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생김새가 다르다는 이유 하나만으로.

올빼미와 부엉이, 한끗차이가 준 상처

by CAPRICORN

Fact:

1. 부엉이는 낮고 깊은 울음소리를 낸다. (“후우~”)

올빼미는 날카롭고 높은 울음소리를 낸다. (“키익~”, “끼요요요~”)


2. 사람들은 부엉이의 울음은 지혜롭다 여기고, 올빼미의 울음은 무섭다고 느낀다.


3. 부엉이에게는 머리 위에 귀처럼 보이는 ‘귀깃’이 있다.

올빼미는 귀깃이 없어, 둥글고 부드러운 얼굴형을 지녔다.


4. 부엉이는 주황빛 눈, 올빼미는 검정색에 가까운 눈을 가진 종이 많다.


5. 부엉이와 올빼미 모두 울음은 영역 표시, 경계, 의사소통의 수단이다.

특히 올빼미는 불안하거나 낯선 자극에 예민하게 반응하여 소리로 경계심을 표현한다.



Question:

왜 우리는 더 조용하고 깊은 소리를 ‘지혜’로, 날카롭고 얇은 소리를 ‘불안’이나 ‘공포’로 느끼는 걸까?

혹시, 다르다는 이유만으로 누군가를 무섭게 느낀 적은 없었을까?




밤이 되면 숲에 낯선 소리가 퍼진다.


“키요요요— 끼익!”


깊은 어둠 속, 나뭇가지 위에서 울리는 소리.

올빼미의 울음소리는 올빼미가 어떻게 제어 할 수 있는 방법이 없는 불가항력임에도 많은 동물들은 올빼미의 울음 소리를 싫어했다.


“저 올빼미, 무섭지 않아?”

토끼가 귀를 움찔이며 말했다.


“맞아. 귀신 같아. 밤마다 이상한 소리나고…”

고슴도치가 바짝 몸을 웅크렸다.


“부엉이는 괜찮은데… 올빼미는 좀… 이상하잖아.”

다람쥐가 속삭였다.





올빼미라고 그 말을 모르는 게 아니다.

그는 나뭇가지 위에서 그런 모습들을 조용히 바라보았다.

그리고 당연하게도 숲속의 누구도 올빼미의 마음을 궁금해하지 않았다.

사실 저 소리도 올빼미가 노력한 최대한 작고 조심하는 울음소리였다.

낯선 상황에 혹은 위협에 혹은 경고에 대응하는 그의 울음소리는

사실 ‘불안’이었고,

‘조심’이었고,

‘작은 외침’이었다.

그는 그렇게 울었다.

누구보다 조용히,

누구보다 무겁게.





“나는 그냥… 내가 할 수 있는 소리로 밤을 지키고 싶었을 뿐인데…”



올빼미는 그렇게 조용히 읖조렸다.

아무도 듣지 않는 조용한 밤에 나뭇가지 위에서 슬픔을 온몸에 두른채로 그날도 조용히 울었다.


그의 곁에는, 한 마리가 있었다.

부엉이.

그는 아무 말도 하지 않았다.

다만 언제나, 올빼미보다 먼저 울었다.


“후~우…”


부엉이의 낮은 울음이 퍼지면, 올빼미는 뒤이어 조용히 따라 울었다.

그건 누가 먼저랄 것도 없이, 서로의 울음을 덮어주는 일이었다.


어느날 올빼미가 평소에 홀로 조용히 좋아하던 까마귀마저 자신을 불길하게 여긴다는 것을 알았다.

올빼미는 평소보다 더 슬픔을 격렬하게 느꼈다.

그리고 그날도 부엉이가 올빼미 곁을 지켰다.

올빼미는 조용하게 부엉이에게 슬픔을 말했다.



“나는 그냥…”

올빼미는 말을 이었다.


“사람들이 한 번만이라도, 내 울음소리를 듣고, ‘아, 아름답다’라고 말해줬으면 좋겠어.”


잠시 바람이 불었다.

부엉이는 말없이 하늘을 올려다봤다.

구름이 달을 스치고, 나뭇잎 그림자가 흔들렸다.



“넌 예쁘다.”

부엉이가 툭 던지듯 말했다.

“…뭐?”

“넌 예쁘다고. 안 무섭고, 귀엽고… 너무 신경 쓰지 마.”

올빼미는 피식 웃었다.

“그렇게 말하면 진짜 같지가 않잖아.”

부엉이는 다시 고개를 돌렸다.

“너 울 때, 나는 항상 너보다 먼저 울어. 네가 울기 편하게, 내 소리로 덮어주려고.”

올빼미는 놀란 얼굴로 부엉이를 봤다.



“응. 사실 나는 네 울음이 참 좋거든. 긴장감 있고, 깨어 있는 느낌 나잖아. 그런데 네가 너무 스트레스 받으니까...”


올빼미는 아무 말도 하지 못했다.


“나는 좀 둔해서, 너처럼 세심하게는 못 느껴.”


올빼미는 천천히 고개를 들었다.

그제야 부엉이가 아주 조용히 말했다.



“그러니까 오늘은 그냥, 위로 보다는 네 옆에 있는걸로 대신 할게”

그 말에, 올빼미는 말없이 고개를 끄덕였다.

그렇게 두 친구는 나란히 앉아 아무 말 없이 밤을 지켰다.


그리고 잠시 후, 숲 속 어딘가에서 울음소리가 퍼졌다.


“후~우…”

“키요요요…”


낮고 굵은 소리,

가늘고 날카로운 소리.



전혀 다른 두 목소리였지만 이상하게, 서로를 딱 맞춰 감싸는 밤이었다.

여전히 올빼미를 향한 오해는 쉬이 사그라들지 않았다. 올빼미는 슬펐지만 그래도 괜찮다.

자신을 위로해줄 사람이 한명이라도 있었기 때문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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