나무와 나무 사이로
비올라 선율 같은 바람이 일고
노을이 내려와 앉는 그 시각
산책길목 사과밭 앞에서 서성인다
내 것이 아니어도
하나쯤 따서 베어 물고픈 황홀한 욕심
태초의 그녀가 꾐에 빠져들었듯
내 귓전에도
새콤한 탐스러움이 수런댄다
나는 바람이 떨어뜨린 사과를 하나 주웠다
까치는 나뭇가지에 매달린 그것을
쪼아댄다
누구의 양심이 더 붉은 지, 더 무거운지
서로 묵인하고 만다
베어 문 가을이 상큼해서
나무 아래 노을을 움켜쥔 내 손은 빨갛고
나무 가지 위에 올라앉은 까치의 부리도 빨갛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