괜찮아,라는 말을 배우는 중입니다

아이에게 너그러운 나라에서

by Jessie
엄마의 모든 ’처음‘을 함께 해주는 너에게



아이를 키우는 일은 정답 없는 서술형 문제 앞에 서 있는 것처럼 매번 막막하고 어렵기만 합니다. 자유롭고 활동적인 아들을 키우는 엄마로서 저는 늘 주변의 양해를 구하며 미안함을 습관처럼 쥐고 살아왔습니다.


남에게 피해를 주지는 않을지, 아이의 행동이 혹여 이기적으로 보이지는 않을지. 아이를 불러 세우고 “안돼”라는 말을 먼저 꺼내는 일에 저는 유난히 익숙한 사람이었습니다. 자극적으로 쏟아지는 이야기들 속에서 ‘맘충’이나 ‘예민한 엄마’가 되지 않으려 애쓰다 보니, 아이보다 나 자신을 더 단단히 조여왔던 것은 아닐까 문득 그런 생각이 들기도 했습니다.


아파트 놀이터에서 시간을 보내던 어느 날, 주변 엄마들 사이에서 들었던 한 마디가 오래 마음에 남았습니다. “애들은 원래 그런 거야. 괜찮아” 아이를 붙잡아 세우던 저를 바라보며 누군가 건넨 말이었습니다.


베트남으로 삶의 배경을 옮긴 뒤, 저는 조금 더 느슨해진 사람으로 살고 있습니다. 엘리베이터에서 아이에게 먼저 웃음과 인사를 건네는 어른들, 아이의 속도에 맞춰 문을 잡아주는 손길, 넘어진 아이가 다시 일어날 때까지 조용히 기다려주는 시선들 사이에서 아이는 ‘괜찮다’는 말을 조금 더 가까이 두고 자라는 중입니다.


그리고 그 말은 아이에게만 향하는 것이 아니라, 곧 스스로에게 엄격했던 저에게도 천천히 닿는 말이 되었습니다.


잘 키우지 않아도 괜찮아. 지금만큼이면 충분해.


아이에게 유난히 너그러운 나라에서 살아가는 지금을 다행스럽게 생각합니다. 아이와 함께, 저 역시 조금씩 기준을 내려놓는 연습을 하고 있으니까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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