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거기 앞에 가는 아저씨

나도 모르는 피해를 끼쳤겠지

by 석은별

오랜만에 아들이랑 강변을 걸으러 나갔다.

아침 공기가 상쾌하다고 느끼기도 잠시, 담배 냄새가 코를 찌른다.


'아 뭐야! 길거리에서 걸으면서 저렇게 담배를 피우다니.'


걸음을 재촉해서 담배 피우는 아저씨를 따라잡으려 했다.

아들도 눈치껏 잰걸음으로 속도를 높인다.


손에 담배를 들고 가는 아저씨를 보는데 한 손에는 재가 거의 다 탔다면 반대편에는 새로 불 붙인 담배개피가 들려져 있다. 아무래도 다 피워가는 담뱃불을 새 담배로 옮긴 거겠지 짐작하면서


'저렇게까지 줄담배 해야 되나? 아 짜증 나!'


아저씨를 앞지르자마자 일부러 째려봤다.

마치 영혼은 딴 세상에 있는 사람처럼 몸통만 저벅저벅 걸어가는 것 같이 느껴졌다.


'눈빛이 텅 비어 보이는 게 저런 건가?'라는 생각과 동시에 담배냄새의 불쾌함도 금세 스쳐 지나갔다.


저 사람이 저렇게 자기 문제에 빠져서 줄담배를 연신 피우는 동안 일면식도 없는 사람에게 담배연기 테러로 피해를 주고 있다는 것을 미안해하긴 할까?라는 생각이 들었다.

한 공간에 있지만 서로 다른 세상을 산다는 의미가 생생하게 와닿았다.


이내 나도 저런 모습일 때가 있지 않았을까?


내 고민에 빠져서 무심결에 하던 행동이 다른 사람들을 방해했던 적이 있었지 않았을까?

떠올려 보니 여러 장면이 스쳐 지나간다.


'과거의 내 행동으로 불편했을 누군가들에게 이제와 미안한 마음을 전합니다.'라며 합장을 하고 다시 걷기에 몰입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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