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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혜솔 Apr 03. 2024

사과 밭에서

나무와 나무 사이로 

비올라 선율 같은 바람이 일고

노을이 내려와 앉는 그 시각 

산책길목 사과밭 앞에서 서성인다     


내 것이 아니어도 

하나쯤 따서 베어 물고픈 황홀한 욕심

태초의 그녀가 꾐에 빠져들었듯

내 귓전에도

새콤한 탐스러움이 수런댄다   

  

나는 바람이 떨어뜨린 사과를 하나 주웠다

까치는 나뭇가지에 매달린 그것을

쪼아댄다

누구의 양심이 더 붉은 지, 더 무거운지

서로 묵인하고 만다 

베어 문 가을이 상큼해서   

   

나무 아래 노을을 움켜쥔 내 손은 빨갛고

나무 가지 위에 올라앉은 까치의 부리도 빨갛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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