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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이다운 Oct 24. 202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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데이비드, 제이닌, 크리스티안


데이비드, 뉴질랜드


 엄마에게 말하지 않고, 첫 타투를 키시나우에서 했다. 북아프리카에서 사랑하는 문양이자 믿음인 함사(HAMSA)에 연꽃을 더한 타투를 하고 숙소에 돌아왔다. 마침 시내를 둘러보고 온 데이비드가 내게 ‘타투가 예쁘다.’며 검지와 중지의 손으로 내 팔을 쓸어보며 물었다. ‘그래서 행복해?’ ㅡ ‘행복?’ ㅡ ‘아니, 지금 네 표정이 행복해 보이길래.’


제이닌, 캐나다


 이 여자애가 머리카락을 양갈래로 댕기를 딴 날은 내가 댕기를 따지 않았고, 내가 머리카락을 양갈래로 댕기를 딴 날은 이 여자애가 댕기를 따지 않았다. 이 여자애의 변화를 단숨에 알아챘으니, 이 여자애는 확실히 눈에 띄는 사람이었다.


 부쿠레슈티에서 나는 토요일 새벽에 떠나게 되었고, 이번 배낭여행에서 가장 재밌었던 금요일 밤을 보내게 되었다. 이 뜻은 금요일이 돼서야 이 여자애, 제이닌과 친해졌다는 뜻이었다.

 그날은 길거리 문화 축제가 있었던 날이었는데, 길에서 병맥주를 마시면서 춤을 추지 말아야 할 박자에 춤을 추고, 지저분한 바닥에 그냥 철퍼덕 앉아 사람들을 구경했다.

 올드타운에서 우리 둘이 발을 맞춰 걷자, 돈으로 치장한 이상한 아저씨들이 와서 우리에게 ‘금요일 밤을 함께 보낼 것.’을 제안했다. 그 순간 그 말에 대응할 가치를 못 느껴 제이닌과 손깍지를 끼고 골목으로 뛰어다녔는데, 돈 많은 아저씨는 쫓아 뛰어오지 않았지만, 한참을 괜히 까르르 숨차게 뛰었었다.


 그 골목 이후 일행들과 모히또를 마시러 간 야외 바에서 제이닌과 건물 내부 2층에 있는 화장실을 같이 갔었다. 칸에서 나와 손을 씻으며 거울을 통해 서로를 보는 일도 뭐가 그렇게 웃긴 지는 몰랐지만 한참을 까르르 댔었고. 원형 계단을 내려가다가, 유리창 너머로 1층은 손님으로 꽉 찼는데, 2층 유리창은 거들떠도 안 보는 것을 보고 제이닌과 눈을 마주쳤다. 그러고 둘 다 배꼽티 입은 김에 유리창 방향으로 배꼽티 위로 한껏 뒤집어 올렸다. 아무도 위를 쳐다보지는 않았지만 우리끼리 스릴 있어하면서 또 까르르 계단으로 도망쳐 내려왔고.


‘우리 6시간 전에 알게 된 사이 맞냐.’고. ‘다운 가지 마.’


크리스티안, 아르헨티나


 크리스티안은 유럽 최빈국 몰도바의 키시나우에서 만났는데, 할리 오토바이를 타고 세계를 여행하고 있었다. 아르헨티나에서는 헬리콥터 조종사로 근무 중이라 했고, 하얗기도 하고 회색 같기도 한 머리를 잘 올려 묶고, 가죽 재킷을 입은 모습이, 아주 멋쟁이 같았다. 


 하루는 이야기를 나누다가 몰도바 근처의 ‘트란스니스트리아라는 미승인국을 가는 날이 서로 같다.’는 것을 알게 되었고, 크리스티안이 정중하게 ‘오토바이 뒷 좌석에 태워줄게, 같이 국경을 넘을래?’ 물었고, ‘생각해볼게!’라는 여지를 남기고, ‘난 아무래도 다음 날 갈 것 같다.’라고 답을 했다.


 아무도 이상하게 생각 안 했을 수도 있지만, 얄팍한 나는 오토바이에 우리 둘이 앉아 있으면, ‘젊은 동양인 여성과 슈가 대디 같아 보일지도 모른다.’고 생각했기 때문이다. ㅡLana del rey를 그렇게 좋아하면서, 그의 음악 ‘ride’ 뮤직 비디오에 나오는 Lana del rey 같아 보이기는 싫었기 때문이다ㅡ 당신의 선의를 더럽혀서 미안하게 생각하고 있어요.




픽서를 챙기지 않은 여행에선, 사람의 주름이 한국에서 다 번져 버린 채로 남는 게 아쉽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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