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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소리에다 Oct 22. 2021

기억하고 싶은 목소리

소리를 기록하다

 평일 오전에'카카오음'을 통해 <소리와 산책>이라는 코너를 진행한다. 소리에 대한 이야기, 일상에 대한 이야기들을 나누는데 한 분이 이런 말을 했다. "아버지의 목소리가 듣고 싶은데.. 아무리 떠올리려 해도 떠올려지지 않아요.  보고 싶을 때 사진을 볼 수 있지만, 목소리를 듣고 싶을 땐 어떻게 해야 할까요?" "기록해 둘걸..이라는 후회가 되더라고요." 그는 몇 해 전 세상을 떠난 아버지를 그리워하고 있었다. 


 일반적으로 시각 기억보다 청각 기억이 더 오래 남는다. 며칠 전 또는 몇 달 전 만났던 사람의 얼굴은 조금 희미해져도 그 사람의 목소리는 뚜렷이 기억되는 경우가 많다. 물론 상황에 따라 내가 주의를 기울이지 않은 소리였다면 귀를 막아 두었다면, 너무 오랜 시간이 흘렀다면 내 기억 속에 남아있지 않을 수도 있다.


 "당신은 지금, 어떤 사람의 목소리가 떠오르는가? 누구의 목소리를 기억하고 싶은가?"


 나에게도 질문을 던지며,  엄마와 아빠의 목소리를 떠올려 보았다. 다행히도 지금은 엄마 아빠의 목소리를 불러올 수 있었다. 물론 두 분 다 건강히 살아 계신다. 하지만 오래도록 좋아하는 사람의 목소리를 기억하려면 그 목소리를 자주 꺼내어 들을 수 있게 기록해 보는 것과 그 사람이 지금 곁에 있다면 그 소리에 귀 기울여 들으려는 마음가짐이 필요할 것이다.


 우리는 아이가 태어나면, 또 사랑하는 사람이 생기면 그 기록을 남기기 위해 사진을 많이 찍는다. 하지만 사랑하는 사람의 음성을 기록하는 데에는 소홀했던 것 같다. 부모님의 목소리는 더욱이 그랬다.  목소리를 기록하고, 그 소리를 듣는다는 건 그때의 상황, 감정도 함께 불러오는 일이다. 

 


 몇 달 전 '내 목소리 찾기' 수업에서 만난 그녀가 생각이 난다. 어머님의 몸이 갑자기 많이 안 좋아지셔서, 수업을 취소해야 할까 고민을 했던 그녀였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모든 수업에 함께해 주었고 마지막 날 녹음한 시를 들으며 그녀는 이렇게 말했다. (눈물을 글썽이며) "지금 이 목소리를 어머니께 들려드리고 싶어요."

 '죽을 때 가장 마지막까지 남는 감각이 청각이라는 말'이 있다. 극단적인 상황이 아니어도 사랑하는 사람이 내 목소리를 오래 기억할 수 있게 좋은 말, 좋은 시를 녹음해서 보내거나, 전화통화를 자주 해보는 건 어떨까? 상대는 당신의 목소리를 오래도록 기억할 수 있을 것이다.


 내가 억하고 싶고, 기록하고 싶은 목소리는 또 있다. 바로, 내 목소리이다. 10년 후, 20년 후, 내가 세상을 떠날 때의 목소리가 어떨지 궁금하다. 그래서 오늘도 내 목소리를 녹음해 본다. 나이테가 나무의 삶을 고스란히 말해주듯. 내 목소리 기록은 계속 남아 지금의 나를, 또 앞으로의 나를 말해줄 테니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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