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72
무어에 싫증이 난 건지
무어에 의욕을 잃은건지
그림 놓고, 손 놀린지 두 달이 되었다.
아니, 꾸준함을 놓은 것은 거의
반 년이 다 되어 가나?
매일 반복되는 일상에서
한두가지 일정이 더 붙거나 빠지거나 할 뿐인데,
올 해 초는 유독
바쁘고 정신없이 지난 듯 하다.
아니, 어쩜
몸이 아닌 맘이 바빴는지 모르겠다.
심난할 땐 일기를 썼었다.
하지만, 언제부턴가 일기가 참 짐스럽다.
누구한테 보여 줄 것도 아니고,
내가 반복해 읽을 것도 아니거늘...
어릴 적 부터 모아 온 일기들이
커다란 상자 하나를 채웠다.
나도 잊어버려 추억이란 이름으로만 남은...
그 이름뿐인 추억 때문에 안고 있기엔
현실의 짐이 너무 많다.
이제 나는 더이상 일기를 쓰지 않는다.
대신,
언제부턴가 맘이 힘들 때면
그림을 그린다.
내 주변, 내 물건, 내 사람들을 하나하나 그리고 나면
마음이 왠지 편안해지는 듯 하다.
바쁨이 물러앉은 자리에
스멀스멀 울컥하는 무언가가 올라오기 시작하는 요즘.....
아이가 묻는다.
"엄마, 요즘 왜 그림 안그려?"
"어? 어~...... 그냥......
왜? 호박이는 엄마가 그림 그리는 게 좋아?"
"응. 엄마 그림 그리는 거 좋아하잖아~"
아이는 안다.
제 어미의 심장이 지금 뜨거운지, 차가운지.....
제 어미의 심장이 무엇을 할 때 뜨거워 지는지......
순간 손 끝이 또 간질간질 하다.
가슴에서 데워진 감정이 두 눈으로 올라와 흐른다.
너는 알고 있었구나......
너는 알고 있었구나.......
너는 알고 있는 것을
나는 또 잊고 있었구나.....
반년만에 드로잉북을 펼쳤다.
별다를 건 없다.
늘 그렇듯
나는 또 내 사랑하는 사람을 그렸다.
울컥하던 마음이 조금은 잠잠해진다.
그래.
내가 뭘 할 때 가장 행복한지
끊임없이 일깨워주고,
내 행복의 이유이자 대상이 되어주는
내 아이야~
네가 나의 스승이다.
네가 엄마의 가장 큰 깨달음이다.
오늘의 선수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