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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미쓰롱썸 Sep 07. 2016

내가 먹은 쌀국수는 북부식일까 남부식일까?

본격 베트남 음식 탐구. 쌀국수에 대해 알아보자

베트남 음식에 대해 관심을 가지기 전까지는, 쌀국수는 그냥 다 같은 쌀국수였다. 북부식/남부식, 소고기/닭고기 같은 분류는 상상도 하지 않았다. 내가 한국에서 먹어보았던 쌀국수는 항상 msg로 맛을 낸 국물에 인색하게 올라간 얇은 소고기 몇 장과 아기 주먹으로 움켜쥔 정도의 숙주가 고명으로 올라간 정도였다. 요즘은 베트남 쌀국수가 한국에서 유행한 지 어느 정도 되어서인지 꽤나 그럴싸한 쌀국수를 하는 집들이 연남동 같은 신문물이 들어오는 동네(!)에 생겨나는 것 같긴 하더라.


서울 우리 동네에 쌀국수 집이 생겼다. 3500원이라는 저렴한 가격에 한 끼를 적당히 배불릴 수 있어서 종종 식사를 하곤 하는데, 과연 이곳의 쌀국수는 이름답게 정말 남부식이었을까? 우선 쌀국수가 언제부터 먹게 된 음식이고, 어디가 원조인지(!), 지역에 따라 어떻게 다른지 하는 것들을 알아보고난 뒤 그 답을 알아보도록 하자.



늘 그렇듯 우리는 위키에서 답을 찾을 것이다...

https://en.wikipedia.org/wiki/Pho

직접 읽고 싶다면 위의 링크를 클릭




쌀국수 언제부터 먹기 시작했을까?

생각보다 쌀국수(Pho)의 역사는 그리 길지 않다. 우리의 김치가 그러하듯. 지금은 김치 없이 한국 음식을 이야기할 수 없지만, 지금의 고춧가루가 듬뿍 들어간 형태의 김치는 생각만큼 그리 오래되지 않았다는 이야기를 들었다. 베트남의 쌀국수도 그러하다. 농경 위주의 사회 베트남에서 소는 오랜 기간동안 농사를 짓는 일꾼이었지 정육점에 걸려있을 고기가 아니었다. 그러니 소고기로 국물을 내는 쌀국수가 이들의 주식으로 자리하게 된 것은 그리 오래되지 않은 문화일 수밖에.


쌀국수의 역사는 200년도 채 되지 않았다. 20세기 초 북부 하노이에서 처음 시작되어 베트남 전쟁 이후 난민들에 의해 전 세계로 퍼지게 되었고, 오늘날은 전 세계인이 즐기는 음식이 되었다.


원래 쌀국수는 해 질 무렵이나 새벽녘 먹던 길거리 음식이었다고 한다. 1920년대에는 시나몬, 팔각, 소두구, 정향 등의 향신료와, 참기름, 두부 등을 넣어 국물을 내어 만들었는데, 이는 오늘날 우리가 먹는 것과는 조금 다르다는 것 같다. 1930년대에 익지 않은 소고기를 넣어 만든 Phở tái가 나왔고, 1939년 당시 월요일과 금요일에는 소고기가 판매되지 않은 탓에 처음으로 닭고기 쌀국수가 등장하였다.




남부 쌀국수(phở Sài Gòn)와 북부 쌀국수(phở bắc) 어떻게 다른 걸까?



1954년 베트남 전쟁의 발발로 백만 명이 넘는 북부 베트남 사람들이 남부로 피난을 가게되었다. 북부에서 남부로 옮겨간 것은 사람만이 아니었다. 당시 남부에서는 쌀국수를 먹는 문화가 널리 퍼져있지 않았는데, 피난 과정에서 북부의 쌀국수 문화가 남부에까지 전달되었다. 이 때 라임, 숙주, 쿨란트로, 시나몬 바질, 호이신 소스, 칠리소스와 같은 다양한 재료들이 곁들여지면서 중남 부식의 독특한 쌀국수가 생겨나게 된 것이다.


북부에서 쌀국수는 아침, 점심, 저녁 언제 먹어도 이상하지 않을만큼 언제든 즐길 수 있는 음식으로, 납작하고 넓은 국수 면과 파가 많이 들어있는 것이 특징이다. 같이 곁들이는 것은 기껏해야 라임, 식초, 피시소스, 칠리소스 정도로 단순하다.

(+생강을 넣는 것도 북부만의 특징이라고 들었다)


북부쌀국수(phở bắc) 구글 이미지





하루 중 어느 때나 쌀국수를 먹는 쌀국수의 본고장과는 달리, 남부에서는 아침이나 점심으로만 쌀국수를 먹는 편이라 한다.(호치민에 가보지 않았으니 확인되지는 않았다.) 국물은 일반적으로 조금 더 달고, 앞에서 말한 것처럼 라임, 숙주, 쿨란트로(실란트로와는 다르다!), 타이/아시안 바질, 호이신 소스, 스리랏차 같은 칠리소스 등을 함께 곁들여 먹는다.


남부쌀국수(phở Sài Gòn) 구글 이미지


쌀국수에 들어가는 고기의 익힌 정도를 선택할 수 있다고?


북부에서 남부로 쌀국수 문화가 전달되면서 단순히 곁들이는 야채나 소스만 달라진 것이 아니다. 고기의 조리방법도 영향을 받았다. 이전에 존재하던 익히지 않은 소고기를 올리는 Phở tái 와는 달리 완전히 익은 고기를 넣는 phở chín 이 새롭게 등장하여 인기를 얻게 되었다.


스테이크 굽기도 아니고, 쌀국수에 들어가는 고기의 익힌 정도를 정할 수 있다니! 아무것도 모를 때(불과 며칠 전) 까막눈이라 메뉴판을 놓고도 메뉴를 이해하지 못해서 웬 쌀국수집 메뉴판에 이렇게 많은 메뉴가 적혀있나 했었다. 돌이켜 생각해보건대 다 익힌 고기가 들어가는 쌀국수, 안 익힌 고기가 들어가는 쌀국수, 짬짜면 같이 은혜로운 반반씩 들어가는 쌀국수가 아니었나 싶다. (그런 선택이 있다는 건 구글로 검색해봤지)



   (좌) Phở tái (구글 이미지)                                (우) phở chín (구글 이미지)                                                                                    





언제부터 쌀국수에 튀긴 빵을 담가 먹었을까?

하노이에서는 꿔이 quẩy라고 불리는 쌍쌍바처럼 생긴 튀긴 빵을 쌀국수 국물에 불려 먹는다. 딱 우동에 띄워진 튀김 같은 느낌이다. 꿔이를 먹게 된 것은 베트남 전쟁과 깊은 관련이 있다고 한다. 베트남 전쟁 이후 고기와 같은 식량이 부족한 시기에 국물을 고기 대신 msg만으로 내어 빵이나 찬밥 같은 것을 함께 먹었는데 이것이 오늘날 쌀국수에 넣어 불려 먹는 꿔이 quẩy의 유래다.


쌀국수와 꿔이(quẩy) 이미지 재탕 삼탕...






그래서, 우리 동네 쌀국수는 북부 식이야 남부 식이야?

3500원짜리 우리 동네 쌀국수는 굳이 따지자면 남부식이라기보다는 북부식에 가깝다. 그러나 그 흔한 라임이나 고수도 없고, 국물에 잠깐만 담갔다 빼도 입이 얼얼해지는 베트남 고추도 없는 걸로 보아 북부식이라기보다도 한국식에 가깝다고 할 수 있지 않을까?


이 곳 하노이에서 쌀국수는 기껏해야 한화로 따졌을 때 3천원 정도이다. 3천원 짜리 쌀국수는 상당히 비싼 축에 속한다. 그러나 맛은 서울에 있는 3500원짜리에 비할 바가 아니다. 서울로 돌아간 뒤에 이 곳에서 먹은 터무니 없는 가격의 베트남 음식이 그리워질 것이 벌써 걱정된다. 장을 볼 때면 식재료 물가에 깜짝깜짝 놀라며 요리 욕구를 불태우다가도, 밖에서 파는 천원 이천원짜리 음식을 먹으면 차마 이런 음식을 먹어보는 기회를 놔두고 요리를 하는 건 바보같은 짓이라는 생각이 든다.


그래서 오늘 저녁엔 무엇을 먹을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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