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천 원 치 30년 사면 총 324만 원
재작년부터 로또를 매주 사고 있다.
첫 시작은 지나가는 길에 로또 명당이라고 사람들이 줄을 서 있는데 근처는 불법주차장일 정도로 인도에도 차들이 올려져 있는 것을 본 이후다. 알고 보니 지역에서 로또 1등이 가장 많이 나온 자리라고 한다.
그쪽으로 지나갈 일이 없었기에 실제로 그 광경을 보니 호기심이 생겼다.
남편과 나는 소심한 마음에 골목을 돌아 돌아 안전한 곳에 주차를 하고 한참 걸어가서 그 인파들 사이에 파고들었다.
사람들을 살펴보니 연령대도 다양하고 표정도 다양했다. 어떤 사람은 손에 로또 종이를 들고 있었고 어떤 사람은 다른 복권들도 여러 장 들고 있는 게 보인다. 마스크와 모자를 쓰고 눈만 보이는 사람이 있는가 하면 두리번거리며 주변을 살피는 사람, 통화하는 사람, 무표정한 사람 등등 다양했다.
남편에게 줄 서라고 한 뒤 나는 번호를 고르러 갔다. 용지에 고심해서 고른 번호를 다 체크하니 심장이 벌렁 거린다. 이거 당첨되면 뭐 하지? 설렌다. 전액을 기부하기에는 배포가 크지 않았다. 일부만 떼고 기부하자니 얼마나 떼야 될까 고민스러웠다. 그릇이 큰 척했지 정작 돈 앞에서는 계산이 더 빠르구나. 피식 웃었다.
남편은 자동으로 나는 수동으로 5천 원치 씩 사서 돌아오면서 웃음이 떠나지 않았다.
1등이 그렇게나 많이 나오는 명당이라는데, 그곳을 하필이면 지나치지 못해서 산 것이니 우리에게도 행운이 왔으면 하는 바람으로 며칠을 보냈다.
그리고 토요일이 되어 확인하니 나와 남편이 산 숫자 10개를 다 합쳐도 숫자 3개만 맞다. 그것도 다 흩어져 있어서 낙첨이다.
이거면 커피를 마시고 말지라는 생각에 일확천금이라는 운은 없을 모양이니 포기하자고 했다.
그렇게 몇 주가 지났나?
꿈에서 엄마랑 살갑게 대화 나눴다. 과일을 먹던 중에 갑자기 떠오른 듯 이모에게 5억을 맡겼으니 연락해 보라고 한다. 이모 연락처라고 적어 주는 번호들이 숫자 6개가 적힌 게 아닌가.
"이게 전화번호라고? 아닌데? 로또 번호 아니야?"라고 묻는 순간 깼다.
너무나 선명하게 떠오르는 숫자 6개.
얼른 카카오톡 내게 보내기를 했다. 숫자를 다 적고 보니 "로또 번호 맞아? 내가 볼 땐 뭔가 의미 있는 나이인 것 같은데?"라며 의미를 찾으려 들었지만 딱히 맞아떨어지지 않았다.
뭐든 공유하는 남편에게 꿈을 이야기하니 숫자를 알려달라고 한다.
"아니. 싫어. 이 숫자는 절대로 안 알려줄 거야. 대신 로또 사더라도 내가 살거야!"라며 고집을 피웠다.
그렇게 시작해서 매주 2천 원씩 샀다.
처음에는 동네 복권방에서 금요일 저녁마다 2천 원씩 샀다면 나중엔 온라인으로도 살 수 있다는 것을 알게 돼서 일요일 저녁에 2천 원씩 같은 번호를 산다.
그동안 5천 원 당첨만 6번 있었다.
오늘도 샀다.
첨엔 허무맹랑한 행동을 하는 것 같아서 스스로 한심했다가, 나중에 의미를 부여했다.
당첨되면 조상이 도왔고, 당첨되지 않으면 기부했다고 치니 내가 손해 볼 게 없다는 생각이 들었다.
낙첨된다고 해서 엄마를 원망할 것도 없고, 당첨된 사람들을 부러워할 것도 없다. 내가 선택한 번호가 아직 안 됐을 뿐이니...
그러나 스스로가 얄굿게 보이는건 사실이다.(얄굿다: 경상도 사투리로 '이상하다'라는 뜻)
가끔 남편은 묻는다. 그때 그 번호 뭐냐고.
"당첨되면 알려줄게. 그전엔 노코멘트!"
그럼 언제까지 살 거냐고 묻는다.
"30년 작정하고 사보는 거지 뭐. 그 사이에 되면 좋고, 안되면 그래도 324만 원 기부한 걸로 치면 30년이면 큰돈도 아닌걸?"
내가 낙첨된 돈이 누군가의 당첨금이나 사회사업으로 들어간다면 언젠가 내가 당첨될 때도 다른 사람들의 낙첨된 돈이 내게로 오는 것일 테니... 돈이 진짜로 돌고 도는 건지 한번 지켜보자고.
아프리카에 학교 하나 지을 정도는 꼭 되면 좋겠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