게 하면 어떨까? 본인의 생각대로 정해지면 좋겠지만 혼자서 결정할 수 없다. 완벽한 해답이나 정답이 없기에 결국 조율하고 타협해야 한다. 가끔 이런 대화 속에 내 의견을 묻는 사람의 의도가 뻔히 보일 때가 있다. 이때 던져지는 답정너(=답은 정해져 있고 너는 대답만 하면 돼) 질문에 대한 대답을 어떻게 해야 할까?
딱 들었을 때 말이 안 되는 이야기다. 너무 확실하다고 우겨대서 대충 안된다고 하면 못 알아들을 것 같다. 제대로 강하게 안된다고 해줘야겠다.
한국말로 치면 ‘내 눈에 흙이 들어가기 전에는 안 된다’는 말이다. 나 죽기 전엔 절대 절대 안 된다.
이번에도 별로 마음에 드는 이야기가 아니다. 근데 뭐 대세에 크게 지장은 없을 것 같다. 아까 세게 이야기한 것도 있으니 대충 동의해 주자.
‘너에게 맞춰서 해라’라는 뜻으로 너 좋을 대로 하고 싶은 대로 해라는 말이다. 100% 동의는 안 하지만 정 그렇다면 해도 된다 정도가 되겠다.
이건 좀 아닌 것 같아서 여러 번 이야기해줬다. 그런데 아무리 이야기해도 하고 싶은 대로 하겠다고 한다. 이 상황이 너무 힘들고 지친다. 그럴 땐 이렇게 외치고 자리를 빠져나오자.
‘내가 졌으니, 네 마음대로 해라!’ 한마디로 '네 팔뚝 겁나 굵다, 너 잘났다 정말'로 쏘아주는 말이다. ‘답정너’에겐 이길 수 없다. 그냥 신경 안 쓰는 게 답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