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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JH Jul 04. 2020

어떻게 그림 그리기를 시작할까?

직장인으로서 그림 그리기를 시작하는 현실적인 방법들 



회사에서는 퇴근 후 본격적으로 일러스트레이터로 활동한다는 사실을 이야기하지 않는다. 굳이 말할 필요도 없고 불필요한 관심을 보여주는 것도 불편하다. 회사를 다니면서 가장 크게 깨달은 점이 모든 사람들은 나와 다르다는 점이다. 내겐 그림 그리는 게 무척 즐거운 일이지만 누군가에겐 고통일 수 있고 나는 스타벅스 프라푸치노가 이 세상에서 가장 싫어하는 음료이지만 누구는 그 음료 없이는 못 사는 이치라고 할까? 이렇게 서로 다르다는 것을 배우면서 굳이 내 이야기를 강요하지도, 알리지도 않게 된다. 다만 회사 내 사적으로 친해진 사람들 하곤 자연스레 그림에 대한 이야기를 나누게 되고 그러면서 일러스트 전시나 유명 작가에 대한 정보를 전하게 된다. 


다행히도 <?> 그중 몇 명은 그림 그리는 것에 대해 깊은 관심을 보여주면서 취미로 그림을 배우고 싶어 한다. 그럴 때면 동료들이 처음 그림을 그릴 수 있도록 화방 정보부터 시작해서 그림을 많이 볼 수 있는 사이트, 물감의 특징 등 알고 있는 내용을 모두 알려주려고 노력한다. 하지만 정작 그렇게 많은 내용을 알려줘도 실제로 시작해서 행동에 옮기는 사람은 손에 꼽을 정도로 적다.     





무엇이 문제였을까? 왜 그들은 그림 그리기에 관심은 보이면서 정작 시작하질 않는 것일까? 


“왜 요즘에 그림 안 그리세요? 이제 재미없으세요?”

“아, 시간이 안 나네요.”

“화실을 안 다니게 되세요.”     


주변 사람들에게 물어보니 대게 그림을 그릴 수 있는 환경이 사라졌거나 업무에 치일 때 그림을 그리기 힘들다고 했다. 충분히 이해가 된다. 나 역시 전시를 준비하고 있지만 그 전시를 성공적으로 이끌고 싶다는 마음이 들면 들수록 사실 시작이 버겁기 때문이다. 어쩌면 처음 시작하는 사람들 역시 그림 그리는 시간을 큰 이벤트로 생각해서 그런 게 아닐까? 어쩌면 처음 시작하는 사람들에게 그림 지식을 하나 더 알려주는 것보단 마음의 부담을 최소화하는 것이 더 도움되지 않을까?라는 생각을 해보았다. 그래서 그림을 시작하는 모든 사람들에겐 일단 대단한 작품을 만들려고 하지 말고 끄적거리는 낙서부터 시작하는 것이 좋다고 제안한다.     

 

내가 생각할 때 그림 그리는 실력을 최대로 늘릴 수 있는 시간은 무척 지루한 회의 시간이다. 고압적인 동료와 대화를 하면서, 무척 지루한 기술 회의를 진행할 때야말로 절호의 찬스다. 그때 업무 수첩을 꺼내 들고 바로 앞에 앉아있는 사람들을 그려 보는 것이다. 어차피 딴생각을 하느니 그림 실력이라도 올리면서 앉아있으니 맞은편 사람은 내가 회의 때 무척 집중하며 필기하는 줄 알고 열심히 한다고 하는 경우도 종종 있으니 일석 이조이다. 이렇게 처음 시작할 땐 가볍게 일상에서 시도할 수 있는 그림들을 그려보는 것을 추천한다.      


두 번째로 그림을 시작하는 방법은 아예 환경을 바꾸는 것이다. 화실을 다니거나 학원을 등록하는 것도 좋은 방법이다. 환경 자체가 달라지면 모두가 그림을 그리고 있으니 안 그릴 수가 없다. 게다가 돈까지 투자해서 그림을 안 그리면 손해를 보고 있다는 생각이 커져 더욱 열심히 그림을 그리게 된다. 만약 시간과 비용적 여유가 된다면 전문가의 손길을 빌리는 것도 좋은 방법이다. 


세 번째는 사물에다 그림을 그려보는 것이다. 예를 들어 종이컵이나 귤, 사과, 영수증에 눈, 코, 입을 그려보면서 의미를 부여하는 작업을 해보는 것이다. 일상에서 볼 수 있는 사물들에 그림을 그리는 것이니 재미도 있고 다른 상상을 해보게 된다. 겨울에는 한창 귤껍질에다 표정을 넣곤 했는데 같은 귤껍질이라도 표정이 천차만별이라 이 세상에 존재하지 않는 독특한 귤을 창조한 것만 같았다.     


무엇보다 처음 시작할 때 중요한 점은 ‘생활 속 기쁨’을 느끼는 것이다. 아주 특별한 행위로 여기지 않고 지속적으로 쉽게 접근을 할 수 있도록 환경을 만드는 것이 중요하다. 일상 속에서 조금이라도 낙서를 끄적거리고 새로운 무언가를 만들면서 창조성을 일깨우는 게 어찌 보면 대단한 작품 하나 만드는 것보다 훨씬 중요한 지점이 아닐까 생각해본다. 무엇보다 그림으로 좌절할 필요가 전혀 없다. 그림 그리는 행위 외에 이룬 것도 많고 배운 것도 많기에 또 다른 재미있는 놀이를 한다고 생각하고 접근하는 것이 더 흥미로운 방법이 아닐까 생각해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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