초등상담을 합니다. 근데 이제 보드게임을 곁들인/4

Pt 1. 보드게임의 쓰임새-(3)나는 기쁘고, 슬프고, 때로 화가 나요

by 히예

보드게임은 아이들이 다양한 감정을 경험하도록 합니다. 보드게임을 하면서 긍정적인 감정도 부정적인 감정도 모두 느낄 수 있어요. 우선 이겼을 때 아이들은 어떤 감정을 느끼게 될까요? 일반적으로는 자랑스러움, 기쁨, 즐거움, 행복함, 뿌듯함, 신남 같은 감정을 느낄 것입니다. 반대로 게임에서 졌을 때 아이들이 느낄 수 있는 감정은 아쉬움, 억울함, 화남, 슬픔, 좌절감 같은 것이 있습니다. 이렇게 승패에 따라서도 다양한 감정을 느낄 수 있고, 게임 도중에 일어나는 다양한 상황에 따라 여러 가지 감정을 경험할 수 있어요.


게임을 잘하고 있다가 실수를 한 번 했을 때는 어떨까요? 아마 아쉬움이나 실망감을 경험할 거예요. 상대방이 나보다 잘하고 있을 때나 역전당할 것 같을 때는요? 조급하고 긴장감이 들겠지요. 또, 반칙을 했는데 상대방이 모르는 것 같을 때 안도감이 느껴질 수도 있고, 언제 상대방이 알아채고 지적을 할지 모른다는 불안감이나 죄책감이 들 수도 있어요. 이렇게 보드게임을 하면서 느끼는 여러 가지 감정은 긍정적이든 부정적이든 모두 아이의 성장을 돕습니다.


우선 보드게임을 하면서 아이들이 느끼는 즐거움은 그 자체로 회복적입니다. 상담실에 온 아이들 중에는 심리적 어려움을 가진 아이들이 여럿 있습니다. 그 아이들에게 웃고 떠들고 즐거워하는 경험은 마음을 회복할 에너지를 얻는 창구가 됩니다. 또한 보드게임에서 승자가 되었을 때 아이들은 높은 만족감과 정서적인 충족감을 경험합니다. 일상에서 위축되고, 인정받는 경험이 부족한 아이들이 보드게임 안에서 승자가 되어보는 경험은 유능감을 얻을 수 있는 기회가 됩니다. 그리고 일상에서 시도해보지 못했던 새로운 행동이나 생각을 보드게임 속에서 시도해보기도 합니다. 새로운 규칙을 제시해 본다거나, 평소에 하지 못했던 말을 하기도 하는 거죠. 그러면서 통쾌함을 느끼기도 하고요. 이런 과정에서 축적되었던 부정적인 감정들을 해소하고, 일종의 카타르시스를 경험하기도 합니다.


보드게임을 하면서 긍정적 감정을 경험하는 것뿐만 아니라 부정적인 감정을 경험하는 것도 아이들에게 성장의 기회가 됩니다. 세상을 살아가면서 부정적인 감정을 모두 피하기란 불가능해요. 언제든 부정적 감정이 찾아올 수 있지만 그 감정을 얼마나 잘 수용하고, 다루어내느냐가 중요하겠지요. 상담실에서 보드게임을 하면서 부정적 감정을 경험하는 것이 일상에서 부정적 감정을 경험하는 것보다 상대적으로 안전합니다. 일단 상담실 그리고 보드게임이라는 한정된 공간에서 일어나는 일이기 때문에 부적절한 대처를 한다고 해서 크게 비난을 받지는 않아요. 물론 위험한 행동에 대해서는 단호하게 제한합니다. 상담실 안에서 모든 행동이 다 용인되는 것은 아니거든요. 위험한 행동에 대해서 그러면 안 된다고 말하는 것과 아이를 비난하는 것은 다릅니다. 아이들은 얼마든지 적절한 행동으로 대체하는 연습을 상담실 안에서 할 수 있고, 그러면서 부정적 감정을 경험했을 때 어떻게 대처하는 것이 좋은지를 배울 수 있어요.


부정적 감정을 경험하고 그것을 표현하고 대처하는 방법은 아이들마다 다릅니다. 게임에서 졌을 때 적절한 방법으로 아쉬움을 표현하고, 스스로를 다독일 수 있는 아이들이 있는 반면에 지는 것은 절대 받아들일 수 없는 일이라고 여기고 억울해한다거나, 가지고 놀던 놀잇감을 던지며 화를 내거나, 부정적인 감정을 지나치게 억압하는 아이들도 있습니다.


이때 저는 아이들이 느끼는 감정과 그에 따른 행동, 표정 같은 것들을 읽어줍니다. “네가 졌다는 사실이 너는 억울하구나.”,“게임에서 져서 실망한 표정을 하면서도 괜찮다고 말하네”와 같은 식으로요. 그러면 아이들은 자신이 현재 느끼고 있는 감정이 무엇인지 인식할 수 있게 되고, 자신이 행동하는 패턴이 어떤 식인지도 인식할 수 있게 됩니다. 우선 내가 느끼는 감정이 무엇인지를 알아야 대처할 수 있어요. 자기감정이 무엇인지 잘 모르는 아이들을 위해서 아이들이 보여주는 감정, 표정, 행동을 읽어주는 것입니다. 그러고 나서는 사회적으로 용인될만한, 적절한 표현을 모델링해줍니다. "이번에 주사위 6이 나오길 바랐는데, 너무 아쉽다!", "마음처럼 안되니까 엄청 답답하네"와 같은 식으로요. 그리고 "괜찮아, 아직 게임이 끝난 것은 아니니까", "다음 판에 다시 잘하면 되지!" 하면서 실패했을 때 스스로를 진정시키는 표현들도 모델링해줍니다. 이 과정을 반복하면서 감정인식과 표현을 촉진하는 것이지요.


초등상담을 하다 보면 한 회기를 언어로만 채우는 것을 어려워하는 경우가 많아요. 그래서 아이들의 자기표현을 촉진할만한 매체를 사용하는 일이 자주 있지요. 보드게임은 아이들이 쉽게 몰입하고, 그 안에 다양한 상황을 마주하면서 여러 감정을 느끼고 표현할 기회를 제공합니다. 그러다 보니 아이들은 게임을 하는 와중에 자신이 느끼는 감정과 관련된 에피소드가 떠오르면 그 이야기를 꺼내기도 해요. 그럴 때는 게임을 하면서 잠시 그 이야기를 나누기도 합니다. 이때 꺼낸 이야기가 아이가 상담실에 오게 된 이유와 관련이 있다면 게임과 별도로 시간을 내어 좀 더 다루기도 하고요. 이렇게 보드게임은 게임 과정안에서 다양한 역동을 만들어내면서 아이들이 여러 감정을 경험할 수 있게 하고, 그 감정을 표현할 수 있는 기회를 제공한다는 점에서 의미 있는 도구라고 할 수 있겠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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