초등상담을 합니다. 근데 이제 보드게임을 곁들인/3

Part 1. 보드게임의 쓰임새 - (2) 어색함을 풀기 위한 치트키

by 히예

보드게임을 상담실에서 사용하는 이유를 가장 단순하게 생각해 보면 아이들이 보드게임을 좋아하기 때문입니다. 교실에도 요즘은 보드게임이 구비되어 있는 경우가 많고, 가정에서도 흔하게 사용하는 놀잇감이기 때문에 아이들에게 익숙하기도 하지요.


상담실에 오는 아이들은 크게 두 부류로 나눌 수 있는데, 자발적으로 상담실에 찾아온 아이들과 선생님이나 부모님의 의뢰로 상담실에 오게 된 아이들입니다. 자발적으로 온 아이들은 본인이 다루고 싶은 주제를 직접 가지고 오기 때문에 대부분 자기 이야기를 하는 것을 불편해하지 않고, 상담실에 있는 것을 편안하게 느낍니다.


반면에, 본인이 원하지 않는 상담에 온 아이들은 그렇지 않습니다. 상담실 문을 열고 들어오는 표정만 봐도 얼마나 오기 싫었는지가 그대로 티가 나거든요. 비자발적으로 상담실에 온 아이들 중에는 상담실에 앉아 있는 것만으로도 불편하다는 것을 온몸으로 보여주는 아이들도 있어요. 물론 억지로 끌려온 자리가 편할 리가 없겠지요. 가끔은 상담실에 온 이유가 자신이 혼나기 위해서라고 생각하는 아이들이 있는데, 그런 아이들은 아주 긴장하는 모습을 하고 상담실에 들어오기도 해요. 뭔가 잘못했기 때문에 이곳에 왔고, 잘못해서 오게 된 곳에서 즐거운 일이 일어날 리 없다고 느끼는 것이겠지요. 비자발적인 내담자로 분류되는 이런 아이들은 상담실에서 입을 꾹 다물고 있거나, 반항적으로 굴거나, 경계하는 모습을 보이곤 합니다.


심리상담에서 내담자와 라포를 형성하는 일은 매우 중요합니다. 라포는 신뢰감, 친밀감 정도로 이해하시면 쉬울 것 같아요. 오기 싫은 곳에 억지로 끌려와서 말 한마디 하지 않고, 경계하는 아이들과 라포를 형성하기란 쉬운 일이 아닙니다. 경우에 따라서는 친해지는데만 한 달 이상 걸리는 아이들도 있어요. 이렇게 라포 형성에 불리한 조건에서 아이들을 만날 때 보드게임은 아이들과 친해질 수 있는 좋은 기회를 만들어줍니다.


대부분의 아이들이 보드게임에는 큰 저항이 없어요. 일단 보드게임은 재미있으니까요. 억지로 하게 된 일이 생각보다 재밌다면 마음속에서 어떤 변화가 생길까요? 사람들은 스스로 재미있다고 느껴지는 일은 누가 시키지 않아도 스스로 찾아서 하지 않던가요. 비자발적으로 처음 상담을 시작한 아이들도 즐거운 경험을 하게 되면 자발성을 조금씩 갖게 됩니다. 상담실에 오는 것이 더 이상 불편한 일이 아니라는 것을 경험하게 되면 상담에 참여하고자 하는 동기가 높아집니다. 높은 상담의 동기는 상담 결과에도 긍정적인 영향을 미칩니다. 내담자의 특성은 상담의 예후를 결정짓는 중요한 요인인데, 자발적이고 참여하고자 하는 동기가 높은 내담자의 경우 상담의 예후가 긍정적일 가능성이 높기 때문입니다.


그렇게 상담실이 조금씩 편해지고 저와 조금씩 친밀한 관계를 쌓아가다 보면 처음에는 잔뜩 긴장했던 아이들도 경계하던 마음을 조금씩 풀기 시작합니다. ‘상담 선생님은 나를 혼내거나 가르치려고 하는 사람이 아니고, 편한 마음으로 이곳에 있어도 괜찮다.’는 느낌을 받게 되면서 조금 더 솔직한 내면의 이야기를 꺼내고, 자유롭게 자신의 감정과 생각을 표현하게 되는 것입니다.


보드게임이 꼭 상담자와 내담자 사이의 라포 형성에만 도움이 되는 도구는 아니라고 생각합니다. 부모-자녀 간의 친밀하고 신뢰로운 관계 형성에도 도움을 줄 수 있어요. 자녀들과 어떻게 놀아주어야 할지, 어떻게 시간을 보내야 할지 모르겠다고 고민하시는 부모님들께 보드게임을 추천하고 싶어요. 보드게임은 어른들에게도 익숙한 도구이기 때문이에요. 아이들과 놀이를 할 때는 부모님도 즐거워야 해요. 그래야 부모가 아이와의 놀이시간을 숙제처럼 느끼지 않을 테니까요. 아이들도 자신과 함께 있는 것을 부모가 재미있어할 때, 놀이에 더 몰입하며 즐거움을 경험할 수 있을 거예요. 보드게임은 종류에 따라서 부모님도 충분히 흥미를 느낄 수 있고, 아이들도 좋아하는 놀잇감입니다. 아이와의 어색함을 풀기 위한, 아이와 조금 더 친해지기 위한 치트키로 보드게임을 사용해 보시기를 추천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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