삶의 흔적, 나눔
숲속에 통나무집을 짓고 있는 친구에게 들렀다
대패질을 하는 그녀의 발아래로 톱밥이 쌓인다
가을 하늘처럼 고운 나무의 살점에서 향기가 난다
뿌리 채 뽑힌 몸집 큰 통나무는
서까래가 되고 기둥이 되어
집을 반듯하게 받들고 살 것이다
그 몸에서 떨어져 나온 나무의 흔적들은
어느 집 아궁이에 불꽃을 피울
불쏘시개로도 쓰이겠다
다 타버린 한 줌의 재,
어린 나무 아래 뿌려져
거름이 될 것이라 생각하니
아,
죽은 나무는 그냥 죽는 것이 아니었다
사는 동안
어떻게 살 것인가만 중요했을 뿐
내 몸이 쓰러져 나무처럼 된다면
어떻게 쓰일까를 생각해본 적 없다
누구에게 무엇인가 되어줄 수 있다는 건
나무 같은 향기를 담고 살아야 한다는 것이다
나누며 살겠노라, 먼저
기도를 해야 한다.
나무처럼
집이라도 받들고 살 수 있다면