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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소소 Jun 11. 2024

우리 사이

내 마음을 여는 열쇠

나는 여느 때와 마찬가지로 재활용 쓰레기를 버리고 엘리베이터에 오르며 자동 반사적으로 뇌에 입력된 “12”라는 버튼을 눌렸다. 분명! 그리고 엘리베이터 안에는 아무도 없었고 나는 엘리베이터 광고 화면에 속보가 떠 있는 마냥 넋을 잃고 화면을 바라보고 있었다. 엘리베이터는 정지 알림음과 함께 자동으로 문이 열렸다. 난 문이 열리자마자 평소와 다름없이 집 앞 현관 앞에서 뇌에 입력된 숫자가 아닌 손끝과 손가락의 감각에 의지하고 번호를 눌렀다.


“띠리리…”

번호가 맞지 않았을 때 울리는 버저음은 차갑고 냉기가 가득한 물방울이 얼굴에 떨어지는 듯했다. 다시 현관문의 번호를 눌렀다. 이젠 뇌에 입력된 숫자들을 되새기며 천천히 눌러보았다 하지만 이번에도 경쾌한 음의 버저음이 아닌 신경을 곤두서게 하는 까칠한 음이었다. ‘뭐지? 내가 현관 번호를 잊어버린 건가?’ 상심하고 주머니에서 핸드폰을 꺼내 딸에게 다시 한번 확인하려고 고개를 드는 순간, 현관문의 홋수가 선명하게 내 눈에 찍혔다. 12층이 아니었다. 누군가 내가 올라오기 전에 내려가기 위해서 엘리베이터를 잡아 놓은 것이었다. 나는 문이 열리자마자 당연히 12층이라 생각 했던 것이다,

그 시간에 그 집에 사람이 없어서 황당하고 우스꽝스러운 일은 당하지 않았지만 혼자 어이가 없어 한심하기까지 했다. 번호가 맞지 않던 그 찰나의 순간 뇌에 이상이 온 건가. 숫자를 외우고 기억하는 것을 남들보다 더 잘한다고 자화자찬하며 자부했던 내가 상실된 기분이었다.




내 집에 들어가기 위해서는 집과 맞는 열쇠가 있어야 한다. 이젠 스마트키와 번호를 알고 있으면 현관문이 열린다. 하지만 그 열쇠를 잃어버리거나 번호가 맞지 않을 땐 집에 들어갈 수 없다. 사람 마음의 문을 여는 열쇠도 마찬가지다. 나와 맞지 않는 열쇠를 들이밀며 부담스러움에 마음의 문을 열려고 하는 사람들이 있기도 하지만 한 번에 경쾌한 버저음을 울리는 스마트키를 갖고 있는 사람들이 있다. 그들은 나와 같은 결을 가지고 있다.


우리 사이는 책으로 연결된 사이다. 문학책을 읽기 시작으로 만난 우리는 세상이 지옥이 아닌 천국이다. 천국에 사니 행복할 수밖에 없다 우리의 대화는 책을 어떻게 하면 즐겁게 읽을수 있는지 캐릭터와 그안에 상징은 어떤 것 인지에 대한 이야기들로 가득하다. 서로가 가지고 있는 감정들을 토로하고 느꼈던 이야기. 그리고 알고 있던 배경들은 하나의 책을 깊이 읽게 하는 시너지 효과를 불러일으킨다. 누구를 시기하고 질투하는 대화를 갖는 시간조차 아깝다. 이들을 통해 난 현재 살아 있는 최고의 천재 작가 하루키를 알게 되었다. 그의 문학속에 빠지게 되었고 그가 글을 쓰며 자신을 관리하는 방법과 그의 삶에 매력을 느끼게 되었다. 그렇게 우린 덕후생활을 함께하는 사이로 이어져갔다. 그리고 우린 지난 주말, 하루키의 발자취를 따라 일본 여행을 준비하기 위해 만났다.     


뷔페의 뮤즈이자 연인이었던 아나벨의 이미지를 닮은 시크한 매력이 있는 그녀와 자연을 사랑하고 눈에 보이는 것들은 모두 다 이름을 붙여줘야만 하는 발랄한 앤을 닮고 오드리 햅번의 매력을 가지고 있는 그녀를 만났다. 문학을 사랑하는 그녀들과 첫 모임이었다. 하지만 불편하고 어색함은 전혀 없었다. 나의 마음을 한번에 열수 있는 스마트키를 가지고 있는 이들이었기에.     


삶은 아름답다. 삶을 살아가는 열쇠를 가지고 있는 사람들에겐 그 아름다움을 느낄 자격이 주어진다. 인생을 살아가는 지혜인 열쇠는 무엇일까, 신은 우리에게 아름다운 자연을 주었고 우리가 건강하게 삶을 살아갈 수 있는 컬러푸드을 주셨다. 하지만 우린 그 자연을 사랑하기는커녕. 훼손하고 지키지 못하고 있다. 우리가 가져야 하는 마음은 사랑이고 내 삶을 아름답게 만들어 이 세상이 천국이 되게 하는 열쇠 또한 사랑이라는 것을 다시 한번 깨닫는다. 우리 사이, 책을 사랑하는 사이 문학을 읽고 그 속에서 인생을 배우고 나를 찾는 여정을 함께 하는 사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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