멜로디언과 피아노

어떤 악기라도 그만의 매력이 있다.

 평소 음악을 듣는 걸 좋아합니다. 이렇게 글을 쓸 때도 음악을 잔잔한 피아노 음악을 들으며 감각을 깨우곤 하는데요. 며칠 전에도 같은 플레이리스트를 열어 음악을 듣는데 자주 듣고, 좋아하는 곡이었지만 그날은 조금 다르게 다가왔습니다. 바로, 유희열이 작곡한 '공원에서'라는 곡이었습니다. 피아노 음악소리로 시작하다 중간에 다른 악기 소리가 들렸어요. 피아노보다 조금 더 따뜻하고, 투박한듯하지만 울림을 주는 소리. 그 악기의 정체는 무엇이었을까요?

 누구나 학창 시절 한 번쯤은 불어 보았을 악기인 '멜로디언'이었습니다. '멜로디언 소리가 이렇게 좋았나?'라는 질문을 스스로에게 해보며, 과거의 기억을 떠올려 보았습니다. 제 기억에는 멜로디언 소리가 자세히 저장되어 있지 않았습니다. 부는 게 힘들어서였을까요? 아니면 흔해서였을까요? 

 

 이 멜로디언을 대했던 태도가 그때의 내 목소리를 대했던 태도와 비슷했습니다. 이미 나에게 좋은 악기가 있는데,  다른 좋은 소리를 찾으려 피아노 학원을 다닌 것처럼 '내 목소리를 잘 꺼내 봐야지'라는 생각은 안 하고 말 잘하는 아이들을 보며 '와, 발표도 잘하고, 책도 잘 읽고, 목소리도 크구나'라는 부러움을 갖고 있었습니다.

 알고 있다고 생각했지만, 어쩌면 그래서 더 몰랐던,  멜로디언과 새롭게 만나게 되었습니다. 그날 멜로디언 소리가 나에게 전해 준건, 따뜻함이었습니다. 아이들이 사용하는 멜로디언을 꺼내어 호흡을 불어넣으며 손으로 건반을 눌러보았습니다.

'아... 호흡이 전해지는 악기지..' 학교에서 멜로디언은 '관악기, 현악기'모두에 속한다고 배웠던 기억이 났습니다. 머리로 외워서 다시 꺼내어 보지 않았는데, '호흡을 불어넣는 악기'라는 말이 머리가 아닌 가슴으로 내려왔습니다. 멜로디언은 건반을 누르는 것이 시작이 아닙니다. 호흡을 불어넣는 것이 시작이며 호흡을 하기 전 내 마음 상태도 연주에 영향을 줄 수 있겠다는 생각도 들었습니다.

 

 각각의 악기들이 갖고 있는 소리와 매력들이 있습니다. 그중 피아노의 소리가 아름답다면, 멜로디언은 투박하지만 따뜻합니다. 악기도 이렇게 각자의 매력이 있듯. 우리의 목소리도 각자의 매력이 담겨 있습니다. 매력적인 목소리는 그것을 스스로 알아봐 주는 것에서 시작이 되겠지요.

알고 있다고 생각하지만, 어쩌면 그래서 더 모르고 있는지도 모릅니다.

누구나 매력적인 목소리를 갖고 있다는 사실을...