나는 아홉 살이었지
엄마가 만들어준 옥수수 빵으로 저녁을 먹고
달콤하게 잠들었던 밤
아버지는 동생을 안고 눈밭으로 뛰어나왔다
작은 몸뚱이가 눈 위에 뉘어졌다
뺨을 꼬집고 등을 두드려도 의식이 없었다
손가락을 깨물면서 안간힘을 쓰는 새벽
눈발은 계속 날리고 있었다
제 발로 걸어 나온 나는
비틀거리며 동생 옆에 주저앉았다, 눈사람처럼
순간 동생이 신음소리를 냈다
가을비가 내린다
에그 치즈 파니니는 브런치 타임의 슬픔이야
느닷없는 중년의 혀 놀림에
생의 구 페이지가, 하얀 이미지가,
씹히기 시작한다. 말랑말랑
씹히는 것들 속으로
눈밭에 앉아 토해내던 그 밤의 설움도
하얗게 누웠던 아이의 신음도
구들장을 비집고 나온 손님도
사라져 간다
그날 밤 많은 눈이 내렸고
동생은 살아났고
아버지는 안도의 큰 숨을 쉬었는데
나는 왜 서럽게 울어댔는지 모르겠다
어디쯤에 와있는 걸까
팔랑팔랑 걸어가고 싶은 이 가을과
그 겨울 사이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