나를 가리고 있는 것

짧은 이야기

by 윤다서영

어느 순간 칠흑 같은 어둠 속에서 하염없이 걷고 있는 자신을 발견했다. 감긴 눈으로 비틀거리며 걷는 내 모습이 몹시 위태롭기만 하다. 그래서 걸음을 멈추고 눈을 떠보기로 결심했다.


눈을 뜬다는 건, 정말 어렵고 힘든 일이었다.


걸음을 멈췄다고 내 등을 떠미는 사람부터 어깨를 사정없이 밀치고 가는 사람, 심지어 뒤통수를 때리며 지나가는 사람도 있었다.


나는 참고 또 참았다.


그리고 힘겹게 감겨 있던 눈을 스르르 떴다.


눈을 뜨던 그 순간은 차마 말로 표현할 수 없을 정도로 감격스러웠다. 진실로 마주한 세상은 내 삶을 완전히 바꾸어 놓았다.


하지만,


나는 얼마 지나지 않아서 눈을 뜬 세상이 여전히 어둡다는 것을 알게 되었다. 눈을 뜨기 전의 칠흑 같은 어둠은 아니었지만, 뭔가가 앞을 가리고 있는 것처럼 여전히 어둡고 차가웠다. 실망스러웠다.


어떻게 버텨온 시간이었는데. 어떤 마음으로 달려온 길이었는데.


하염없이 눈물만 흘렀다. 이대로 세상을 포기하고 싶다는 생각도 들었다.


그러다 문득 눈앞을 가리고 있는 것이 무엇인지 궁금해졌다. 누가, 무엇 때문에 이런 짓을 하는지 진심으로 알고 싶어졌다. 아니, 알아야만 했다. 어차피 포기할 세상이면, 화풀이라도 하고 싶었다.


그리고 오래 걸리지 않아 나는 결국 내 눈을 가린 정체를 알아낼 수 있었다.


내 눈앞을 가리고 있던, 나를 힘들게 했던 그 가리개는 바로 “나의 손바닥”이었다는 것을.

이전 01화노인의 오른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