그럼 100년 후엔 어떻게 돼요? 계속 자라요?
그렇게 물어온 건 윤하나가 처음이었다. 선교활동의 일환으로 방생할 자라를 구입하기 위해 양어장을 찾은 그녀는 오정규의 눈을 바라보며 진지하게 물었다. 그 순간 오정규는 오래전 양어장에 도착했을 때 느꼈던 안도감과는 또 다른 친숙한 감각이 물결처럼 밀려드는 것을 느꼈다. 이후 오정규는 그때 자신이 뭐라고 대답했는지 여러 번 상기해 보려 노력했으나 번번이 실패했다. 그저 100년 후 자라의 생을 순수하게 궁금해하는 그녀의 얼굴만이 낙인처럼 선명히 남았다.
윤하나와 살을 맞대고 산 20여 년은 넘볼 수 없는 시간을 자꾸만 욕심내게 만드는 세월이었다. 100년이란 어떤 시간일까. 앞으로 딱 40년만 더 버티면 닿을 수 있는 시간. 마음먹는다고 해도 누구나 당도할 수는 없는 시간. 오정규는 그 시간을 버티고 버텨서 윤하나를 만나면 알려주고 싶었다. 자라는 정말로 계속 자라더라고. 지치지도 않고 슬퍼하지도 않고 여전히 강한 채로 그렇게, 한 세기를 다 살아내더라고. 그리고 자신 있다는 듯이 다음 세기를 살아갈 기세였노라고.
오정규는 부화장으로 발걸음을 옮겼다. 울고 싶을 때마다 오정규는 부화장에 갔다. 어떤 날은 하루에도 여러 번 부화장을 찾았다. 문을 열자 후텁지근한 열기가 거대한 품처럼 그의 몸을 감쌌다.
윤하나가 퇴원한 지 4개월 만에 심정지로 다시 병원에 실려 갔을 때도 오정규는 부화장에 있었다. 온도와 습도를 확인하고 막 인큐베이터를 열려던 참에 병원으로부터 연락을 받았다. 죄송하지만, 하고 어렵게 운을 떼는 수화기 너머의 목소리를 듣는 순간 오정규는 마침내 그분이 윤하나의 영혼을 거두어 갔음을 짐작했다. 인간이 할 수 있는 게 없었노라고 덧붙은 말에 오정규는 보일 리가 없다는 걸 알면서도 아주 천천히 고개를 주억거렸다.
이따금 어디서부터 그렇게 거대한 감정이 굽이치는지 알 수 없었다. 당신이 거기서 행복하다는 걸 알아. 오정규는 이를 악물고 곱씹듯 말했다. 오정규는 신보다도 신에 대한 윤하나의 믿음을 믿었다. 어떤 믿음은 사랑의 형태로 시작되기도 하는 거였다. 오정규는 몸을 떨며 울었다. 얼굴을 감싼 채 막힌 숨을 끊어가며 들이마셨다. 실컷 울고 나면 그래도 얼마간은 나아질 것이다. 그때 부화기 안에서 톡, 하는 소리가 났다. 예정대로라면 이틀 뒤부터 부화가 시작되어야 했다. 톡. 톡톡. 오정규는 고개를 들었다. 성질이 급한 녀석은 언제나 있었다. 예정일보다 빠르게 세상 밖으로 고개를 내미는 녀석들이. 오정규는 한쪽 무릎을, 곧 반대쪽 무릎을 세웠다. 인큐베이터 안을 보니 이미 알을 깨고 나온 새끼 자라 한 마리가 뒤집힌 채로 바둥거리고 있었다.
힘내. 힘내라.
오정규는 저도 모르게 속으로 외쳤다. 녀석은 한참을 허우적거리다가 이내 몸을 뒤집었다. 까맣고 작은 눈이 이쪽을 향해 있었다. 오정규는 젖은 뺨을 문질러 닦았다. 인큐베이터 앞에 붙여둔 달력에 그려진 커다란 동그라미가 눈에 들어왔다. 그 안엔 빨간 글씨로 ‘부화’라고 힘주어 적혀 있었다. 오정규는 그걸 다른 단어로 잘못 읽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