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추 굴러가는 마을

by 박꼬물이

산을 깎아 만든 대도시 한복판에는

여전히 가파른 언덕이 있다

마을버스 하나 오지 않는 비탈길을

오로지 오르내리는 발자국 소리

수십 년간 함께 서서히 닳아온 길을 걷는 일상들

사이로 대추 한 알이 굴러간다

두 알 더 굴러간다

세 알 네 알......

장대를 든 할아버지 밑에는 비닐을 든 할머니

구경꾼의 분주한 눈동자가 여럿 모여있다

배부른 산모가 걸음을 멈추고 굴러온 대추를 집는다


산을 깎아 만든 대도시 한복판에는

여전히 가파른 마을이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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