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공황장애 일기] 약 끊기 도전 하루만에 실패하다

2024년 1월23일~24일

by 봄부신 날

[공황장애 일기] 약 끊기 도전 하루만에 실패하다


2024년 1월23일~24일



단도직입적으로 얘기해서, 월요일 최상의 컨디션을 보이며 아침과 저녁에 복용해야 하는 약을 끊었다고 선포한 다짐은 하루천하로 막을 내리고 말았다.


어떻게 최상의 컨디션이 계속 유지되겠는가.

어제는 아침에 일어나자 약간의 불안증과 가슴의 답답함이 엿보여 금방 마음을 바꾸고 말았다.


안 되겠다, 약을 먹자.

내 자신의 내면과 싸움도, 협상도 없이 간단하게 결정했다.

합리화는 쉬웠다.


괜히 건강한 척 욕심 부리다가 더 나빠질 수도 있겠구나.

그렇다면 아침 저녁으로 약은 먹되,

비상약만은 가능하면 먹지 말고 최소한으로 줄이자.


이 생각 역시 갑자기 과호흡과 불안증이 찾아오면 챙겨 먹을 수밖에 없겠지만, 호흡 조절을 평소에 다른 방법으로 유도하고 선제적으로 방어적으로 먹지 말자고 생각했다. 사실 이전에는 과불안, 예기불안이 생기면서 약간의 호흡 불안정이 오면 즉시 선제적으로 비상약을 먹었었다.


약을 다시 먹기로 했지만, 비상약 먹은 횟수로 보면 건강이 좋아지고 있음을 확실히 알 수 있다.

2주 전 나는 일주일 동안 5번이나 비상약을 먹었다. 토일 빼고 월화수목금은 다 먹었다는 뜻이다.

1주 전 나는 3번으로 버티다가 마지막에 한 알을 더 먹으면서 4번 복용으로 하나를 줄였다.


그리고 이번 주, 오늘이 수요일인데 아직 비상약을 하나도 먹지 않았다. 물론 목금토일 다 먹게 되는 상황이 나타난다 해도 지난 주와 똑같은 상황이 되겠지만 지금의 내 컨디션으로 보건대, 이번 주는 확실히 한 번도 안 먹을 수도 있겠다는 생각이 든다.


왜냐하면, 월요일 4000보 이상 걷고 들어왔으나 과호흡 없이 잘 넘어갔고, 어제 너무 추워서 1500보 정도 바깥에 나갔다 들어왔지만 역시 과호흡 없이 잘 지나갔다. 오늘도 상당히 추웠고 사람들이 바깥이 나가는 순간 얼어붙는다며 나가지 말라고 했지만, 3300보를 걷고 호흡을 잘 조절하여 역시 과호흡 없이 지금 시간에 이르고 있다.


건강하게 걷기도 하면서 과호홉을 일으키지 않고 비상약을 먹지 않고 있으니 이보다 더 좋은 청신호가 있을까.


아내는 주변 사람에게 '무슨 일이냐, 다크서클이 심하게 보인다'는 말을 들을 정도로 나에 대한 걱정이 과했다. 아내의 걱정하는 마음을 어찌 모를 수 있을까.


특히 지난 일요일에 하루종일 잠만 자면서 그녀의 근심걱정은 극에 달했고, 밤새 한 잠도 못 잤다고 했다. 아내를 생각하면 나는 더 건강해져야 했고, 무기력과 싸워 이겨내야 했다. 그래서 좀더 적극적이고 긍정적인 마음으로 하루를 맞이하고 있다.


오늘 아침, 6시 반에 너무 추워서 버스정류장까지 걸어가기 힘든 막내딸의 출근길을 자가용으로 데려다주고 온 뒤 나는 다시 잠에 빠져들어 아내가 출근하는 것도 배웅하지 못한 채 9시까지 자고 말았다.


더 자고 싶은 마음이 굴뚝 같았다. 아, 오늘은 그냥 자고 싶다.

하지만 그렇게 나에게 질 수 없었다. 아내에게 건강하게 일어나서 하루를 소화하고 있음을 보여줘야 했다.


산책하면서 찍은 사진들을 가족채팅방에 올리며 하루의 건재함을 과시했다. 아내는 그 소식에 너무 기뻐하며, 직장에서 큰웃음을 터트리면서 즐겁게 일한다고 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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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내와 나는 지금 서로가 서로에게 영향을 주고 있다. 아내가 근심걱정 가득하면 나도 걱정이 커진다. 그런데 아내의 근심걱정은 나로부터 비롯된다. 과호흡을 일으키고 비상약을 먹고, 힘들다고 잠만 자면 아내는 극도의 불안감으로 과호흡은 없지만 불안장애 상태가 된다. 아내도 약을 먹어야 할지 모르는 상황이 되는 것이다.



아내가 즐거워하고 밝아지는 모습을 보니 나 역시 힘이 난다. 나를 더 잘 조절하고 마음을 강하게 먹고 긍정적인 마음으로 하루하루 다시 돌아오지 않을 오늘을 살아내자.


오늘은 공황장애로 3개월 가량 끊었던 커피를 월요일 이후 두 번째로 마셨다. 사실 월요일 수면에 곧바로 들어가지 못해 한참을 엎치락 뒤치락 하면서, 커피 때문인가? 생각하긴 했는데, 오늘 오전 창가로 들어오는 환한 햇살을 받으며 별에 관한 시를 읽다보니 커피를 안 마실 수가 없었다. 아프기 전에는 오전에 한 잔, 오후에 한 잔 볶아진 원두를 직접 갈아서 필터를 통과시켜 늘 2잔을 마셨는데, 3개월 동안 잘 참았다. 커피는 매일 마시지 말고 도저히 참기 어려울 때만 한 잔씩 마셔보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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공황장애를 앓는 사람은 커피가 카페인으로 인해 가슴 두근거림 등 불안증세를 물리적으로 일으킬 수 있기 때문에 가능하면 먹지 말라고 한다.


커피를 마시지 않으면 차를 마시면 진정효과를 느낄 수 있는데, 사실 대부분의 차에도 카페인이 들어있다. 검색해본 결과 카페인이 없는 차는 카모마일밖에 없었다. 카모마일은 내가 참 좋아하는 허브차인데, 마침 작년 12월25일 내 생일 때 내 옆에 앉아서 같이 일하는 여직원이 나에게 선물해주었다. 카페인 없는 거라고.


오늘, 오전에는 살짝 고전했지만 책 읽기 시작하면서부터 다시 최상의 컨디션이 되고 있다. 이제부터는 외주 알바 작업을 해야 한다. 마이크로소프트 파워포인트 1년 구독이 끝나서 PPT 작업을 하지 못하게 되었다. 파워포인트365 일 년 구독료가 8만원을 넘다보니 무직인 나에게는 상당한 부담이 된다. 일단 한컴오피스의 한쇼로 불러들여 작업을 하고 있긴 한데, 어떻게 해야할지 상당히 고민된다.


남은 시간도 잘 보내자.

이제부터는 재택알바 부캐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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