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나는 요새 "멍멍"에 빠졌다

불멍 물멍 멍멍

by 심내음

요새 가장 인기 있는 휴식 방법은 “멍”이다. 불을 보면서 불멍, 물을 보면서 물멍, 때로는 아무것도 보지 않으면서 멍을 때린다. 그런데 나는 요새 “멍멍”에 빠졌다.

3개월 된 아기 강아지 후추는 어느 날 예상치 못하게 내 삶으로 불쑥 들어왔다. 계획하지도 않았고 노력한 것도 아니었다. 내 삶에서 무언가 망가져 있다는 생각을 했었고 그것을 고칠 무언가가 필요하다는 생각은 했었다. 하지만 그게 반려견 후추가 될 줄은 꿈에도 생각하지 못했다.

후추가 여기저기 다니는 것을 보며 멍을 때리고 있다. 신경을 써서 집중하는 것은 아니지만 녀석의 움직임 하나하나에 몰입하게 되는 묘한 기분. 그리고 그것을 통하여 머리가 쉬는 기분. 후추는 나와 내 가족들에게 큰 선물을 주고 있다.

처음 데리고 올 때는 하나의 생명을 책임진다는 거창한 생각보다 두 딸이 치열한 학교 생활에서 조금이나마 위안을 삼으면 좋겠다는 바람이 있었다. 그러나 지금은 딸이 셋이 된 것 같은 느낌과 마음속에 무언가 묵직한 것이 자리 잡고 앉은 기분이다.

대단한 게 아닐지도 모르는 그러나 사실 대단한 것일 수 있는 후추의 등장, 우리 가족이 아니라 다른 가족에게 갈 수도 있었는데 우리 가족의 일원이 된 것도 정말 소중한 인연이라고 생각한다. 이제까지 여러 가지 인연을 만나 성공도 실패도 해보았는데 이번 후추와의 인연은 성공에 조금 더 가까이 갈 수 있도록 해보려고 한다. 오늘도 후추를 보고 멍멍에 빠지며 한편으로는 어떻게 성공해볼까 고민해 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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