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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entPD Jul 14. 2020

아형<아재<꼰대

중간에 낀 아재만 제일 불쌍

아는 형님 한 장면

#아형 그 친숙함의 비밀

jtbc의 인기 프로그램 <아는 형님>의 출연자들은 친숙하다. 강호동, 이수근, 서장훈, 이상민, 김희철, 민경훈, 김영철. 모두 동네 아는 형님, 오빠 같은 느낌을 물씬 풍긴다. 제목도 <아는 형님> 왠지 진짜 알 것 같은 형님들. 이들은 친근함을 무기로 삼아 안방을 공략한다.


아는 형님 한 장면

<아는 형님>에서 강호동은 중심을 잡는 MC이다. 사회적으로 그는 인기 많고, 돈 잘 벌고, 결혼도 잘하고 운동을 해서인지 건강도 이상 없어 보인다. 행복한 연예인이다. 그런데 우리가 방송을 통해 보는, 친근하다고 여기는 부분을 파헤쳐보면 다 빈틈 투성이다. 


강호동은 운동선수 출신으로 단순 무식+열정남 이미지를 갖고 있다. 서장훈은 결벽증+이혼남, 이상민은 파산+이혼남, 이수근은 불법 도박+강호동 2인자, 김영철은 안 웃긴 비호감 개그맨+노총각, 김희철은 비정상 4차원 캐릭터, 민경훈은 가창력은 좋으나 현재 잊힌 가수. 그런데 출연자들이 갖고 있는 빈틈들이 오히려 이들을 친근하고 재미있게 만들어 준다. 예능인이라는 직업적 특성에서 보면 오히려 플러스 자산인 셈이다. 이미지에 대한 내 개인적 생각이다. 보는 사람에 따라 다르게 볼 수 있다.


누군가에게 친숙하고 다가가기 쉬운 느낌을 주기 위해서는 이렇듯 자신의 빈틈을 보여줘야 한다. 예능인뿐만 아니라 일반 사회생활에서도 마찬가지다. 인간도 어쩔 수 없는 약육강식의 동물이기에 본능적으로 자기보다 강하고 잘난 존재는 불편하기 마련이다. 반대로 상대방이 약한 모습을 보이면 한시름 놓는다생존 본능이기 때문이다. 당장 자기 주변만 살펴봐도 알 수 있다. 절친이라 할 수 있는 내 친구들은 어떤 사람들인가? 절친 축에 속하려면 생각하면서 입가에 미소가 지어지는 친구들일 것이다. 에구... 이 모지리들...


https://news.chosun.com/misaeng/site/data/html_dir/2016/05/16/2016051602034.html

회사라는 조직에서 아형에 준하는 직급을 찾는다면  2년 차 사원, 대리 정도일 것이다. 대략 나이는 27세~34세 정도로 보면 될 것 같다. 신입 사원 입장에서는 2년 차 사원부터 입사 5년 차 대리까지 상대하기 편안한 대상일 것이다. 모르는 것이 있으면 물어보고 선배가 실수하면 놀리면서 형 언니 누나 동생 사이로 지낼 수 있다. 친근하기 때문이다.  아형 직급은 항상 인기도 많고 밥도 가장 많이 같이 먹는 인싸 세력이다. 문제는 아형을 넘어 아재로 넘어가면서부터다.


개그콘서트 한 장면


#아재의 곤궁함

아재의 호칭을 나이로 엄격하게 제한하는 법은 없지만 대략 35세~45세 정도 가량이 아닐까 생각한다. 사람들마다 다르게 생각할 것 같다. 아재는 친근한 의미의 호칭도 되지만 더 이상 풋풋하지 않은 아저씨가 되었음을 이야기한다. 아재는 아저씨보다 더 편안한 의미로 요즘은 대부분 희화화되는데 많이 쓰인다.


주로 동음이의어나 끝말잇기, 라임 만들기 식의 말장난으로 썰렁한 말장난을 펼치는 걸 아재 개그라고 칭한다. 나도 나보다 어린 친구들과 자리를 함께할 때면 자연스럽게 튀어나오는 것이 바로 아재 개그다. 내 주변엔 가히 프로 아재 개그러라고 할 수 있는 부장님이 한 분 계신다. 점심 시간에 추어탕 집에서 함께 간 부장님 왈.


 "미꾸라지가 크네! 미꾸Large네!"


왜 나의 선배들은 아재미를 뿜어대며 열을 올렸는가? 그리고 난 왜 웃었는가! 그리고 난 후배들 앞에서 그 부장의 아재 개그를 따라 하고 있는가? 그래서 곰곰이 생각해봤다. 난 왜 그 자리에서 가만있지 못하고 아재 개그를 펼쳐야만 했는가? 


난 그 이유를 초조함이라고 본다. 대화를 오래 재미있게 이어나가기 위해서는 회사 이야기 말고 사담을 나눌 수 있어야 하는데 그러기 위해서는 상대의 사생활에 대해 질문해야 하는데 이런 질문이 요즘 신세대들의 심기를 거스를 수 있다. 그래서 보통은 날씨로 시작해서 음식점의 음식, 인테리어, 서비스 등으로 시작해서 부동산 시장, 주식 시장, 코로나 이야기 등 주요 뉴스 등으로 화제를 이어나간다. 


건조한 요즘 세상 이야기만 하다 보면 웃음소리가 점점 잦아들고 정적이 흐르기도 한다. 이때 연장자 아재는 초조해진다. 이 건조한 대화를 다 자기 탓으로 생각하기 때문이다. 어떻게든 분위기를 부드럽고 화기애애하게 만들어보기 위해 솔선수범하는 것이다. 후배의 사생활은 모르고 그렇다고 질문도 할 수 없으니 대화의 소재를 현지에서 조달해야 한다. 혹은 외워다니기도 한다. 아재 개그가 빛을 보는 순간이다.

https://hinative.com/ko/questions/748106


젊은 세대, 부하 직원과 소통하고자 하는 노력의 산물 "아재 개그"는 처절한 몸부림이다. 후배들과 소통하고자 하는 마음이 담겨있다. 그래서 더 애틋하다. 식사 자리에서 그나마 아재 개그도 없이 일 얘기로 시작해 일로 끝난다고 생각하면 체할 것 같다. 아마도 이런저런 사유를 만들어서 그 식사 자리를 피할 것이다. 좀 썰렁하더라도 아재 개그로 어색한 분위기를 조금이라나 풀어보려는 아재와의 식사라면 부하 직원들도 기꺼이 함께할 것이다. 


https://1boon.kakao.com/goodjob/5ccabacb709b530001a9ea35


#칼날 위에 선 꼰대

꼰대라고 부를 수 있는 나이는 보통 50대 이상의 경우다. 보통 기혼자에 자녀는 한 두 명에 퇴직이 5~10년 정도 남은 경우고 부장 이상의 직급을 갖고 있을 것이다. 정말 능력이 뛰어난 경우 아니고서는 보통 퇴직을 해당 회사에서 하게 될 것이고 해당 직급을 유지하는 것조차 버거운 경우가 대다수다. 잘 관리하고 상황이 좋아지면 이사, 상무, 본부장 등으로 승진할 수 있다.


아형이 젊은 오빠(사원, 대리)라면 아재는 그 위 차장, 과장 정도일 것이고 꼰대는 부장 이상의 결재권자다. 앞으로 회사를 다닐 기간이 다닌 기간보다 짧을 것이고 부서의 평가를 통해 자리가 좌지우지된다. 그만큼 평가의 최전선 자리이다. 그리고 고액 연봉을 받고 있어서 언제든 정리해고 대상이 될 수 있다. 물론 반대로 우수한 퍼포먼스를 보이면 임원의 길로 나아갈 수 있는 자리다. 이런 냉혹함에서 오는 스트레스는 이루 말할 수 없는 것이다. 


경제적으로도 이룬 것이 많지만 잃을 것도 많다. 이제 대학을 갓 입학한 자녀가 매년 수백만 원에서 수천만 원의 학비를 소비하고 힘들게 장만한 아파트의 대출금이 완납되었다면 다행이지만 무리해서 강남에 마련했다면 몇 년간 더 갚아나가야 한다. 법인 차량을 주는 회사라면 다행이지만 기분 좋게 지른 대형 세단 할부금도 남았을 것이다. 인맥 관리를 위해 주말마다 골프장에 다니며 수십만 원을 지출할 것이다. 여기에 각종 공과금에 노후 저축, 생활비까지 더해지면 엄청 빠듯한 것이 꼰대의 경제 사정이다. 


https://tndnjs3029.tistory.com/24

꼰대는 아재보다 더 날카로운 칼날 위에 선 사람들이다. 흔히 꼰대들의 의사결정에 손가락질하며 불평불만을 갖는데 그 이면을 살펴보면 꼭 그렇지만은 않다. 꼰대들은 수명에서 수십 명이 몸담은 조직을 운영하고 거기서 필요한 의사 결정을 한다. 중요한 사안일수록 꼰대들이 가장 취하기 쉬운 태도는 현상 유지이다. 무리한 도전을 하거나 관례를 어겨가면서 수익을 내는데 방어적인 태도를 보인다. 


의사결정의 책임자로서 모든 책임을 본인이 져야 하기 때문이다. 꼰대 위의 꼰대들에게 보고를 하면서 점점 더 보수적, 관례적으로 되기 마련이다. 회사에 있을 날이 얼마 없는 사람들에게 리스크가 큰 사업은 옷을 벗을 수 있는 가능성이기 때문이다. 이런 보수적인 꼰대를 만나면 창의성, 유연성, 혁신성을 담은 아이디어를 내도 진행되기 힘들다. 


물론 다른 꼰대도 있다. 위로 더 오를 수 있는 가능성에 올인하고 부서원들을 그야말로 쥐어짜는 스타일이다. 임원으로 승진할 수 있는 가능성을 점쳐보고 어떻게든 성과를 만들어서 자신을 부각해보려는 경우다. 이런 부서에 있는 부서원들은 위의 경우와 반대로 환경과 여력이 되지 않는데 무리한 사업 진행으로 현실의 벽에 부딪쳐 번 아웃되기도 한다. 결과론적으로 이렇게 해서라도 성과를 낸 꼰대는 일 잘하는 꼰대고 성과를 못 내면 성질만 더러운 꼰대가 된다. 하루 종일 라떼를 찾으면서...

http://bravo.etoday.co.kr/view/atc_view.php?varAtcId=10030


#끼인 세대 아재는 서글프다

아재들 위로는 무기력하거나 찍어 누르는 극과 극의 꼰대가 버티고 있고 밑으로는 상큼 발랄하지만 말 안 듣는 아형들이 입 벌리고 있다. 아재들은 꼰대들로부터 오는 스트레스를 아형들에게 전가하고 싶지 않다. 그리고 아형들로부터 오는 응석 어린 건의도 꼰대들에게 전달하지 않는다. 중간에 끼인 아재들은 터지기 일보직전이다.


그래서 주 52시간이 자리 잡은 이때에 아재들은 자발적 야근을 밥먹듯이 한다. 아형들의 불금을 책임져주며 쿨하게 인사를 한다.


"어~ 먼저 들어가! 난 조금만 더 보다가"


 그러나 밤 11시가 되도록 사무실의 불은 꺼지지 않는다. 토요일 오후에 골프 라운딩 중인 꼰대는 톡을 보낸다. 


"월요일에 부사장님에게 보고해야 하니 월요일 10시까지 준비해놔라!"


아재들은 퇴사, 이직하지 않는 이상 다니는 회사에서 능력을 인정받고 승진해야 한다. 주 52시간 근무는 오이랑 바꿔먹어도 시원찮다. (아재 개그ㅡ..ㅡ) 회사 밖에서는 아재라고 놀림받고 안에서는 양쪽에 끼어서 새우 등 터지듯 기 한 번 못 펴는 것이 아재다. 그런데 일은 가장 잘해서 회사에서 꼭 필요한 존재다. 둘째 딸은 묻지도 따지지도 않고 데려간다는 속담이 있듯이. 끼인 세대는 위아래로 대응하느라고 영리하고 민첩하며 업력이 강하다. 


#아재를 지키는 건 결국 가족

얼마 전 연락이 끊겼던 고등학교 동창생을 만났다. 이 친구는 효성-LG전자-현대자동차로 스카우트되며 승승장구하며 실력자로 성장했다. 연봉은 높아졌지만 점점 커지는 책임감과 높은 성과 목표 때문에 숨쉬기도 힘들다고 토로했다. 실제로 눈이 잠시 동안 안 보이는 지경까지 이르렀다고 한다. 나 역시 회사에서 여러모로 시달리다가 중병을 얻은 경력이 있어서 큰 공감이 되었다. 


아재들은 회사에서의 압박으로 인해 정신적 스트레스는 물론이고 육체의 병을 얻곤 한다. 그래서 건강 악화로 인해 회사를 옮기거나 쉬는 아재들이 점점 많아지고 있다. 번 아웃되지 않고 스트레스를 풀기 위해 여러 가지 활동을 하는 것이 아재들의 낙이다. 내 주변 친구 중에는 캠핑을 즐기는 친구가 있다. 11인승 그랜드 카니발도 그래서 샀다. 주말이면 커다란 차에 아이 셋, 아내와 함께 캠핑을 떠난다. 회사에서 받은 스트레스를 자연에서 가족과 함께하며 떨쳐버린다. 


직업 군인인 이 친구는 승진을 하지 못하면 제한 연한에 걸려 조기 퇴직해야 하는 엄청난 스트레스에 시달렸었다. 그럴수록 가족과 함께 여기저기 쏘다니며 스트레스를 풀었다. 다행히 얼마 전 승진을 했고 52세까지 문제없이 직업 군인 신분을 유지할 수 있게 되었다. 물론 가족들이 승진하는데 직접적인 도움을 주진 않았지만 친구가 멘털을 잃지 않게 평정심을 찾을 수 있게 도움을 줬다는 건 틀림없는 사실이다. 


가족과 함께 하지 않고 혼자만의 동굴로 들어가는 아재들도 많다. 혼자 등산을 가거나 자전거를 타거나... 물론 그것도 도움이 되겠지만 그것은 혼자만의 "정리"의 수준이다. 가족과 함께하면 현재를 "정리"할 수 있고 미래를 "계획"할 수 있다. 아주 건전한 방법으로! 곤궁한 아재를 지키는 건 결국 가족이다.


https://photo-ac.com/ko/photo/981802/%ED%94%BC%ED%81%AC%EB%8B%89-%EA%B0%80%EC%A1%B1-2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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