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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쓱쓱 Sep 26. 2024

자기주도학습

엄마도 안되네

이것저것 자료를 찾다 어찌어찌 흘러 대한민국의 입시와 사교육에 삼켜진 학생들의 현실에 대한 다큐멘터리에 다다랐다.


꿈같은 방학기간에 저마다 비장한 얼굴을 하고 교육과 정보의 중심지인 서울로 모여드는 아이들.

단기 집중 학습 코스로 모텔급 숙박시설에 머물며 이른 아침부터 늦은 밤까지 국영수에 절여지는 아이들.

한 달에 몇 백씩 하는 학습 과정을 지원하기 위해 허리가 휘는 부모님의 얼굴이 떠올라

떠지지도 않는 눈을 치켜뜨며 가방을 싸고 흐물흐물 모텔을 나서는 아이들이 화면 가득 비쳤다.  


수학 공부를 위해 년 2천을 쓴다는 이야기와 함께

유치원부터 시작되는 선행과 사교육의 열기가 마른하늘에 산불처럼 무섭게 타들어가고 있다. 


결국 그 불씨는 모두가 아는 것처럼 뻔한 불안.

모두가 달리고 있는데 우리 아이만 멈춰있는 듯한 불안.

열심히 성실히 뭔가를 계속하지 않으면 그대로 도태되어 버려질 것만 같은 불안.

오지도 않는 미래에 대한 막연한 불안.

내 아이를 온전히 인정하지 못하게 하는 내 안의 편견과 세상의 기준에 기댄 불필요한 불안.


그 불안이 오늘도 아이들을 학원으로 밀어 넣는다.

학원에 있으면 그나마 조금이라도 공부라는 환경에 노출될 것이라는 기대를 가지고 있기 때문이다. 


핸드폰을 하면서 침대에 누워있는 꼴을 보느니, 차라리 공부를 하든 말든 학원 책상에 앉아 있으라는 것.

무력하고 한심해 보이는 그 꼴을 보느니 차라리 학원의 전기세를 내더라도 눈앞에 보이지 않아야 마음의 평안을 조금이라도 느낄 수 있게 된다는 건 정말 슬프다. 


아이의 모든 말과 행동은 공부를 기반으로 해석하고 만족할 만큼 행동하지 않으면 그저 편안하게 바라보지 못하게 한다. 

학생으로서 책임을 다하는 것은 공부하는 것이라고 강조하면서 결국 원하는 것은 그냥 공부를 하는 것이 아니라 '잘하는 것'이라는 걸 알게 되면 약간은 속물 같은 느낌이 들기도 한다. 


결국 자기주도학습이 핵심이라고 하는데,

자기주도학습은 왜 꼭 공부에만 적용을 해야 하나.

자기가 정말 좋아하고 관심이 가는 것을 주도적으로 찾고 배우고 활용하면 그것 또한 자기주도학습일진대

공부 외에 것은 왠지 쓸모가 별로 없게 취급되는 것이 씁쓸하다. 


그런데 그렇게 강조하는 자기주도학습.

사실 나도 잘 안된다.

매일매일 조금씩 학습하는 시간을 가져 좋은 습관을 만들어야 한다고 강조하면서

매일매일 책을 펼치는 것이 쉽지 않다. 


어른도 쉽지 않다는 걸 잘 알면서

전두엽도 아직 다 형성되지 않는 아이들에게 뭘 그렇게 많은 것을 바라는 건지.


그저 무언가에 대해 자기주도적으로 몰입해 신나게 경험할 수 있다면 그것만으로도 잘 자라고 있는 것이 아닐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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