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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아무 Feb 21. 2022

밥은 먹었어요?

웃을 때 손뼉치기

문에 써진 [당기시오] 못 읽고 밀기

가장 중요한 것은 밥

한국인들의 특징을 정리해둔 글을 보며 가장 공감된 부분은 '밥'에 대한 이야기였다.


가벼운 인사로 건네는 말은 '식사는 하셨나요?'

약속을 잡을 때는 '다음에 밥 한 끼 해요.'

걱정할 때는 '밥은 먹었어요?'


무엇보다 밥에 대해서 진심이라는 것을 알려줄 수 있는 말이다. 안부는 식사로 확인할 수 있다고 해도 과언이 아닐 것이다. 관계에 서툰 나도 최고의 애정표현방법으로 ‘밥’을 꼽는다.


어색하게 말을 시작할 때도 '식사는 하셨나요?'라고 묻지만 사랑하는 사람들에게 더욱 그렇다. 식사시간이 되면 밥은 먹었는지 궁금하고, 맛있는 것을 보면 함께 와서 먹고 싶다는 생각이 든다. 어떤 음식을 보면 그 사람이 떠오르고 이걸 전해주면 어떤 반응을 보일까 예상해보기도 한다. 그 사람이 좋아할까 고민 끝에 사서 건넬 때도 서툴게 웃으며 그냥이라고 말하지만 사실은 얼마나 당신을 생각했는지 모른다. 입꼬리가 간질거리는 이 마음을 당신은 몰랐으면 한다.   


타인에겐 이런 마음을 가지고 애정표현을 서슴지 않으면서도 나에게는 그러하지 못했다.


겨우 허기만 달랠 수 있는 음식을 밀어 넣고 식사는 했다며 다음 스케줄로 몰아넣고 혹사시키기 일쑤였다. 입맛도 없는 바쁜 일상에 피곤하다며 커피 한 잔으로 하루를 버티기도 했다. 게임 속을 사는 것도 아닌데 박카스와 커피를 포션으로 여기며 회복될 거라 생각했다. 그러나 기대와 다르게 사람의 몸은 나약해서 몇 개월 버티지 못하고 병원 신세를 져야 했다.


내 옆에서 그랬다면 안타까워하며 밥 좀 챙기라고 잔소리를 쏟아놓을 상황이지만 나에게는 무심했다. 문득 왜 스스로를 괴롭히고 있는지 생각해보게 되었다. 한 걸음 떨어져서 보면 고용주가 식사도 제대로 못하게 하고 일만 시키는 상황이었다. 그렇게 보니 아주 몹쓸 짓을 했다는 것을 알게 되었다. 다 먹고살자고 하는 일이고 내가 있어야 일이 있는 건데 말이다.


그때부터 나를 위한 식사를 하는 연습을 시작다. 고작 한 끼도 제대로 챙기지 못했던 나를 보며 '아직 갈길이 멀구나'하고 느꼈다. 남을 생각하고 돌보는 것만큼만 나를 챙겨가기로 한다. 거창한 일을 하자는  아니고  먹고,  자고,  쉬는 것이다. 말은 쉬운데 여전히 먹고, 자고, 쉬는 것이 어렵다. 이런 부분은 어린아이에게 배워야   같다.


걸음마를 연습하는 아이처럼  걸음씩 나를 챙기는 연습을 하는 것이다. 일단 하루에  끼는 스스로를 위한 집밥부터 시작한다.  끼에 쌀을 씹는 일이 이렇게 힘든 건지 몰랐다.  그릇 안에 나에 대한 애정과 걱정을 담아 대접하는 일은 쉽지 않지만 뿌듯한 일이다. 여전히 어렵지만 조금씩 나를 사랑하는 방법을 배워간다.

오늘도 밥은 먹었어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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