자유롭지만 자유롭지 못한 프리랜서 스스로에게 보내는 위로
프리랜서 마케터로서의 삶을 살고 있는 온오프조이입니다. 올해 초부터 마케터로서 회사에서 독립해 프리랜서 마케터로서의 삶을 살아가고 있습니다.
주 3일은 출근하고 나머지 날은 집에서 일을 하거나, 집이 아닌 다른 공간에서 일을 하는 삶을 살아가고 있어요. 사람들은 이러한 삶을 '프리랜서'라고 말하더라고요. 사실 저는 반은 직장인의 삶을, 또 절반은 프리랜서의 삶을 살고 있어요. 어찌 보면 남들과는 조금 다르게 '일하는 삶'을 살아가고 있어요. 다른 삶의 양태를 보이는 프리랜서의 삶과 스스로 느끼는 감정의 흐름을 기록하려고 합니다.
아직은 쓸모 있는 인간이라는 위로
프리랜서라고 하면 사람들은 우선 '부럽다'는 생각을 먼저 하더라고요. 사실 프리랜서 마케터로서 삶을 산지 이제 반년 정도 된 거 같은데요. 간혹 사람들이 '자유롭냐'라고 물으면 결코 '자유롭지 않은 직업이다'라고 강조하곤 합니다. 9 to 6 삶에서는 탈출했으나, 시간과 장소의 구애 없이 일을 할 수 있지만 그 어디서든 일을 해야만 하는 존재이기 때문이죠.
저의 모닝콜은 제가 함께 일하는 클라이언트의 전화로부터 시작됩니다. 집에서 일하는 하루니까 여유롭게 커피를 타고 노트북 앞에 앉는 상상을 하지만 실상 프리랜서의 삶은 클라이언트의 모닝콜로 시작되죠. 오늘도 정확하게 오전 8시 58분에 울린 대표님의 전화를 받고 일어났어요. 누군가의 전화를 놓치면 안 되는 삶. 바로 그게 프리랜서로서 삶의 시작이 아닐까 조심스럽게 정의 내려봅니다.
일하는 초반에는 자유롭게 일하기 위해 선택한 삶이었는데 누군가의 전화를 꼭 받아내야 하는 삶이 답답하고 응답해줘야 하는 의무감이 답답하게 느껴지기도 했었어요. 프리랜서로서의 삶이 사실 마냥 자유롭지는 못하다고 생각합니다. 물론 회사에서 완전하게 종속된 삶만큼의 갑갑함은 아니지만 누군가의 질문에 즉각 응답해줘야 한다는 의무감, 긴장감은 늘 지니면서 살아 갑니다. 언제나 몸의 상태는 '긴장상태'를 유지하고 있죠.
얼마 전 <나의 해방 일지>에서 염창희 역할로 나온 이민기 배우가 편의점 점주 전화를 퇴근 후나 주말에도 몇 시간씩 들어주는 장면이 저에게는 너무나 공감되는 장면이었어요. 저는 제 클라이언트의 딸이 무슨 과를 나왔고, 취미가 뭐고 가끔은 그분의 불만을 들어주느냐고 지하철 열차를 놓친 적이 있어요. 열차를 놓친 덕분에 집에 들어가고서는 방전이 되어버렸지 뭐예요. 몸은 어딘가 종속되어 있지 않지만, 정신적으로는 9 to 6을 일하는 직장인과 별반 다르지 않은 스트레스를 안고 지내는 중입니다.
그러던 어느 날 문득, 지금의 상황이 늘 긴장상태로 나를 유지시킨다면 몸은 금방 고장이 날 것 같다는 생각이 들었었어요. 그래서 몸의 긴장과 마음의 평온을 갖기 위해 반년 전부터 시작한 운동이 요가입니다. 요가원에 들어서는 순간은 제가 유일하게 제 핸드폰을 '비행기 모드'로 변경해두는 시간이에요. 잠시나마 오로지 나에게 집중하고 소란스럽고 시끄러운 소음을 MUTE 할 수 있는 시간을 갖고 있어요. 소란스럽던 소음들로부터 침묵하는 시간을 갖고 나니 제 삶의 정의와 일하는 목적에 대해 생각하게 되었습니다.
"그럼에도, 아직은 쓸모 있는 인간이라 다행이다"
이 모든 삶은 내 선택에 의해 주어진 삶이라는 것이죠. 이미 내가 선택한 삶이라면 내가 이끄는 방향대로 삶을 이끌어야 한다는 생각에 다다랐습니다. 프리랜서의 삶이 피로하고 언제나 선택을 해야 하는 고민을 해야 하는 삶이지만 이 모두 나의 선택에 의해 주어진 결과라는 것을 받아들여야 한다는 사실이에요. 또 하나, 아직은 쓸모 있는 사람이라 경제생활을 영위할 수 있게 도와주는 것 또한 '일'이라는 본질적인 것에 대한 정의를 스스로 다르게 받아들이기로 했어요. 시간과 장소에 구애받지 않는 자유로움을 얻었지만, 그 대신에 일에 대한 책임감과 긴장감을 얻은 프리랜서로서의 삶을 스스로 받아들이면 된다는 것이죠. 그럼에도 아직은 쓸모 있고 사용할만한 존재로서 가치가 있는 사람이라 불러주고 쓰이고 있다는 것에 대한 감사함도 덤으로 생각하게 되었습니다.
아직은 돈을 더 벌 수 있어서,
아직은 쓸모 있는 인간이라 참 다행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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