https://www.youtube.com/watch?v=VfU2L7baA4E
아파트 후문으로 나가 가파른 언덕을 오르면 작은 공원이 있다. 아치형 장미 넝쿨이 보이고 오른쪽엔 작은 산으로 이어지는 산책로가 보인다. 커다란 나무들 아래엔 갈색 밴치가 나란히 앉아 잠시 쉬어 가도 좋다는 손짓을 한다. 아이들이 뛰어놀 수 있는 놀이터에는 미끄럼틀이 있고 운동 나오는 사람들을 위한 운동기구도 몇 개 설치되어있다. 5.6바퀴는 돌아야 3000걸음 좀 넘는 지름의 공원이다.
아담한 공원이지만 사계절을 모두 느낄 수 있는 장소이다. 겨울에 메말랐던 가지들은 어느새 뜨거워진 햇살을 가려 그늘을 만들고 있다.
새소리가 청아하게 들리며 머리를 맑게 해 준다.
반짝이는 푸른 잎들은 햇살이 세공한 보석이다.
아침이면 산책과 함께 조깅을 즐기는 몇몇 어르신들이보인다.
사랑스러운 장소, 토포필리아(Topo_philia)이다.
작은 정원 속 자연 틈 사이를 걸을 수 있는 환경에 살고 있는 것에 감사하다.
반 바퀴째 돌아서면 아치형을 만든 나뭇가지 사이로 사그락거리는 바람소리가 들린다.
서늘한 바람결에 아카시아향이 은은하게 나더니 이젠 장미향이 가득하다. 좋아하는 음악을 플레이하고 이어폰을 꽂고 천천히 걷기 시작한다.
나를 감싸고 있는 공백 안에 어디선가 잃어버린 나의 본모습을 찾아가는 시간이다.
햇살에 빛나는 나뭇잎 사이로 흘러가는 구름에 시선을마주하기도 하고 숨을 내쉬며 내 안에 있는 것들을 비워낸다. 자연이 주는 온기를 느낀다.
자연이 주는 편안함은 어디에서 오는 걸까?
세상에 존재하는 모든 것은 원자로 이루어져 있고 우리의 몸도 원자도 이루어져 있다고 한다.
자연에서 사랑하는 엄마의 원자의 온기가 느껴지는 걸까.
죽음이란 원자의 소멸이 아니라 원자의 재배열이다. 내가 죽어도 내 몸을 이루는 원자들은 흩어져 다른 것의 일부가 된다.
"인간은 흙에서 와서 흙으로 돌아간다"라는 말은 아름다운 은유가 아니라 과학적 사실이이다. 이렇게 우리는 원자를 통해 영원히 존재한다.
공룡이 죽자 땅으로 돌아간 산소는 나무가 되고 토끼가 되고 강물이 되었다가 건물이 되기도 하고, 지금의 내가 되기도 한다. 나 역시 죽으면 흙이 되고 나무가 되어 어떤 책을일부가 될 수도 있다. 하늘과 바람과 별과 인간/ 김상욱
환경을 주제로 하는 북토크 모임에 다녀왔다.
이번주는 자연과 함께 하는 토론이었다.
우린 김포에 있는 세계 유네스코 문화유산인 장릉에서만났다. 새소리도 정겨웠지만 어린아이들이 손에 자그마한 거울을 들고 선생님을 졸졸 따라가는 모습이 보기 좋았다. 거울을 들고 뭘 하는 걸까?
뱀과 같은 시선으로 자연을 보는 방법을 익히는 중이라고 한다. 거울을 눈 밑 언저리에 가져가 보는 체험을 하고 있었다.
숲 속길을 걸으며 마냥 좋아라 하는 동심과 함께 걷기를 동행했다.
초록지붕에 사는 빨간 머리 앤은 비 온 후 하늘에 떠있는 무지개를 "산이 두르는 머플러"라는 멋진 이름을 지어주었다. 살아 숨 쉬는 것뿐 아니라 아름다운 자연경관까지도 이름을 붙여 불러준다는 건 관심이 가득한 사랑이다. 지나쳐 가는 나무들의 이름들을 하나하나 설명해 주고 알려주시는 분의 자연사랑을 느낄 수 있었다.
밤꽃향이 나는 팥배나무이다
열매는 빈혈과 허약체질을 치료하는데 쓰이고 있다고 한다.
찔레나무에서 핀 꽃이다.
찔레나무의 열매 또한 약제로 쓰이는데 불면증에 효과가 있고 이뇨제로 쓰인다.
나무와 나무 틈사이, 나뭇가지 사이로 불어오는 산들바람을 옆에 두고 연못을 마주하며 우린 앉았다.
재잘재잘 새들의 지저귐처럼 들려오는 아이들의 목소리와 손을 잡고 가는 뒷모습을 보며 우리가 저 아이들에게 물려줘야 할 재산은 자연이라는것을 느끼게 했다직선으로 가는 시간만이 아닌, 가슴으로 느끼는 시간과 함께.
현재에 실재하는 삶을 즐기며 사는 것이 나를 있는 그대로 사랑하는 것이다. 현재의 나를 사랑하고 내면성장에 힘쓴다면 나에 미래는 자연스레 밝아질 것이라 믿는다. 자연이 경쟁을 하지 않고 그들의 페이스에 맞게 꽃을 피우고 열매를 맺듯 타인의 성장에 기울기를 맞추며 균형을 잡지 못하는 삶이 아닌 내 페이스대로 걸어가는 것이다.
나는 특별하니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