집에 유자나무가 한 그루 있다. 말이 나무지 가느다란 줄기에 작은 잎사귀들을 매달고 있는 보잘 것 없는 화분이다. 바람만 잘 통하면 일 년에 네 번 꽃을 볼 수 있대서 집 근처 꽃집에서 데려온 아이인데 하얗게 매달렸던 꽃들이 다 지고 난 후 작은 귤처럼 새파란 열매들이 무성하게 달리기 시작했다. 열매들은 하루가 다르게 생겨나고 커져서 급기야 나무가 그 무게를 감당하지 못하고 휘어졌다. 보다 못해서 나뭇가지를 주워다가 지지대를 만들어 축 늘어진 줄기를 세워 주었다. 나무는 여전히 주렁주렁 열매를 달고 있지만 지지대 덕에 한결 힘을 받은 줄기는 바람이 센 날도 제법 꼿꼿하게 버티고 서 있다.
사람이 사는 것도 유자나무 같다. 삶이 내가 감당할 무게를 넘어서 버리면 나는 휘청거리고, 꽃 한 송이 피워 낼 기운도 차릴 수가 없다. 그런데 휘청거리다 기울어지다 뿌리마저 뽑혀나갈 것 같은 아슬아슬한 순간 누군가가 따뜻한 손을 내밀어 나를 끌어당겨 주면 기가 막힌 탄성으로 내 자리로 돌아올 수 있다.
살아간다는 것은 서로에게 등을 기대고 삶의 무게를 조금씩 덜어내며, 그렇게 지지하고 하루하루를 걸어가는 것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