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글이 너무 길다

토하고 싶었는지도 모른다

by 석은별

규칙적으로 글을 쓰고 싶어서 브런치 북을 열었는데 현실과 욕구가 균형을 이루지 못한 흔적이 바로 '했다가 말다가'의 들쑥 날쑥한 목차이다.


몇 달간 거의 숨 가쁘게 달려온 현실에서 브레이크를 걸 시점을 찾던 중 자연스럽게 브레이크가 걸렸다.

일이 다 멈췄다. 당분간 기다려야 되는 시기가 됐다. 처음에는 실컷 잤다. 그리고 운동했다. 그리고 책을 읽었다. 그리고 생각했다. 그리고, 그리고, 그리고... 다시 브런치를 찾았다.


왜 여기다 이름을 '석은별'이라고 했지?부터 시작해서 그간의 글 흔적을 보며 냉소적인 태도의 나를 봤다.


무슨 하수구 처리장이냐?

솔직하게 쓴다는 이유로 휘갈겨 놓았구먼.

남의 글은 그렇게 평가하면서 니 글은 볼 줄 몰라?

좋은 소재를 토하듯 써 버렸네.

도대체 뭘 말하고 싶은 거야?

이건 또 왜 이렇게 길어?

무슨 용기에 전체공개?


그리고는 다 닫아버리고 싶은 충동이 일어난다.


나에게 있는 패턴 중 하나다.


종종 흔적도 없이 사라져 버리고 싶은 욕구로 도망 다니고 손절하고 싸우던 모습들이 떠오른다.


삭제하고 싶지?

아닌 척하고 싶지?

버리고 싶지?


그래...

이번엔 그 마음을 잘 붙잡고 버텨보자.


삭제하지 않고, 그게 다 너라고, 끌어안아 보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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