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삼형의 나즈막한 목소리
Jan 05. 2023
너어만 개아느마 난도 개안타
지는 개아네요 거어서 개아는교
어머니 나이 오십 중반에 아버지 가시고
삼십여 년을 혼자 지내시다
아버지 따라가신 어머니.
어머니 살아 계실 때
일주일에 한 번 전화드리는 것을 목표로 하고 있지만
그게 생각만큼 잘 안되었다.
어쩌다 몇 주 만에 전화드렸을 때
"니는 손가락이 뿌러졌나?"
(너는 손가락이 부러졌냐?)
라며 전화를 하지 않는 아들에게 목소리를 높이셨다.
"아... 머 그래댓니더..."
(어... 뭐 그렇게 되었네요...)
라고 대답했다.
어머니 그렇게 하시는 말씀은 비난이 아니다.
그것은 기다림의 표현이다.
사실 이민생활이 어느 정도 안정되기 전까지는
일주일에 한 번 전화드리기가 어려운 때도 있었다.
그렇다고 해서
"하이고, 사는 게 힘드이까네 그래 댓니더..."
(아이고, 사는 것이 힘들어서 그렇게 되었어요...)
라고 말씀드릴 수는 없는 노릇이다.
멀쩡하게 대기업 다니다가
마흔 넘은 나이에
처자식 데리고
느닷없이 태평양 건너 남의 땅에 가버린 아들 때문에
안 그래도 걱정이 크실 텐데
거기에 불을 지를 수는 없으니까.
어머니께 전화드려
전화가 연결된 후
"어떠이껴?"
(어떻세요? 어떻게 지내세요? 잘 지내세요?)
어머니 안부를 여쭈면
어머니께서 자주 하시는 말씀이 있었다.
"나마는 이가 글치머.
내사 워타.
너어만 개아느마 난도 개안타."
어머니는 경상북도 안동 출신이시다.
나이 많은 이가 그렇지 뭐.
나야 뭐 어떠냐.
너희만 괜찮으면 나도 괜찮다.
노인네 지내는 것이 다 그렇지 뭐.
나 사는 거야 뭐 별것 있겠어? 뭐 그냥 이렇게 사는 거지.
너와 네 가족이 잘 지내면 그것이 내게도 기쁨이 되는 것이란다.
당신 몸 추스르시기도 쉽지 않으시면서
멀리 있는
무척 멀리 있는
아들과 아들 식구 걱정이시다.
이제 곧 어머니 가신 날이 다가온다.
자주 듣던 어머님의 말씀을
또 생각한다.
너어만 개안으마 난도 개안타.
이제
어머니 계신 그 먼 곳에 전화를 할 수 있다면
이렇게 말하고 싶은데...
지는 개아네요.
거어서 개안니껴?
(저는 괜찮아요.
거기에서 괜찮으세요?)
(저는 잘 지내요.
거기에서 잘 지내시나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