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에필로그: 이민, 기획 그리고 낯선 삶

by BM

이 브런치북의 연재를 여기서 마무리하고자 한다. 그동안 부족한 저의 글들을 매주 읽어 주시고 좋아요까지 눌러 주셨던 많은 작가님들에게 진심으로 감사를 드리고 싶다.


한편으로는 일주일에 한 번씩 연재하는 것도 힘들어서 미루고 건너뛰었던 나의 게으름에 반성한다. 비록 이해할 만한 이유가 있었던 적도 있었지만 글쓰기도 숨을 쉬듯이 습관적으로 해야만 길게 갈 수 있다고 말했듯이 꾸준함이 제일 중요하다는 것을 이번 브런치 북을 마무리하면서 배웠다.


내가 구독하는 몇몇 작가님들은 매일매일 정확한 시간에 글을 올리시는 분들이 계시는데 글의 내용이나 품질을 떠나서 그렇게 꾸준하게 구독자들과 자신의 약속을 지켜 나가시는 것을 보면 정말 대단하고 그분들의 열정에 정말 존경을 표하고 싶다.


이민, 기획 그리고 낯선 삶.

이 세 가지의 단어들이 지난 17년간의 호주 이민 생활을 요약할 수 있을 것 같다. 아는 사람이라고는 한 명도 없었던 시드니로 건너와 새로운 도전을 시작했던 그때의 나는 무모함이라고 할 수도 있었지만 자신감으로 버텼으며, 기획자로서 생존하기 위해 나 자신을 변화시켜야 했던 과정에서 많은 경험을 할 수 있었다.


그 시간들에 있었던 일들을 수없이 많은 비디오 테입으로 찍었던 것 같은 느낌이 든다. 가끔씩 아내와 그리고 아이들과 그중에 하나를 끄집어내어서 틀고 그때를 회상하면서 이야기를 하곤 한다. 그러나 그렇게 긴 시간이 지났음에도 불구하고 여전히 여기에서의 삶은 낯설고 불안하다. 이제는 잊고 살법도 되었다고 할 수도 있겠지만 여전히 내가 태어난 곳으로 다시 돌아가고 싶은 그리움은 늘 불쑥불쑥 나타나 가끔은 나를 힘들게도 한다.


30대 후반에서 40대를 온통 새로운 환경에서 이민 생활을 하면서 겪었던 삶을 통해 많은 것들을 배웠다. 좋았던 기억도 있었지만 나쁜 그것들도 있었고 실패도 있었다. 좋은 것들은 추억으로 간직하고 나쁘고 실패했던 것들은 경험이라는 단어로 내 역사에 기록하고 싶다.


유치원생이었던 두 딸들은 어느덧 성인이 되었고 그들은 이제 각자 자신의 커리어를 시작하고 있다. 가끔씩 그들이 커리어나 직장 내 생활에 대해서 나에게 질문을 할 때가 있는데 나의 지난 17년간의 기획자 경험이 그들에게 조금이라도 도움이 되어서 다행이다 싶을 때가 있다. 반대로 나도 그들을 통해 배운 것들이 많다. 아래의 글에서 이야기했듯이 표현할 줄 아는 감사를 가르쳐 준 딸에게 감사한다.


https://brunch.co.kr/@brianhyungzoomo/47


기획자는 항상 수많은 질문들을 헤쳐나가야 한다. 그 질문들에 답을 찾고 또 그 답들을 "비전"이라는 것으로 정의해서 사람들이 다 같은 방향으로 움직일 수 있게 동기부여를 주어야 한다. 가끔 순조롭게 되는 경우도 있지만 대부분의 경우 많은 실패와 좌절이 있다.


사실 처음에 이 브런치북을 시작할 때에는 정말 해외에서 기획을 하면서 내가 경험한 "스킬"을 공유하고자 하는 목적으로 글을 쓰기 시작했는데 중간에 스킬보다는 삶에 대한 감성적인 내용으로 바뀌었다. 그것은 어쩌면 기획이라는 일 자체가 우리의 삶과 그렇게 다르지 않기 때문이기도 하다.


지난 17년간 수도 없이 많은 기획 프로젝트를 리드하면서 그 어떤 시작에서도 긴장하지 않거나 걱정하지 않은 적이 없었다. 아래의 15화 이 이야기는 정말 솔직한 나의 심정으로 적었던 글이었다. 개인적으로 가장 좋았던 글이다.


https://brunch.co.kr/@brianhyungzoomo/46


이민을 와서 살면서 가장 깨달은 것이 있다면 내 주위에 있었던 사람들이 얼마나 소중한 존재인가라는 것이었다. 늘 가까이 있기 때문에 소홀했던 그리고 그들의 소중함을 몰랐다. 그런데 떨어져서 살다 보니 그들이 얼마나 소중한 지를 알게 되었다. 아래 글들에서 내가 이야기했던 엄마, 친구 그리고 회사 동료들이 여러분들 곁에 있다면 가끔씩 연락해 주세요.


https://brunch.co.kr/@brianhyungzoomo/59

https://brunch.co.kr/@brianhyungzoomo/57

https://brunch.co.kr/@brianhyungzoomo/54


6월부터 다시 새로운 브런치북을 시작할 예정이다. 아직 매일매일 글을 쓸 정도의 글쓰기 체력이 되지 못해서 일주일에 한 번씩 올릴 예정이다. 글쓰기는 나의 해방구다. 쌓였던 감정들을 마구 쏟아내는 곳이 바로 여기 브런치다. 그래서 브런치 작가임이 정말 감사하고 브런치에 고맙다. 그 어떤 힐링 프로그램이나 카운슬링 보다도 더 도움이 된다.


마지막으로 다시 한번 더 저의 글을 읽어주시는 구독자 분들에게 감사를 드린다. 모두들 행복한 삶을 살아가시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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