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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박원영 Mar 10. 2017

자존감을 키우는 첫 걸음

분리-멀리하기-성취의 3단계

자존감이 주요 키워드가 된지 오래다. 자존감이 낮은 경우 느끼는 불행감들이 일상을 퇴색시키기 때문에, 행복하게 살기 위해서는 자존감을 높여야 한다는거다. 그러면 어떻게 하면 자존감을 높일 수 있다는 것일까. 너무나 많은 글과 책에 공통적으로 나오는 말은, 교과서적이지만 정답이자 모범답안인, <자기 자신을 사랑하세요>이다. 그럼 자기 자신을 사랑해야지, 요이땅-하면 만사 해결되는걸까?

내 경험으로는, 그 주문은 너무 추상적이고 뜬구름 잡는 것 같아서, 솔직히 말해서 효과가 없었다. 지나고 나니 아 그게 그거구나,라고 후일담처럼 이야기해서 축약버전으로 '자신을 사랑하세요'라고 할 수 있을지 몰라도, 그 과정을 거치는 도중에는, 와닿지도 않았다. 이게 솔직한 체험담이다. 어떤 이는, 자존감 높이기 지침으로 '거울을 보고 ㅇㅇ야 너는 참 멋져, 예뻐'라고 말하라는 처방을 받아서 실행했다가 거부감이 일어서 더 짜증나고 우울해졌다고도 한다.

'나 자신을 사랑하자고 생각하는 것'도 '아아 맞아, 나 자신을 사랑해야지!!!'라고 생각할 때는 순간적으로 마음도 가볍고 청량감과 함께 희망이 샘솟고, 가슴이 벅차오르는 느낌까지 불러일으킬 수는 있을지 몰라도, 시간이 지나면 또 제자리걸음을 하고 있는 자신을 발견하기가 일쑤이다.

자존감 높이기 방법으로 흔히 제시되는, 나 자신을 사랑하라, 상처받은 내면아이를 안아줘라 같은 말을 듣고 '뭐 어쩌란겨'라는 생각을 해 본 적이 있는가? 그 말만으로도 바로 나 자신을 껴안고 사랑한다 말하는게 될 정도였다면 자존감 부족으로 고민할 일도 없었을 것 같다.

나는 자존감이 낮은 사람이었는데, 지금은 꽤 높아졌다. 그 과정에서 실제로 도움이 되었던 것들의 키워드를 공유하자면, 크게 [분리],[멀리하기],[성취]였다.

1. [분리] : 남의 목소리를 나에게서 떼어낸다.

어릴 적에 부모님에게서 듣고 자라서 내 생각인줄 아는 것들, 주변 사람들이 따라가길래 나도 그래야 하는 줄 알고 당연히 어떤 기준처럼 따르고 있었던 것들, 매스컴에서 '마치 이걸 하지 않으면 큰일 나기라도 하는 듯' 보여주는 것들 등, 진짜 내가 생각해서 호오나 시비를 가려낸 것이 아닌 남이 들이미는 기준들을 최대한 제거한다. 가장 어려운 것은 내사된 부모의 목소리이므로 이건 최고난이도로 미루더라도, 일단은 '내 생각이라고 착각하는, 만들어진 가짜 생각'을 나로부터 분리하는 것이 필요하다.
나는 이것을 위해 말초적 흥미만을 제공하는 TV 오락 프로그램이나 드라마, 연예인에 대한 관심을 끊었다. 그런 컨텐츠는 애초에 타인의 시선과 평가에 의존적이게 설계된 것이기 때문에 상대의 반응을 끌어내기 위해 자극을 계속 주게끔 되어 있다. 생각할 시간을 주지 않는다는 뜻이다. 이런 컨텐츠가 가진 특징은, 생각없이 보게 되고, 자동적으로 어떤 반응을 하게끔 얕은 수준의 감정만을 자극한다는 것이다. 왜 예능 프로그램은 미친듯이 웃기고, 연예인들은 자꾸 벗겠는가. 이런 것을 과하게 접하면 스스로에 대한 성찰을 하는 것보다는 별 생각없이 반응하는 습관이 생기기 때문에, '내 목소리를 귀기울여 듣는 것'과는 점점 멀어진다.
매사 심각하게 살 필요는 없다. 적당한 오락은 당연히 유희로써 즐겨야 한다. 하지만 '멍때리고 TV를 보는 것'은 내적 자극보다는 외부 요인에 의해 반응하는 패턴을 더 강화함으로써 나를 잃게 만든다. 작자의 철학이나 사상, 예술혼 등이 녹아 있는 작품은 쭉쭉 섭취할만하다. 그것은 내적 자극을 강화하기 때문이다.
그리고 내 생각과 느낌을 정리하는 시간을 가진다. 매일은 아니지만, 다이어리에 나만을 위한 일기와 다짐의 글을 꾸준히 적었다. 자기최면처럼, 스스로 적고 읽고 들여다보는 것만으로도 '내 생각에 집중'하는 쪽으로 에너지가 흐른다.

2. [멀리하기] : 비교하는 사람들을 멀리한다. 

남과 비교해서 기준을 만드는 사람들이 있다. 자존감을 키우겠다고 이제 막 결심한 시기에 그런 이들을 가까이하면 낮은 자존감 상태에서 벗어나기 힘들다. 비교하는 이들이야말로 자신의 목소리를 잊고 남의 목소리에 휘둘려서 살아가는 사람들이다. 타인의 시선으로 자존감을 채우는 유형의 사람들은, 자신이 그 방법이 철썩같이 옳다고 믿기 때문에 주변에도 그런 사고를 은연 중에 강요한다. 그리고 걱정한다는 명목 하에 불안을 부추긴다. 자기 자신이 불안을 피하기 위해 어떤 것을 선택하기 때문이다. 원군이 생길수록 '이게 맞아 역시!'라며 확신을 얻기에 남을 가만 두지 못하고 자꾸 이만큼은 해야지 않겠어? 라고 조언을 한다.
남 보기에 그럴싸한 스펙과 집과 자동차와 악세서리와 의상과 먹거리와 등을 갖추어야 하고, 남이 하는 것은 내 형편이 어떻든 해야 한다고 여기는 사람들이 생각보다 많다. 사랑하는 젊은이들이 함께 하기로 한 결혼에서도 준비 과정에 온갖 잡음이 생기는 것은 결국 남과 비교해서 자신을 재단하는 사람들이 상대방에게 자기의 부족한 면을 채우라고 강요하기 때문이다.
나 역시 어떤 지인이 결혼 비용을 어떻게 하기로 했느냐,라고 물었을 때 사실대로 형편껏 반을 부담하기로 했다고 한 적이 있다. 그때 그녀는 마치 내가 문제 있는 결혼을 하는게 아니냐고 말하고 싶은 듯한 반응을 했다. 자기 친구들은 어떻고 저떻고 해서 여자는 조금 하고 남자가 이러저러하게 준비를 했는데, 너는 왜 그런 대접을 받느냐는 뉘앙스였다. 어떻게 들으면 홀깃할 수도 있는 말들이었다. 하지만 내 인생에 아무 도움이 되지 않는 말이기도 했다.
그녀의 무안함이 신경 쓰이긴 했지만, 맘을 다잡고 되물었다. 그녀들에게 그만한 여유가 있음에도 하지 않은 것이냐고. 모은 돈은 없다고 했다. 그래서 다시 이야기했다. 나는 그만한 여유가 있어서 비용을 부담하는거고, 그녀들은 그게 불가능해서 못하는거니, 내가 오히려 기뻐해야 하는 것 같다고, 내 준비과정에는 아무 문제가 없고 굳이 비교하자면 그녀들보다 나은 상황인 것 같다고. 그러자 그 후로 그녀는 내 결혼문제에 대해 일체 왈가왈부하지 않았고, 나는 더 이상 비교를 부추기는 말을 듣지 않아도 되었다. 흔들리지 않는다는 것을 알고 나면 그런 부류는 더 이상 말을 하지 않는다. 불안의 공감대가 형성되지 않기 때문이다. 그렇게해서라도, 그런 부류와는 거리를 두는 것이 좋다. 미워하라는게 아니다. 그냥 나에게 해를 끼치는 것을 허락하지 말라는 뜻이다.

3. [성취] : 내가 좋아하는 것을 해서 완성하는 경험을 쌓는다.

자존감이 낮은 사람은 자신감이 없다. 역으로 자신감이 없는 이들은 자존감이 낮다. 같은 것은 아니지만, 긴밀한 관계가 있다. 자신감은 내가 어떤 것을 시도했을 때 그것이 잘 진행되고, 형태를 갖추어가며 종국에 완성되었을 때 조금씩 쌓인다. 내가 무언가를 해냈다는 성취감과 긍정적인 경험이 쌓이면, 다음 경험을 마주할 때 '이것도 해낼 수 있을거야, 안되더라도 다시 시도하면 될거야'라는 마음을 낼 수 있다.
처음부터 어려운 과제에 도전해서 실패하면 자존감이 아직 낮은 상태에서는 '거봐 역시 난 안돼'라는 부작용을 맛볼 수 있다. 그러니 자신이 잘하거나, 잘하는게 없다고 생각된다면 별로 어렵지 않다고 생각되는 간단한 것부터 조금씩 해본다. 자신감도 학습되는 것이라고 생각한다.

나에게 집중하는 것, 타인과 비교하지 않는 것, 성취감을 지속적으로 스스로에게 맛보게끔 기회를 주는 것은 [내가 원하는, 가장 나다운 것들을 찾아서 실천하고 결과를 내는 경험]으로 쌓이게 된다. 내가 좋아하는 것을 하면 된다. 말 그대로 '내'가 좋아하는 것이면 된다.

하다가 아니면 또 다른걸 해도 된다. 좋아하는 것은 늘 바뀔 수 있으니까. 하나의 시도가 좌절된다고 해도 스스로를 책망할 이유도 없다. 바나나를 좋아하다가 어느 날 딸기를 좋아하기로 마음을 바꾸었다고 해서 '바나나를 끝까지 좋아하지 못하다니 나는 역시 글러먹었어'라고 생각할 사람은 없지 않은가.

나 자신을 사랑하는 것이 먼저가 아니라, 타인의 목소리나 비교를 부추기는 것들을 멀리하고 스스로의 판단으로 선택하는 경험을 쉬운 것부터 하나씩 해보는 것이 먼저다. 그것이 쌓여서, 내 선택으로 무언가를 해도 되는구나, 이게 더 기쁘구나 하는 긍정적 피드백을 스스로 받게 되면, 자기 자신을 믿게 되고, 사랑하게 될 것이라고 생각한다. 적어도, 낮은 자존감을 극복한 사람으로서는 그렇더라, 슬로건보다는 부대끼고 시도해보고, 느끼는 것이 더 도움이 되더라는, 다소 건방진 이야기였습니다아.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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