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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cherry Feb 15. 2020

자연이 바로 옆에 있으니까.

너네들의 이상하고 아름다운 취미.


여름에는 블루베리, 산딸기 따러 숲에 가고, 가을에는 버섯 따러 숲에 가야지.

겨울에 사우나하고 집 앞 호수에서 얼음 목욕은 필수.


여름엔 밤 열 시까지 해가 안 지는 나라.

겨울엔 오후 3시에 해 지는 나라.


너네는 그럼 평소에 뭐 하고 놀아?

라는 질문에 대한 답변이었다.



‘문명’보다는 ‘자연’을 더 사랑하는 것이 느껴지는 핀란드 사람들.


헬싱키에서 다른 도시로 가는 기차 안 옆자리에 앉았던 한 아주머니가 말했다.

"저는 도시가 싫어요. 헬싱키에 있으면 사람들이 더 빠른 것을 추구하고 돈이 우선시 되는 게 느껴져요. 정말 중요한 가치가 무엇인지.. 다들 깨달아야 할 텐데."


라흐티라는 도시에서 코우볼라로 가는 기차를 놓친 나와 동일한 상황에 놓인 한 청년이 우리를 데리러 올 그의 친구를 기다리며 내게 말했다.

“우리는 country boy야. 헬싱키는 우리가 살 만한 곳이 아니야. 나는 숲이 좋아. 헬싱키 사람들은 우리와 달라. 지금 니 주위에 보이는 숲들도 오래된 숲이 아니야. 사실 몇십 년 전 그 자리에 있던 나무들이 다 잘리고 새로 심은 것들이야. 진짜 숲이 아니라고.”


라흐티라는 도시에서 만난 한 핀란드 중학생이 말했다. “헬싱키는 너무 사람이 많고 시끄러워요. 나는 조용한 곳에 살고 싶어요.”


내가 살던 도시 코우볼라에서 알게 된 친구가 말했다.

“헬싱키에서는 왜들 그렇게 뛰어다니는지 모르겠어. 다들 너무 바빠. 3분 후에 또 지하철이 올텐데, 대체 왜 뛰는 거야?”


헬싱키 인구가 서울 인구의 10분의 1보다 적다는 것을 이 친구가 알게 된다면, 서울을 와 보기도 전에 싫어할 것 같아 그 말은 다시 삼켰다.


어느 소수의 의견이라기에는, 다양한 연령대와 다양한 배경에서 온 사람들이 다 동일한 이야기를 했다. 

분명 이들은 한 가지 중요한 가치를 아는 것 같았다.


이들이 어렸을 때부터 보고 만지던 자연과의 교감 덕분이었을까, 맑은 공기, 깨끗한 물, 어딜 가든 쉽게 볼 수 있는 숲과 호수를. 이 거대하고 평온한 자연 핀란드 사람들에게 주는 평화와 안정은 생각보다 컸다.


이은 자연과의 교감을 통해 자연스럽게 생명에 대한 감수성, 작은 것을 소중히 여기고 다른 존재와 공존하는 방식을 터득한 것이다.


핀란드인의 삶에서 빼 놓을 수 없는 한 가지, 겨울에 사우나 하고 얼음 호수에 몸 담그기


단순히 자연을 좋아한다는 것을 넘어, 이는 생각보다 정말 깊이 우리 삶에 큰 영향을 미친다는 것을 깨달았다.


"작은 것을 소중히 돌보는 마음", "생명에 대한 감수성". 이 감수성이 사회 전반에 더 많아질수록, 우리는 자연 속 작은 곤충부터 길고양이, 산속 야생동물까지, 그리고 내 곁에 있는 한 사람까지 그 가치가 얼마나 존엄했는지를 알게 된다. 그리고 그것은 자연스럽게 지속 가능한 사회로 나아가는 밑거름이 된다.


물론 핀란드 사람들이 다 스마트폰 없이 자연 속에만 파묻혀 살아간다는 말은 전혀 아니다. 역설적이게도 이곳에서 거대한 통신회사인 노키아가 탄생했고, 전 세계적으로 알려진 스마트폰 게임 시장의 절대 강자라고 할 수 있는 슈퍼셀, 로비오 각종 IT 기업들도 핀란드에서 나왔다. 이것도 자연이 주는 상상력과 창의력인 것일까, 혼자 그런 웃긴 상상도 해본다. 이처럼 복잡 다양한 사회에 일대일 대응은 없기에 정답은 알 수 없지만, 알면 알수록 재미있는 나라다.


우리가 조금만 더 자연을 아끼고 돌보고 소중히 여겼더라면. 지금의 아이들이 스마트폰에서 조금은 눈을 뗄 수 있었을까. 산을 깎아 케이블카를 설치하고 발전소 건설에만 목마른 정치인들이 그것만이 답이 아니라는 것을 조금은 더 일찍 깨달았다면 어땠을까.


더는 파괴하지 말았으면 좋겠다. "자연에서 힐링하자"며 캠핑을 떠나 자연에는 힐링이 되지 않는 이기적인 행동을 하는 사람들이 자연은 내가 필요할 때 가끔씩 찾는 무언가가 아니라 없으면 안 되는, 우리 곁을 지켜주는 중요한 것임을 깨달으면 좋겠다.


우리의 만남이 영화관 맛집 쇼핑만을 전전하기에는 너무 아깝지 않은가.


창문을 열어 시원한 바람을 느껴보자.

내 옆에 초록과 함께 걷는 이들을 향해 마음을 열고,

우리는 모두 연결되어 있음을 기억하자.


당신과 나의 일상에 새로운 차원의 행복감이 찾아들기를 바래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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