요가는 비교하지 않아요

by 별하열음

내가 오랫동안 관심을 보인 운동이 있다면 그것은 요가이다. 옥주현 요가 비디오 붐이 일던 때부터 나는 요가 비디오 영상과 여러 권의 요가 책으로 요가 동작들을 하고는 했다. 정식으로 요가원에서 요가를 배운 것은 아니지만 내 삶에 간헐적으로 운동의 필요성을 느낄 때마다 해왔던 것이 요가이다. 암 진단을 받기 전에도 나는 퇴근 후에 홈 요가를 했다. 요가와 명상에 부쩍 관심이 생기면서 나의 요가 세계는 오랫동안 관심을 가졌음에도 여전히 제자리걸음이라는 것을 깨닫게 되었다. 그래서 나의 요가 세계를 더 확장하고 싶었다. 요가원에 갈 만큼 나의 직장 생활은 체력도 시간도 내기 어려웠다. 그래서 오랫동안 홈 요가라도 했던 것이었는데 힘들게 일하고 집에 와서 운동을 하려니 힘들고 피곤해서 쉬운 요가 스트레칭 수준의 요가들만 해왔었다. 그러니 제자리걸음일 수밖에. 그래서 한 번은 요가 원 데이 클래스로 아로마 인요가를 하러 갔었는데 거의 모든 것을 혼자 하는 것에 익숙한 나는 다른 사람들과 함께 하려니 나의 페이스를 잃어버렸다. 나의 페이스대로 하면 되는데 다른 사람들의 동작들이 눈에 들어오니 조금 무리해서 동작을 하게 되었고 힐링하러 갔던 요가는 지쳐서 돌아왔고 무리한 동작 탓에 근육통으로 고생을 했다.


한 번의 경험으로 단정 짓기에는 이르다고 여겨지기는 했지만 나는 홈요가가 맞는 사람이구나 내가 매일 듣던 영상 속 요가 선생님의 목소리에 익숙해져 있구나를 깨닫게 되었다. 유튜브로만 듣던 요가 수업을 온라인 요가 수업을 신청하여 체계적으로 해보아야겠다고 생각했다. 에일린 선생님의 유튜브 요가 수업 또한 퀄리티가 좋았지만 온라인 요가 수업은 기초부터 체계적으로 할 수 있어서 더 좋았다. 그렇게 나의 요가 세계를 확장하고 싶었던 내게는 꿈이 있었는데 야외 요가 수업을 듣는 것과 발리에 요가 여행을 가는 것이었다. 사실 직장인인 내게는 직장을 그만두지 않는 한 그런 기회를 갖기란 쉽지가 않았다. 그렇게 꿈을 가지면 요가를 더 사랑하고 꾸준히 할 수 있을 것 같았다.

제자리걸음인 요가라도 꾸준히 하려고 했던 이유는 요가는 나를 살렸기 때문이다. 극심한 스트레스로 원인을 알 수 없는 어지러움과 이명 그리고 무의식적으로 이를 악물고 숨을 참는 증상으로 면역력까지 떨어져서 첫 코로나에 감염이 되었다. 증상이 심하게 나타나 10일 만에 겨우 일어났고 후유증으로 후각도 미각도 이상 증세를 보였고 이명 증상은 더 심해졌으며 숨이 차거나 쉬기 어려웠다. 한약을 4제나 먹으면서 살기 위해 무리하지 않고 할 수 있는 요가를 했다. 요가의 호흡 수련을 특히 많이 했다. 호흡을 통해 몸과 마음을 이완하고 깊은 숨쉬기를 하기 위해서였다. 일상생활을 하면서도 무의식 중에 숨을 참으려고 하면 깊은 호흡을 의식적으로 하려고 했다. 그렇게 요가와 명상 그리고 호흡으로 나는 나를 다스렸고 회복되었다. 그래서 요가는 나와 맞는 운동이며 실력의 유무를 떠나 오래도록 함께 하기를 원한다.


에일린 요가 선생님은 ‘요가는 비교하지 않아요. 내가 오늘 할 수 있는 만큼만 합니다’라는 말을 자주 하시는데 나는 그 말이 마음에 든다. 더 잘해야지 어려운 동작을 해서 나도 요가하는 사람이라고 뽐내야지 하는 마음은 불필요해진다. 예전에는 어려운 동작을 해야만 요가하는 사람이라 생각했지만 지금은 그렇지 않다. 요가를 할 때마다 이 말을 되뇐다. ‘요가는 비교하지 않는다. 오늘 내가 할 수 있는 만큼만 한다’. 그러면 동작이 잘되지 않아도 속상하지 않고 무리하게 하려고도 하지 않게 된다. 계속하다 보면 몸이 유연해져서 안되던 동작이 어느 날 갑자기 되기도 한다. 나는 초보 요기니여도 행복하다. 그저 오늘도 요가를 할 수 있음에 감사할 따름이다.


그렇다. 나는 오늘도 요가를 할 수 있음에 감사한다. 온라인 요가 수업도 등록해 뒀고 요가와 명상에 빠지려고 할 때쯤 나는 유방암 진단을 받았다. 운이 좋게도 진단을 받자마자 2주 뒤로 빠르게 수술 예약이 잡혔고 그동안 정신없이 많은 것들을 정리하고 준비했다. 수술로 인해 회복되기 전까지는 요가를 할 수 없었고 수술 후 2주 뒤에는 앞으로 이어질 항암을 위해서 오른쪽 앞가슴 쪽에 케모포트 장치를 삽입했기 때문에 그것이 자리 잡기까지 한 달은 요가를 할 수 없었다. 항암으로 두 달 넘게 아프고 움직일 체력이 되지 않았으므로 요가를 또 할 수 없었다. 그때는 모든 것이 슬픔으로 다가올 때였으므로 요가도 못하는 몸이 되었구나 싶어 상심이 컸다. 케모포트 장치는 목의 혈관과 연결되어 있기 때문에 몇 달은 뻐근하고 아프면서 조심스럽게 지내야 한다. 그래서 요가 동작을 하는 데 한계가 있었다. 그럼에도 요가를 하고 싶어서 되는 동작들만 하고 오른쪽 어깨 관절을 쓰는 동작은 패스를 하면서 했다. 이렇게라도 요가를 할 수 있음에 감사하다고 생각하면서. 그다음 또 다른 난관에 부딪혔는데 호르몬 억제제로 인해 관절과 근육이 뻐근하고 아프며 관절에 유연성이 사라져서 동작을 할 때마다 신음 소리를 내야 했고 내가 하던 모든 동작들이 이제는 제대로 되지 않았다. 그럼에도 나는 무리하지 않는 선에서 내가 할 수 있는 만큼 요가를 했다. 요가의 세계를 확장해 가겠다던 포부는 접어 두었다. 요가 스트레칭만 하던 레벨 0에서 초급 요가 단계 레벨 1로 성장했는데 나는 다시 레벨 0과 레벨 1의 사이 0.5에 있다. 호르몬 억제제로 인한 관절의 통증 완화와 유연성 회복을 위해 그리고 수술로 인한 림프 부종 예방을 위해 아침에는 요가 스트레칭을 15분 하고 밤에는 하타요가나 민요가 또는 전신을 풀어 주는 요가 스트레칭을 한다.


요가 동작을 유연하게 잘할 수도 없고 관절의 유연성이 떨어져 무리한 동작들은 다칠 수 있기 때문에 내가 할 수 있는 것들은 제한되어 있지만 그럼에도 요가를 할 수 있음에 감사한다. 요가의 본질은 동작을 잘하고 못하고에 있는 것이 아니므로 더 나아가지 못하는 것에 연연하지 않는다. 요가 선생님의 말처럼 ‘요가는 비교하지 않고 오늘 내가 할 수 있는 만큼만 하는 것’이니까 나는 초보 요기니의 삶에 만족한다. 요가는 몸과 마음을 단단하게 한다. 수련으로 나의 내면의 세계는 충분히 확장해 갈 수 있다. 나는 요가를 오래도록 사랑하며 꾸준히 할 것이다. 나의 몸과 마음을 위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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