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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홍선표 May 02. 2022

이순신의 애독서 <오자병법>에 담긴 불패의 비결 3가지

신분과 출신에 상관없이 성과에 따라 파격적으로 보상하라!

“죽고자 하며 살 것이오. 살고자 하면 죽을 것이다.”


‘필사즉생(必死則生) 필생즉사(必生則死)’, 여덟 글자의 한문을 풀어낸 이 말은 많은 분들에게 익숙한 말인데요. 이순신 장군을 다루는 드라마, 영화, 소설, 웹툰이라면 반드시 등장하는 말이기 때문이죠.


이 말은 명량대첩을 하루 앞둔 1597년(정유년) 음력 9월 15일, 이순신 장군이 휘하 장수들 앞에서 했었던 말인데요. <난중일기>에는 그 모습이 이렇게 기록돼 있습니다.


여러 장수를 불러 모아 약속하며 말하기를, “병법에서 말하기를, ‘반드시 죽고자 하면 살고, 반드시 살고자 하면 죽는다’고 했다. 또 말하기를 ‘한 명의 사나이일지라도 좁은 길목을 지키면, 천 명의 사나이라도 두렵게 할 수 있다’고 했다.”


“지금 우리를 두고 말하는 것이다. 너희 각각의 여러 장수가 조금이라도 명령을 어긴다면, 곧바로 군율에 따를 것이다. 조금도 너그러이 용서치 않을 것이다”라고 했다. 두 번 세 번 거듭 엄격하게 약속했다.



단 열세 척의 배를 이끌고 수백 척의 적군과 맞서, 나라의 명운을 건 승부를 벌여야 했던 이순신. 그가 여러 부하 장수들 앞에서 이 말을 할 때 어떤 심정이었을지, 한국인이라면 누구나 쉽게 짐작할 수 있을 거라 생각합니다.


그리고 이순신은 이 같이 말하며 자신이 ‘필사즉생 생즉필사’라는 말을 한 병법서에서 가져왔다고 이야기하고 있습니다. 많은 분들이 알고 계셨던 것과는 달리 이 말 자체는 이순신 장군이 만든 말이 아니었죠.


이순신은 ‘필사즉생 필생즉사’라는 문장뿐 아니라 ‘한 명의 사나이일지라도 좁은 길목을 지키면, 천 명의 사나이라도 두렵게 할 수 있다’(일부당경 족구천부‧一夫當逕 足懼千夫)라는 말도 이 병법서에서 가져와 말하고 있죠.


이순신 장군이 명량대첩 전날 부하 장수들 앞에서 말한 이 병법서는 중국 춘추전국시대의 명장 오기가 쓴 <오자병법>(吳子兵法)입니다. 지금으로부터 대략 2400여년 전에 쓰인 책이죠.


<손자병법>은 모르는 분이 없지만 <오자병법>은 처음 들어보시는 분들이 대부분이실 텐데요. 하지만 이 <오자병법>은 <손자병법>과 더불어 동양 병법의 양대산맥으로 불려 온 책입니다. 두 병법서를 합쳐 <손오병법>이라고 부르기도 하죠.



이순신 장군을 비롯한 조선의 무관들이라면 누구나 이 <오자병법>을 읽고, 그 내용을 이해했어야만 했습니다. 무과 필기시험 과목에 이 <오자병법>이 포함돼 있었기 때문이죠. 


<오자병법>의 저자 오기(吳起)는 대략 기원전 440년에 중국 위나라에서 태어난 인물이었는데요. 불패의 장군이라는 말이 오기만큼 잘 어울리는 인물도 없을 겁니다.


사서의 기록에 따르면 그는 살아생전 큰 전투만 모두 일흔여섯 번 치르면서, 예순네 번 대승을 거두고, 나머지 열두 번은 지지 않고 방어하는 데 성공합니다. 이 모든 전투를 훗날 천하를 통일하는 서방의 강국 진(秦)나라와 벌였는데 말이죠.


기원전 393년에는 자신이 이끈 5만 명의 위나라 군대로 진나라의 50만 대군을 궤멸시키며, 진나라를 멸망 직전까지 몰아넣기도 했었죠.



천하를 떨게 만든 불패의 장군, 오기


이 같은 불패의 명장 오기에 대한 당대와 후세의 공통된 평가가 하나 있습니다. 바로 그가 말단 병사들과 똑같이 먹고, 자고, 훈련받고, 싸운 장수였다는 내용입니다.


중국 전국시대를 다룬 여러 사서들에는 병사들이 밥을 다 먹고 나서야 남은 밥을 먹고, 병사들이 모두 잠든 뒤에야 병사들과 똑같은 잠자리에서 잠을 청하는 대장군 오기의 모습이 그려져 있죠. 


연저지인(吮疽之仁)이라는 고사성어가 있습니다. 한 장군이 부하 병사의 몸에 난 종기를 직접 입으로 빨아서 고름을 뽑아낸 일화에서 유래된 사자성어인데요. 


윗사람이 부하를 극진히 사랑한다는 뜻으로 쓰이는 사자성어죠. 이 고사성어의 주인공이 바로 오기이고요.


항상 모든 일에 앞장서서 솔선수범하고, 특권을 누리려 하지 않으며, 공은 부하들에게 돌리고, 책임은 자신이 지는 리더. 시대를 막론하고 모두가 원하는 리더상이라고 할 수 있는데요.


이순신 장군이 <오자병법>을 평생에 걸쳐 애독했던 것도 오기야말로 자신이 본받아야 할 지휘관의 전형이라고 생각했기 때문이라고 생각됩니다.



노나라에서 처음 장군의 자리에 오른 오기는 이후 위나라로 옮겨 그곳에서 대장군의 자리에 오르는데요.


대장군이 된 오기가 가장 먼저 한 일은 군대 내의 특권과 차별을 없애는 일이었습니다. 신분 질서가 엄격하고, 소수의 귀족이 모든 권력과 영예, 물질적 자원을 독점하던 시기에 그 누구도 상상할 수 없었던 파격적인 정책을 잇달아 내놨습니다.


“주군께서는 공이 있는 모든 사람은 왕실 사당 앞으로 초대해 잔치를 베푸시고, 공이 없는 사람도 격려해주십시오.”


<오자병법>에서 오기가 말하는 전투에서 반드시 승리하는 비법입ㄴ다. 위나라의 군주인 위무후의 물음에 오기가 답한 내용이죠.


오늘날에 와서 보면 고생한 사람들을 위한 격려 파티를 열라는 말 정도로 느껴지실 수 있지만 오기의 시대에 이 말이 갖는 의미는 그리 가볍지 않았었습니다. 당시로선 신분제 사회의 철벽 같은 금기를 깨뜨리자는 말이었죠.


(지금 이 글은 홍선표 레드브릭 대표의 뉴스레터 <홍자병법>으로 보내드렸던 글을 그대로 옮긴 글입니다. <홍자병법>을 구독하시면 지금 이 글과 같은 고급지식을 편하게 받아보실 수 있습니다.)



신분이 아닌 성과에 따라 보상하라


오기가 활동하던 전국시대 초엽만 해도 전쟁터의 주인공은 귀족이었습니다. 전차에 올라타 싸우거나 그 주변을 호위하며 전선을 누비는 무사들은 모두 대부(大夫) 혹은 사(士)라는 귀족 계급 출신이었죠.


평민 계급 출신의 일반 병사들은 전차 옆에서 싸울 수조차 없었습니다. 이들에겐 그저 자질구레한 잡일들만 주어졌을 뿐이었는데요. 


그렇기에 하급 병사들에겐 전쟁터에서 공을 세울 기회 자체가 없었고, 혹여나 전공을 세운다고 해도 그 어떤 보상도 주어지지 않았습니다.


대장군이 된 오기는 이 같은 귀족 중심의 군대 조직을 뒤흔들어버립니다. 평민 계급으로 구성된 무졸(武卒)이란 새로운 중보병 병종을 만들어낸 것이죠. 


이들 무졸은 창과 방패, 칼, 쇠뇌 등으로 무장하고 등에는 식량을 짊어진 채 전선으로 행군하는 정예 중보병이었습니다. 귀족들로 구성된 기존의 무사 집단과는 확연히 구별되는 집단이었죠.


이처럼 평민 계급의 병사들을 군대의 주력으로 키워낸 오기는 이들에게도 귀족들과 똑같이 전공에 따른 보상을 제공합니다. 파격적으로요.



앞서 그가 전투에서 공을 세운 이들 모두를 왕실 사당 앞으로 초대해 연회를 베풀자고 왕에게 말하는 모습을 보셨는데요. 


원래 왕실 사당은 일반 평민은 감히 접근조차 할 수 있는 신성한 공간이었습니다. 왕족과 귀족들 중에서도 지체 높은 일부만이 발을 디딜 수 있는 공간이었죠.


전쟁에서 공을 세운 자라면 귀족이든 평민이든, 신분에 상관없이 모두 불러 왕이 직접 연회를 베풀어야 한다는 말은 전쟁에서 공을 세웠다면 그가 누가 됐든 보상을 제공해야 한다는 뜻이죠. 


오기의 조언을 들은 위무후는 그의 말을 따르는데요. 위무후는 전쟁에 참가한 군인들을 위해 왕실 사당 앞뜰에 자리를 마련하고 잔치를 열었습니다.


잔치에 참석한 군인들은 자신들의 군공에 따라 세 등급으로 나뉘어 대접받았습니다. 


공이 가장 큰 사람 앞엔 가장 좋은 음식과 술이 놓였고, 작은 공을 세운 사람은 이보다는 조금 못한 음식과 술을, 그리고 공을 세우지 못한 사람은 평범한 음식과 술을 대접받았습니다.


(IT/스타트업 전문매체 <아웃스탠딩>에 기고했던 전체 글)



평민 출신의 말단 병사라고 해도 전투에서 공을 세우기만 한다면 가장 앞줄에 앉아 가장 좋은 음식과 술로 최고의 대접을 받을 수 있었던 것이죠. 


연회가 끝난 뒤에는 다시 전공에 따라 차등적으로 전쟁에 참가한 군인과 그 가족들에게까지 상을 내렸습니다.


과거에는 오직 귀족 계급 출신의 무사들에게만 주어졌던 보상을 미천한 계급 출신의 말단 병사들에게까지 제공했던 거였죠.


신분이 아닌 성과와 공헌에 따라 보상한다는 오기의 정책은 여기에서 그치지 않았습니다.


“궁중의 신하가 여염집(일반인의 가정집)에 드나들어 전쟁터에서 싸우다 죽은 부모와 처에게 깍듯이 대하고 고개 숙여 인사해야 합니다.”


전쟁에서 싸우다 죽은 전사자라면 그 신분이 어떻게 됐든 국가가 나서서 그 유가족들의 삶을 챙겨야 한다는 말이었는데요. 오늘날로 치면 일종의 국가 유공자 제도라고도 할 수 있습니다. 



그리고 오기와 위나라는 이처럼 신분에 상관없이 공을 세운 사람에게는 큰 상을 내리고, 전투에서 전사한 자의 가족들까지 챙기는 혁신적인 정책을 도입한 덕분에 당대의 그 어떤 나라들보다도 강한 군대를 양성할 수 있었습니다.


‘무졸(武卒)의 병사가 되면 노예는 평민이 되고, 평민은 부자가 될 수 있다.’, 오기가 창설한 정예 중보병 집단 무졸에 대한 당대 사람들의 평가인데요. 


이처럼 공을 세우면 신분이 오르고, 부와 명예를 얻을 수 있었기에 오기의 병사들은 전쟁터에서 그 누구보다 맹렬히 싸웠고, 이 것이야말로 오기의 군대가 언제나 승리를 거두는 불패의 군대로 거듭난 비결입니다.


지금까지 살펴본 내용에서 배울 수 있는 불패 장군 오기의 첫 번째 비결은 “신분에 상관없이 성과에 따라 파격적으로 보상하라. 특권과 차별이 없는 조직이야말로 모든 구성원의 잠재력을 극대화할 수 있다”입니다.


홍선표 레드브릭(RED BRICK) 대표


<최고의 리더는 글을 쓴다>, <내게 유리한 판을 만들라>

<홍선표 기자의 써먹는 경제상식>, <리치 파머, 한국의 젊은 부자농부들>


rickeygo@naver.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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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금 이 글은 홍선표 레드브릭 대표의 뉴스레터 <홍자병법>으로 보내드렸던 글을 그대로 옮긴 글입니다. <홍자병법>을 구독하시면 지금 이 글과 같은 고급지식을 편하게 받아보실 수 있습니다.)


(분량의 제한으로 인해 뉴스레터에는 IT/스타트업 전문매체 <아웃스탠딩>에 기고한 원문 글의 4분의 1 가량만을 담았습니다. 제가 아웃스탠딩에 기고했던 전체 글을 읽고 싶으신 분들이라면 아래 링크를 클릭해주세요.) 


(교보문고 북모닝 CEO 등 <CEO 추천도서> 5관왕에 선정된 책 <최고의 리더는 글을 쓴다>를 읽으시면 제프 베이조스, 빌 게이츠, 일론 머스크, 이나모리 가즈오, 레이 달리오 등 최고의 리더 19인이 글을 쓴 이유 5가지와 글을 씀으로써 얻을 수 있었던 5가지 성과를 쉽고, 깊이 있게 이해하실 수 있습니다.)



책 <최고의 리더는 글을 쓴다>에 수록된 글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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