전설이 된 노벨, 그의 삶과 유언
노벨상은 알프레드 노벨의 유언으로 제정된 상이다. 100년이 넘도록 전통과 권위를 이어온 상의 명예에 더해 노벨상이 유명한 이유 중 하나는 아마도 상금이 어마어마하기 때문일 것이다. 2019년 기준으로 상금이 9백만 스웨덴 크로나, 약 10억9000만원 가량이다. 부자들은 대부분 편법을 써서라도 어떻게든 자식에게 재산을 물려주려고 안달인데, 왜 노벨은 힘들게 번 재산을 고스란히 남겨 노벨상을 만들라고 했을까?
노벨이 유산으로 자신의 이름을 딴 상을 제정하라는 유언을 남긴 데는 몇 가지 이유가 있다.
그 중 가장 널리 알려진 것이 프랑스 신문이 실수로 낸 부고 때문이라는 것이다. 1888년 알프레드 노벨(1833-1896)의 형 루드빅 노벨이 사망했을 때, 한 프랑스 신문이 망자가 알프레드 노벨인 줄 알고 오보를 냈다고 한다. 부고의 제목은 ‘죽음의 상인 죽음을 맞다 Le Marchand de la Mort est Mort”, 내용은 이렇다. 더 많은 인간을 더 빠르게 죽이는 방법을 발명해 부자가 된 알프레드 노벨 박사가 어제 사망했다.
알프레드 노벨은 다이너마이트를 발명한 화학자이자 유럽 전역에 다이너마이트 제조사를 차린 국제적 사업가다. 산업혁명과 함께 탄광개발 붐이 일자 알프레드 노벨은 여러 나라에 다이너마이트 제조 회사를 차려 일약 백만장자가 되었다.
다이너마이트는 산업에만 쓰이는 것이 아니다. 발명가의 의도는 아니었지만, 전쟁에도 쓰였다. 이를 두고 알프레드 노벨을 죽음의 상인이라 칭한 것이다. 인터넷도 댓글도 없던 시절, 사람들이 자신을 어떻게 생각하는지 몰랐던 알프레드 노벨은 이 기사를 보고 꽤나 충격을 받았던 모양이다.
아…사람들이 나를 죽음의 상인으로 기억하겠구나.
사실 노벨은 이와 정 반대로 생각하고 있었다. 다이너마이트가 되려 평화를 가져올 것이라고 말하곤 했다. 다이너마이트를 발명한 노벨은 그 위험과 잠재력을 잘 알고 있었다. 노벨의 다이너마이트는 탄광개발에 사용되어 단단한 바위산을 폭파시킬 정도로 강력했다. 다이너마이트가 터지는 순간 수많은 군대며 마을이 순식간에 파괴된다는 걸 알면 사람들은 그 파괴력이 두려워 누구도 먼저 사용하지 않을 것이라 생각했다.
그렇기 때문에 공멸보다는 팽팽한 긴장을, 힘을 겨루는 전쟁보다 평화를 선택할 것이라 믿었다. 노벨이 이런 생각을 한 무렵이 원자 폭탄이 발명되기 75년 전이다. 노벨이 예견했던 상황은 오히려 지금과 비슷하다. 핵무기 보유국이 서로 눈치를 보여 얼음 위를 걷는 것처럼 조심스레 평화를 유지하는 현재의 상태, 노벨은 다이너마이트의 파괴력 때문에 세계가 상호확증파괴 상태로 수렴될 것이라 믿었던 것이다.
인류가 자신을 죽음의 상인이 아닌 과학기술의 후원자로 기억하기를 원해서였을까? 1895년 알프레드 노벨은 누구도 예상하지 못한 유언장을 작성했다.
자신이 남긴 전 재산을 털어 자신의 이름을 딴 상을 제정하라는 것이었다. 노벨은 자신이 죽은 후 자신의 재산을 따로 떼어 노벨 재단을 설립해 매년 국적에 상관 없이 지정한 분야마다 뛰어난 업적을 남긴 이에게 상을 주라는 유언을 남겼다. 알프레드 노벨은 법률가의 도움 없이 파리의 스웨덴-노르웨이 클럽에서 4명의 증인을 앞에 두고 스스로 유언장을 작성했다.
“나 알프레드 베르나르드 노벨은 심사숙고한 결과 내가 죽을 때 남기게 될 재산과 관련하여 이 문서로써 아래와 같이 유언을 천명하는 바이다.” 이렇게 시작되는 유언장에는 우선 일가친척과 사업을 함께 하는 동료 및 직원에게 분배할 재산 내역이 열거되어 있었다.
노벨은 평생 독신으로 살았다. 형제가 모두 결혼하고 혼자 남은 사람이 대부분 그러하듯 제일 앞부터 줄줄이 나오는 상속 대상은 조카다. 많게는 200,000크로나(현재 가치로 5000만원)까지 있으며, 시종이나 정원사 등 자신을 위해 일했던 사람들에게는 연금을 남겼다. 함께 지낸 기간에 따라 수령자가 평생 받는 경우도 있었고, 3년 후에 연금 지급을 중단하라는 내용도 있다. 꼼꼼하게 배분하고 남은 큰 덩어리의 나머지 재산으로 노벨상을 제정하라고 쓰고 있다.
노벨상 제정에 대한 유서의 내용은 아래와 같다.
한 부분은 물리학의 영역에서 가장 중요한 발견이나 발명을 이룬 이에게;
한 부분은 가장 중요한 화학적 발견이나 진보를 이룬 이에게;
한 부분은 생리학이나 의학의 분야에서 가장 중요한 발견을 이룬 이에게;
한 부분은 문학의 분야에서 이상적인 방향으로 가장 뛰어난 작품을 낸 이에게;
한 부분은 나라 간 우애를 위해, 군비의 감축이나 철폐를 위해, 평화를 지키고 증진하는 일에 최고의 공을 세운 이에게 준다.
물리학상과 화학상은 스웨덴 왕립과학원에서 수여할 것이며;
생리학 또는 의학 상은 스톡홀름의 카롤린스카 의과대학;
문학상은 스웨덴 한림원;
평화의 챔피온은 노르웨이 의회에서 다섯 명을 선발해 만든 위원회에서 선발한다.
바라기는 상을 주는데 있어 후보의 국적에 상관없이 할 것이며, 그가 스칸디나비아 인이든 아니든 가장 합당한 자가 상을 받아야 한다.
몇몇 기관이 선정한 2019년 최고의 브랜드를 보면 미세한 순위의 차이가 있어도 대략 비슷한 이름이 명단을 채우고 있다. 오래된 기업도 있고 비교적 젊은 기업도 있다. 그렇다면 세계적인 인지도를 가진 브랜드가 되기 위해서는 어느 정도의 시간이 걸릴까?
2019 포브스가 선정한 최고의 브랜드 1위에서 12위까지의 평균 나이는 67세다. 2004년 창업한 페이스북이 15살로 가장 젊고, 1854년 설립한 루이뷔통이 165세로 최고령이다. 애플이나 아마존 같은 IT와 전자제품 기업이 젊은 편이다. 상대적으로 젊다는 것이지 인터넷과 이커머스의 역사를 떠올리면 시초나 다름없다. 반면 디즈니나 코카콜라 같은 기업은 100년 가량 되었다. 10위권에 든 제조업으로는 삼성과 토요타가 각각 81년, 82년 된 기업이다.
해당 브랜드가 어느나라에서 시작되었든 이제 지역의 한계는 큰 의미가 없다. 자유무역이 통용된 이후로 어떤 제품이건 원산지와 상관없이 전 세계에서 유통이 되기 때문이다. 휴대전화나 SNS, 온라인마켓처럼 매일 쓰는 제품이나 서비스는 상대적으로 길지 않은 시간에 세계적 인지도를 쌓을 수 있다. 유명해졌다고 해서 그것이 바로 브랜드 가치로 이어지는 것으 아니다. 시간을 들여 쌓아올린 역사, 브랜드가 갖는 보편성, 상징하는 가치의 무게가 다르기 때문이다.
코카콜라나 디즈니 같은 경우 인류와 한 세기를 함께 보냈다. 제품의 호불호를 넘어 보편적인 친밀감이 생겼다. 누군가 코카콜라나 디즈니의 로고가 새겨진 티셔츠를 입고 지나간다고 해도 그 사람을 코카콜라나 디즈니의 직원이라고 생각하지는 않을 것이다. 브랜드가 일상에 스며든 것이다. 브랜드의 가치가 크고 긍정적인 경우 해당 브랜드의 로고가 박힌 기념품, 그게 가방이든 텀블러든 자연스레 들고 다닌다. 브랜드가 크게 그려진 제품을 일부러 돈을 주고 사기까지 한다. 한편 애써 박아놓은 로고를 지우거나 감추고 싶은 브랜드도 있다. 그것이 브랜드의 가치다. 보편적 호감을 지닌 브랜드가 되기 위해서는 시간이 필요하다.
브랜드가 소비자의 또는 잠재 소비자의 삶에 녹아들기 위해서는 브랜드 인지-정기적인 노출-경험-재경험시 기대 충족이 시간을 두고 진행되어야 한다. 정기적으로 브랜드에 노출되고 선택한 후 만족을 경험한다음 재경험시 실망하지 않는 일관성을 경험할 때 브랜드를 받아들인다.
익숙한 예측가능성이 신뢰를 준다. 매년 가을이 되면 노벨상 발표를 기다리고 수상자에 대한 이야기가 뉴스를 채운다. 무언가에 익숙해지기 위해서는 반복적 경험이 필요하고 거기에는 시간이 걸린다. 세계인이 노벨상이라는 브랜드를 익숙하게 받아들이는데 근 100년이 걸렸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