요즘 들어, 이유 없이 아빠가 떠오른다.
밥을 먹을 때도, 잠들기 전에도, 아무 말 없는 오후에도.
맛있는 것을 먹을 때나, 날씨가 좋은 날에도,
결국엔 아무런 이유 없이 그냥 문득.
그리움은 그렇게 불쑥 찾아와 내 마음을 조용히 무너뜨린다.
그럴 때마다 나는 휴대폰 메모장을 열었다.
문장도 되지 않는 말들을 적고, 아무 말도 아닌 문장들을 지웠다. 다시 쓰고, 또다시 남겨두었다. 시간이 흐르면 괜찮아질 거라고 믿고 싶어서. 하지만 이제는 괜찮아지지 않아도 괜찮다는 걸 조금 알 것도 같다.
그날의 나는 무얼 하고 있었을까. 그 치열한 순간 속에서, 나만 쏙 빠져 있었을 때. 나는 아무렇지 않게 밥을 먹고, 웃고, 떠들고, 술을 마셨다. 내 사랑이 떠나가는지도 모르고, 그날을 그냥 살고 있었던 건 아닐까. 지금 와서 돌아보면 내가 참 무심했거나, 혹은 너무 몰랐거나, 알아도 아무것도 할 수 없었던 것 같아 마음이 아프다.
가끔은 생각한다. 이게 정말 다시는 볼 수 없는 건지. 너무도 명백한 사실인데도, 아직도 누군가 나를 속이고 있는 것 같고, 아빠마저 나를 속이고 있는 것만 같다. 그리움은 억지로 숨기려 해도, 그건 너무 커서 가려지지 않는다. 내 이름을 불러주던 목소리, 나를 데리러 와주던 손, 나를 사랑해 주던 그 모든 것이 너무 생생하다. 그래서 오늘도 너무 보고 싶다.
어제는 꿈에 아빠가 나왔다. 비록 아픈 모습 그대로였지만, 그래도 나와 눈을 마주쳐주었다. 그렇게라도 볼 수 있었다는 게 고마웠다. 어떤 모습이든 좋으니, 자주 좀 나타나달라고, 이왕이면 조금 더 자유로운 모습이면 좋겠다고, 나는 혼자 속삭였다.
울컥울컥 슬픔이 밀려온다. 즐겁다가도 한순간에 세상에서 제일 슬픈 사람이 되어버린 듯. 조울증인가 싶을 만큼 슬픔과 함께 찾아오는 우울은 이번에도 나를 전부 데려가 버릴까 봐 조금 무섭다. 헤어짐은 아직도 너무 힘들다. 아직도, 아직도.
그렇게 이유도 없이 떠오르고 울고 싶은 날에는 가끔 고등학생 때 하교하던 그 길이 생각이 난다. 그 길을 걷는다고 생각하면 괜히 마음 놓고 울 수 있을 것만 같은데,
오늘은 특히나 그 길이 걷고 싶었다. 울다가 걷다가 다시 울다가, 내려오는 길에 덩그러니 있던 놀이터 한편에서 조용히 노래 틀어놓고 울다가, 또다시 걸어가다가, 나오는 벤치에 앉아 있다, 다시 걸으며 그냥 그러고 싶은 날이었다.
없어지지 않는 나의 마음에 걸려있는 큰 멍울은 아무리 해도 내려가지 않는 게, 꼭 그렇게 해야지만 조금이라도 쓸려 내려갈 것만 같다. 한 번도 겪어보지 못한 마음이라 이번엔 내 마음대로 되지 않는 게 조금 힘들었다.
겨우 서른한 번 살아낸 내 인생에서
처음 겪어보는 이별이라, 시리고 아프고, 무겁고, 또 아프고.
아직도 너무 큰 감정에 문득 힘이 들다가도,
근데 또 이대로 계속 괜찮아지지 않았으면 하기도,
함께 있어주진 못했지만, 나는 그래도 이렇게 계속 생각하고 있다고 끝내 다시 볼 수 없어도, 마침내 다시 만날 때까지 혼자라 생각 말고 너무 외롭지도 않고 잘 지내주길.
그때까지 내 마음속에 사랑으로 남아 함께 있기를. 너무 보고 싶은 나의 사랑, 언제나 사랑해.
아빠가 떠오르는 날이면, 괜찮았던 하루가 조금 기울기 시작한다. 그리움은 늘 예고 없이 오고, 나는 그 안에서 한참을 서성이다가 조금은 조심스럽게, 흔들리는 마음을 적어본다.
썼다가 지우고, 다시 쓰고 또 지우다가 결국은 고백처럼 남는 문장들. 사랑은 사라지지 않고 그저 이렇게 모양을 바꿔 글로 남는다. 무너지지 않기 위해 나는 자꾸 마음을 꺼내 놓는다. 이 마음이 더 이상 닳지 않도록.
이 글들은,
아직도 내가 아빠를 사랑하고 있다는
그 조용한 증거로 남아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