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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혜솔 Apr 05. 2024

하얀 기억

나는 아홉 살이었지

엄마가 만들어준 옥수수 빵으로 저녁을 먹고 

달콤하게 잠들었던 밤

아버지는 동생을 안고 눈밭으로 뛰어나왔다

작은 몸뚱이가 눈 위에 뉘어졌다

뺨을 꼬집고 등을 두드려도 의식이 없었다

손가락을 깨물면서 안간힘을 쓰는 새벽 

눈발은 계속 날리고 있었다

제 발로 걸어 나온 나는

비틀거리며 동생 옆에 주저앉았다, 눈사람처럼

순간 동생이 신음소리를 냈다     


가을비가 내린다

에그 치즈 파니니는 브런치 타임의 슬픔이야

느닷없는 중년의 혀 놀림에

생의 구 페이지가, 하얀 이미지가, 

씹히기 시작한다. 말랑말랑 

씹히는 것들 속으로

눈밭에 앉아 토해내던 그 밤의 설움도

하얗게 누웠던 아이의 신음도 

구들장을 비집고 나온 손님도

사라져 간다     


그날 밤 많은 눈이 내렸고 

동생은 살아났고 

아버지는 안도의 큰 숨을 쉬었는데

나는 왜 서럽게 울어댔는지 모르겠다     


어디쯤에 와있는 걸까

팔랑팔랑 걸어가고 싶은 이 가을과

그 겨울 사이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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