새마을 운동에 방치된 유년시절 1
“낼도 아부지들 새마을운동 가까?”
“갈겨. 요새 맨날 하자 너”
“그람 우리 낼은 진짜 담배 한번 펴 보까?”
신문지 쪼가리에 마른 솔잎을 말아 뻐끔대며 켁켁거리던 '박살(별명)'이 아주 치명적인 유혹을 던졌다. 박살은 자기가 땡감을 살짝 던졌는데 자기 힘이 얼마나 센지 그 땡감이 완전 박살이 났다는 허풍에서 시작된 별명이다. 처음에는 ‘감박살’로 부르다가 줄여서 ‘박살’이 되었다. 꼬맹이들의 눈빛이 초롱초롱해졌다. 다들 마른 솔잎이나 마른풀로 말아 피우던 가짜 담배가 아니라 어른들이 피는 진짜 담배 맛이 궁금했던 터였다.
“좋아. 그람 우덜 낼은 진짜 담배 피우는 거다”
“낼 아침 모두 담배 1갑씩 가져오기 약속!”
허풍 대장 박살의 주도로 우리는 모두 아버지의 담배 1갑씩을 가져오기로 작당을 했다. 6살 꼬마들의 어마어마한 탈선 음모는 그렇게 시작되었다.
‘새벽종이 울렸네 새 아침이 밝았네
너도 나도 일어나 새마을을 가꾸세
살기 좋은 내 마을 우리 힘으로 만드세
초가집도 없애고 마을 길도 넓히고
푸른 동산 만들어 알뜰살뜰 다듬세
살기 좋은 내 마을 우리 힘으로 만드세’
마을 스피커는 시끄러운 새마을 노래로 아침을 열었다. 아버지들은 어제처럼 삽과 괭이를 들고 마을 길을 넓히러 나갔다. 나는 도둑고양이가 되어 아버지 담배 창고에서 새마을 1갑을 꺼냈다. 그리고 가마솥에서 고구마 두 개를 챙겨 집을 나왔다. 우리들은 동네 뒤편 미끄럼 놀이터인 김씨네 큰산소 옆에 모였다. 여자 둘, 남자 다섯 답박골 또래 꼬마 일곱이 모두 모였다. 워낙 큰 작당모의라 모두 동참하기로 한 것이다. 먼저 이 거사를 주도한 박살이 담배를 한대 물고 불을 붙였다. 볼이 볼록하게 한 모금 입에 머금더니 아버지 흉내를 내며 담배연기를 하늘에 내뿜었다. 담배연기는 굴뚝 연기처럼 하늘을 향해 퍼졌다. 참으로 멋져 보였다.
“야 니덜도 해 봐”
그때부터 신나는 담배 놀이가 시작되었다. 너 나 할 것 없이 뻐끔거리며 볼에 가득 담배연기를 물었다가 하늘을 향해 내뿜었다. 연신 켁켁대면서도 다들 시시덕거리며 담배 놀이를 즐겼다. 마치 어른이 된 기분이었다. 우리는 각자 싸가지고 온 고구마나 누룽지 등으로 점심을 때우고 미끄럼을 타며 하루 종일 담배 놀이를 했다. 어차피 겨울철에는 점심을 따로 먹지 않았기에 집에서도 부르지 않았다.
잠깐 논 거 같은데 어느새 해가 뉘엿뉘엿 기울었다. 그때부터 걱정이 되었다. 하루 종일 담배를 입에 달고 놀았으니 온몸에 찌든 담배 냄새가 폴폴 풍겼다. 집에 들어가 혼날 일을 생각하니 걱정이 이만저만 아니었다. 다들 풀이 죽어 걱정만 하고 앉았는데 역시 박살이 묘안을 찾아냈다.
“아 맞다. 이거 우리 성이 알켜 준건디”
“뭔디? 뭔디?”
눈은 모두 박살의 입으로 향했다.
“니들 이거 절대 다른 사람한티 말하믄 안뎌. 안 헌다고 약속 혀”
“이이~좋아 다른디서 얘기하면 나쁜 놈”
“소나무에 올라가 쌩똥(억지 똥) 싸면 담배 냄새가 안 난댜”
“증말?”
“이~ 진짜여 우리 성이 알켜 줬어. 우리 성도 담배 폈는디 안 걸렸거등”
그 말과 동시에 우리는 각자 소나무 한 그루씩 찾아 올라갔다. 가지가 많지 않은 소나무에 걸터앉기는 매우 힘들었다. 꼬맹이들은 온 힘을 다해 나무에 매달려 남자건 여자건 바지를 벗어던지고 얼굴이 빨개지도록 힘을 주기 시작했다. 어렵게 거사를 치르고 내려와 서로의 냄새를 맡았다.
“야 냄새 안 난다”
박살이 먼저 소리 질렀다. 나는 것도 같았지만 똥냄새가 배어 그랬는지 이상하게 담배 냄새가 안 나는 것 같았다. 하여튼 박살의 한마디에 모두 담배 냄새가 안 나는 것이 되었다.
서로의 말을 철석같이 믿고 각자 집으로 돌아갔다. 집이 다닥다닥 붙어 있는 골짜기 마을 저녁이 갑자기 시끄러워졌다. 이쪽저쪽 집에서 엄마들의 악을 쓰는 소리와 꼬맹이들의 울음소리가 들렸다. 그날 얼마나 호되게 혼났는지 지금도 내 기억에 선명하다. 물론 그 뒤로 난 담배를 피우지 않았다. 고등학교 졸업하고 피기 시작했지만 지금은 끊었다. 여하튼 나 6살부터 담배 피운 사람이다.
사교육업계에서 근 18년을 밥벌이했다. 나는 그때 많은 아이들을 만나면서 적기교육의 중요성을 깨달았다. 의도했건 의도하지 않았던 적정시기에 제대로 된 교육을 제공해 주지 못하는 방치도 아이의 입장에서는 폭력이다. 국가가 영유아 교육에 적극적으로 나서야 하는 이유다. 나는 유치원 검정고시 출신이다. 유치원에 다니지 못했다는 말이다. 그러나 나는 부모님을 절대 원망하지 않는다. 다만 가끔은 그때 담배 놀이 대신 유치원 교육을 제대로 받았으면 어땠을까 하는 생각을 해본다. 아이들에게는 방치도 의도하지 않은 폭력일 수 있다.
통계청 자료에 의하면 2020년도 우리나라 20~30대 맞벌이 가구 비율은 50%를 넘는다. 맞벌이 부부들의 아이들은 어떻게 크고 있을까? 나 자랄 때와는 달리 요즘 아이들은 대부분은 유치원에 맡길 수밖에 없다. 이러다 보니 몇몇 철없는 유치원 원장들은 사기업 흉내를 내며 아이 교육을 돈벌이 수단으로 여긴다. 자질 부족 유치원 교사 문제가 잊을만하면 튀어나온다. 부모들은 아이를 맡겨 놓고도 늘 불안하다. 그러다 보니 청년들은 결혼을 미루거나 아예 아이를 낳지 않는다. 국가의 제대로 된 정책은 미흡하기 때문이다. 이래서는 안 될 일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