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공황장애 일기] 잠만 자는 날도 있다

2024년 1월21일 (일)

by 봄부신 날

[공황장애 일기] 잠만 자는 날도 있다


2024년 1월21일 (일)


교회 가는 날은 늘 긴장이 된다. 장로가 되어가지고 목사님을 도와 교회 운영에 도움을 주지는 못하고 오히려 기도제목만 안겨주고 성도님들께 걱정하게 만들고 있으니 그에 따른 미안함이 커서 불안이 더 커지는 것 같기도 하다.


그래도 지난 주에는 주일예배를 4주만에 참석하였고(물론 약간의 과호흡으로 비상약을 먹고 30분 정도 진정을 시켜야 했다.) 수요일과 금요일 밤에도 약간 좋아진 컨디션으로 참석에 성공을 한 터였다.


21일 주일은 아침부터 약간 가슴 조임과 불안감이 있었다. 그러니까 컨디션이 썩 좋은 상태는 아니었다는 말이다. 다행히 교회 바로 옆 담벼락에 주차공간이 있어서 지체없이 주차를 하고 바로 들어갈 수 있었다. 교회 아래 주차하고 꽤 긴 시간 걸어갈 것에 대비해 거의 1시간 가까이 일찍 도착하였다.


자리에 앉아 있으면서 목사님과 공동의회 건 관련 얘기를 하고 조금 시간이 지나자 약간의 불안증세가 불안정한 호흡으로 나타나기 시작했다. 아직 성도님들이 도착하지 않은 시간이어서 얼른 비상약을 물과 함께 먹고 다시 자리에 앉았다.


오늘은 남자 장년부, 여자 장년부, 청년부 이렇게 모여서 목장모임을 갖는 주일이다. 목사님이 광고시간에도 그렇게 광고를 했다. 그런데 나는 상태가 좋지 않아 바로 집으로 가야할 것 같았다. 내가 가니 아내도 같이 따라 나섰다. 남자 장년과 여자 장년 목장의 목자 두 사람이 빠져버리니 모임도 엉망이 되고 말았다. 너무 죄송했지만 어쩔 수 없었다.


나는 집으로 와서 점심을 먹고, 그냥 이불 속으로 들어와 잠을 청했다. 거의 저녁 시간까지 계속 잠을 잤다. 나는 계속 자고 싶었다. 잠에 대한 갈망이 나를 완전히 뒤덮었다. 저녁을 먹고도 나는 다시 이불 속으로 들어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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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내가 설거지며 뒷정리를 다 끝내고는 안방으로 와서 나를 깨웠다. 하루종일 대낮부터 이렇게 자면 밤에 어떻게 할 거냐고. 걱정스럽게 나를 흔들었다. 나도 이렇게 계속 자다가 잘못하면 한밤중이나 새벽에 깨서 혼자 고독을 씹어야 할 것 같은 생각이 들었다.


쏟아지는 잠을 인위적으로 털어내야 했다. 저녁 8시도 되지 않았는데 벌써 다섯 시간 정도 잠을 잤다. 밤에 자주 일어나고 쉬이 다시 잠들지 못해 이번에는 수면안정제까지 처방을 받은 상태였다. 억지로 일어나 화장실로 가서 세수를 하고 잠을 털어냈다.


뭔가에 외부로부터의 강압적인 집중을 받기 위해 사용하는 치료법?이 텔레비전 보기인데, 너무 나오는 프로그램들이 변화가 없어 우리 부부가 보는 채널은 거의 정해져버렸다. 인간시장, 순간포착 세상에 이런 일이, TV동물농장 까지가 3순위 채널이고, 그마저 봤던 재방송이거나 볼 거리가 없으면 예전에 봤던 드라마 중에 두 사람의 취향에 맞는 걸 골라 본다. 나는 최근에 '모래에도 꽃이 핀다'가 조금 재미있어서 봤는데, 아내는 조금 보더니 재미가 없다고 한다. 그래서 돌리다 찾은 옛날 드라마가 '직장의 신'이었다. 김혜수가 나오는 약간 시트콤 성격의 코믹 드라마이고 예전에 좀 봤던 것 같은데 오늘은 이 드라마를 보기로 했다.


2024-01-22 직장의신.png


나는 이제 잠이 깨 열심히 드라마를 보는데, 옆에서 약하게 드르렁거리는 소리가 들린다. 아내가 어느새 잠 삼매경에 빠져 있다. 이번에는 내가 타박을 한다. 지금부터 자면 진짜 밤에 어떻게 할 거냐고. 아내도 불면증세가 있다.


나도 그렇게 보다가 잠이 들었다. 아마 10시가 채 되지 않았을 것이다. 그리고 오늘 아침에 막내 딸내미 버스정류장까지 데려다준다고 6시30분 경 일어났다.


어제는 정말 하루종일 잠만 잤다.

그런 날이 가끔 있었다. 아무 것도 하기 싫고 잠만 자고 싶었다.

내가 무언가를 열심히 해서 피곤한 것도 아닌데, 약간의 무기력이, 약간의 우울감이 잠만 자고 싶은 마음을 부채질한다.


그래서 이렇게 잠만 자게 되면, 아내는 걱정을 많이 한다.

내 컨디션은 하루하루 기복이 심하다.

하루가 너무 일반적이고 평화롭고 좋은 상태였다면, 이상하게 다음날은 기분이 내려앉고 불안정하고 호흡 불안정이 찾아온다.


아내는 내가 불안정할 때마다 걱정을 많이 한다. 11월 20일 경부터 시작됐으니 어느새 2개월이 지났는데, 약도 계속 먹고 있고, 한의원에 가서 침도 맞고, 한약도 먹고 있는데 별 차도가 없는 것처럼 느껴지니 더욱 그럴 것이다.


그렇지만 나는 그런 기복이 있어도 전체적으로 내 상태는 우상향하는 느낌이 있다. 이번에 병원에 가서도 그렇게 이야기했다. 주식 그래프처럼 하루하루 올랐다 내렸다 하지만 6개월, 1년 그래프로 보면 우상향하는 기업의 주식 그래프처럼 나도 그렇게 올라가고 있다고.


내일은 아마 좋은 상태일 것이다. 아무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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