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학교에 관한 이런저런 이야기

미국 들여다보기 (68)

왜 미국은 가을에 새 학년이 시작되는 것일까? 여러 설명 중에서 어린이들이 가진 노동력 때문이라는 것이 설득력 있다. 예전에는 아이들도 부모를 도와 농장에서 일을 해야만 했다. 농장일 할 나이가 아니면 집안일을 하거나 그들의 더 어린 동생을 돌봐야 했다. 집안 모든 노동력이 동원되어야 하는 농번기인 봄과 여름에는 학교가 뒷전일 수밖에 없고 일이 줄어들기 시작하는 가을이 되어야 아이들이 학교에 갈 수 있었다는 설명이다.


지금 살고 있는 페어팩스 카운티의 공립학교도 8월 하순에 새 학년을 시작한다. 6월 중순부터 여름방학에 들어가는데 여름방학이 2개월이 넘는다. 여름방학이 이렇게 긴 이유도 여름에는 농장일을 도와야 하는 그 옛날의 생활방식 때문이라고 한다. 겨울 방학은 12월 25일 조금 전에 시작해서 1월 1일을 포함한 2주일 남짓이다.


20여 년 전 미국에 도착해서 아이들을 고등학교에 보내면서 무상교육을 실감할 수 있었다. 등교와 하교는 카운티 교육청이 운영하는 스쿨버스로 해결되었다. 고교생이 사용하는 공학용 전자계산기도 무료로 대여해 줬다. 꽤 비용이 나가는 교과서도 도서관에서 책 빌리는 것처럼 학교에서 무료로 대여해 줘서 학년이 끝나면 반납했다.


교과서를 몇 해에 걸쳐 사용해야 하기 때문에 줄을 친다거나 뭔가를 적어 넣어서는 안 된다. 여러 해 사용해야 하는 교과서는 좋은 질의 종이를 사용하기에 무척 무겁다. 초등학생의 경우에는 교과서가 든 무거운 가방을 어깨에 메는 것이 힘들어서 바퀴 달린 가방을 끌고 다니는 경우도 있다.


학교 교육이 무상교육이기는 하지만 특별활동이나 방과 후 활동에 따른 비용은 본인 부담이다. 그래서 테니스반에서 활동한다면 테니스채는 본인이 구입해야 한다. 악기는 지역 악기점에서 매월 일정한 금액을 지불하는 장기 대여 방식으로 해결할 수 있다. 지역 악기점은 그런 수요에 부응하기 위해 대여할 악기를 많이 구비하고 있다.      


미국에 살면서 교문이 있는 학교를 본 적이 없다. 한국의 경우에는 모든 학교가 담장 안에 있기 때문에 학교 안으로 들어가려면 교문을 통과해야 한다. 그러나 미국의 학교는 담장이 없기에 교문도 없다. 학교 건물 하나하나가 각각 독립된 성채의 느낌으로 존재한다.


도심 속 건물에서 행정실과 강의실만 있는 대학교(university, college)를 보았을 때 좀 놀랐다. 나중에 알게 된 것으로 미국에는 영리를 목적으로 운영하는 대학교가 있다. 마치 회사를 운영해서 거기서 나온 이익을 투자가가 갖는 것처럼 대학 운영도 그렇게 할 수 있다는 것이다.


한국의 학교법인은 학교 운영에서 발생한 이익을 학교 안에서만 써야 하고 학교에서 밖으로 내갈 수는 없는 것으로 안다. 한국의 학교는 육영기관으로서 학교를 운영해서 영리를 취할 수 없는 일이지만 미국은 과연 자본주의 최첨단을 걷는 나라답게 대학을 운영해서 영리를 취하는 것도 가능하다. 물론 모든 대학이 다 영리를 목적으로 한다는 것이 아니고 영리를 목적으로 대학을 운영하는 것이 가능하다는 말이다.


한국의 경우 일 년에 한 번 있는 수능시험일에는 전국이 초비상 상태가 된다. 수험생의 시험장 정시 도착을 위해 경찰차 동원 등 모든 교통이 수능에 맞춰진다. 소리를 들으면서 시험 보는 과목이 있어서 그 시간 시험장 부근의 모든 교통기관은 소리를 내서는 안 된다. 이 하루 이렇게 난리 치는 이유는 이 시험이 단판 승부이기 때문이다. 이 하루의 시험 결과가 그 해 대학 입학은 물론이고 남은 인생을 판가름한다.


미국도 대학입시를 위한 SAT(Scholastic Assessment Test) 시험이 있다. 이 시험은 학교, 시험에 응시하는 학생 그리고 그 학생의 학부모 말고는 그날 SAT가 있는지 아무도 신경 쓰지 않는다. 이 시험의 출제와 관리는 국가기관이 아닌 칼리지보드(College Board)라는 비영리 사설기관이 한다.


SAT는 따라잡기(catch up)가 가능하다. 비용만 지불하면 몇 번이고 SAT를 치를 수 있어서 대학 지원할 때 그중 가장 높은 점수를 제출한다. 즉 첫 번째 SAT에서 낮은 점수가 나왔더라도 실력을 향상시킨 후 다시 시험을 봐서 더 높은 점수를 받을 수 있다. 그런 의미에서 SAT는 단판 승부가 아니다. 일 년 중 어느 하루 단 한 번의 수능시험 성적으로 남은 인생 대부분이 결정되는 것과는 다르다. 그리고 SAT 점수를 요구하지 않거나 비중을 낮추는 대학교도 있다.


다른 분야도 그렇듯이 교육도 한국과 미국 중 어느 편이 더 좋다고 단언하기는 어렵다. 그런데 따라잡기가 가능하다는 점은 한국에서도 긍정적으로 수용되기를 바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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